[프라임경제] '10여, 심심해, 보톡할 사람'

간단한 인적 사항을 적은 카카오톡 오픈채팅이 새로 생겼다. 그러자 셀 수 없이 많은 연락이 남겨진다. 10대부터 많게는 50대까지, 연령대를 가리지 않는다. 여기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바로 어린 청소년들이 대상이다.
SNS를 통한 그루밍 성범죄가 매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4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가장 많이 이용한 최근 1년간 매체별 이용률은 숏폼 콘텐츠다. 94.2%다.
다음으로는 △인터넷·모바일 메신저 92.6% △인터넷 개인방송 및 동영상 사이트 91.1% △TV방송 89.7% △온라인·모바일 게임 88.3% 등의 순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이 인터넷과 모바일 메신저 이용률이다. 93%에 달한다.
여기서 디지털 범죄가 발생한다. 여성가족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3년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와 동향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 중 디지털 성범죄 피해는 최근 5년 새 15.7%p 증가했다. 피해자들의 평균 연령은 14.0세다.
이처럼 디지털 성범죄가 증가하자, 카카오(035720)는 지난 19일 아동 및 청소년 보호 강화를 위해 카카오톡 운영정책 개정에 나섰다. 지난 2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24 소셜미디어 이용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SNS '국민 앱'으로 자리한 카카오톡의 이용률은 98.9%로, 99%에 육박한다. 연령대를 불문하고 1위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의 익명성을 악용하는 일부 악성 이용자들에 의해 오픈채팅의 의의도 얼룩지고 있다.
특히 카카오는 아동 및 청소년 대상 성착취 목적의 대화 관련 정책 적용 대상을 아동 및 청소년 간의 대화에도 확대 적용한다. △성적 암시 △과도한 친밀감 표현 △개인정보 요청 △다른 채팅 플랫폼으로의 이동 제안 등을 구체적인 금지 행위로 명시했다. 이밖에도 아동 및 청소년이 스스로 성범죄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다른 이용자에게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 편의 제공 등을 요청하는 행위나 대가성 성적 만남을 제안하는 행위도 금지 항목으로 명시했다.
카카오는 이용자 또는 기관 등의 신고를 통해 위반행위를 확인하면 해당 이용자는 즉시 카카오톡 전체 서비스이 영구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아동 및 청소년 대상 성범죄 관련 정책을 위반한 이력이 확인된 이용자는 카카오톡 재가입 이후에도 오픈채팅 서비스의 이용이 영구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카카오톡 이용자인 A 씨는 "오픈채팅이 디지털 그루밍, 마약 등 범죄에도 이용됐다는 뉴스를 자주 봤다"며 "취미, 동호회 등의 목적으로 오픈채팅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들보다 악용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디지털 성범죄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 경찰의 추적이 가능한 국내 앱을 피해 해외 앱을 사용하는 악성 이용자들도 늘고 있어서다. 글로벌 기업인 라인(LINE)과 트위터(구 X), 인스타그램 등도 청소년 보호를 위해 애쓰고 있으나 국내 수사망을 피해갈 수 있는 선택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네이버 Z는 지난 2022년 온라인 성범죄 및 아동 착취 근절을 위해 전 세계 27개 IT 기업들로 구성된 연합체인 테크 연합(Tech Coalition)에 가입했다. 2018년부터 운영해온 '제페토 메타버스' 서비스 내에 아동 성범죄 착취를 막기 위함이다. 테크 연합에는 △아마존 △애플 △구글 △메타버스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일본 LY Corporation에서 운영하고 있는 라인 또한 'ID 교환 금지 정책'과 '외부 게시판 모니터링 강화'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다만 일본에서 운영 중인 기업이라 디지털 성범죄 발생시, 국제공조와 해당 기업의 협조가 필요하다.
글로벌 SNS인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다. △청소년 계정 보호 기능 △DM 보호 기능 △알고리즘 개선 등의 정책을 운영 중이나, 청소년 유해 콘텐츠 및 계정 등이 실질적으로 제재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X(구 트위터)도 아동 성착취 콘텐츠에 대해 카카오와 동일하게 무관용 원칙을 적용 중이다. △실제, 텍스트, 일러스트, 또는 생성형 AI를 포함한 아동 성착취 콘텐츠 △아동에 대한 성적 언급이나 판타지를 포함한 게시물 △아동 성착취 관련 링크, 리트윗, 좋아요, 팔로우 등의 간접적 참여 등을 제한하고 있다.
SNS를 활발히 이용하는 10대 B 씨는 "청소년들을 위한 보호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막상 이용하는 입장에서 무엇보다 쉽게 접하게 되는 게 성인물"이라며 "익명 채팅 등을 하지 않아도 SNS에 올린 사진을 통해 딥페이크에 이용될 수 있다는 현실이 두렵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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