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재창고에 묻힌 87세 부친…아들 유기 혐의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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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경제] 일본 후쿠오카현 북큐슈시(福岡県北九州市)에서 아버지의 시신이 건설회사 자재창고에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아들이자 현직 회사 사장을 시신 유기 혐의로 체포했으며, 부자 간의 갈등이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형사사건 그 이상으로 보고 있으며, 고령화 사회와 세대 간 갈등이 뒤엉킨 복합적 문제로 주목되고 있다.

사건은 지난 5월 20일 오후, 북큐슈시 고쿠라미나미구(小倉南区)의 자재창고 부지 지하에서 고령 남성의 시신이 발견되며 알려졌다. 다음 날, 후쿠오카현 경찰은 시신의 신원을 회사 임원 하야마 료이치 씨(華山 龍一87)로 확인하고, 아들인 하야마 료마 씨(華山 龍馬, 46)를 사체 유기 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후쿠오카현경 고쿠라키타서(小倉北署)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타니야마 코이치로 서장(왼쪽)과 요시카와 카즈히사 수사1과장 2025년 5월 21일 오전 3시 3분, 기타큐슈시 고쿠라키타구에서/아사히 신문 보도분 갈무리(포인트경제)
후쿠오카현경 고쿠라키타서(小倉北署)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타니야마 코이치로 서장(왼쪽)과 요시카와 카즈히사 수사1과장 2025년 5월 21일 오전 3시 3분, 기타큐슈시 고쿠라키타구에서/아사히 신문 보도분 갈무리(포인트경제)

료이치 씨는 발견 당시 옷을 입고 비닐 시트에 싸여 있었으며, 시신 일부는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 시신은 아들 료마 씨가 대표로 있는 건설회사의 자재 창고 부지에서 발견됐다. 부친은 이 회사의 창업자이자 현재까지도 명예직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던 인물이다.

사건 전날인 지난 4월 17일, 료이치 씨가 귀가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지인이 있었으며, 이후 연락이 닿지 않자 가족이 4월 18일 실종 신고를 냈다. 경찰은 가족 간 갈등이 있었던 정황을 확인하고 방범 카메라와 차량 이동 경로 등을 분석한 끝에 시신 유기 장소를 특정했다. 검시 결과 외상은 없었지만, 경찰은 사망 경위가 불분명한 만큼 살인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료마 씨는 경찰 조사에서 “나는 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속보 - 자재 창고에서 남성 시신 발견, 아들 사체 유기 혐의로 체포/아베마뉴스 캡쳐(포인트경제)
속보 - 자재 창고에서 남성 시신 발견, 아들 사체 유기 혐의로 체포/아베마뉴스 캡쳐(포인트경제)

이번 사건은 일본 언론에서도 단순한 형사범죄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며, 가족기업 내 세대 간 갈등이 초래한 비극이라는 시선도 제기되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가업 승계 갈등과 맞물려 구조적 문제로 지적된다.

고령의 창업자가 기업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지 않고 명예직 또는 공동대표로 남아 있는 경우, 후계자인 자녀와의 권한 분배, 사업 결정, 재산 처리 등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되는 사례는 일본 사회에서 반복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8050 문제(80대 부모가 50대 자녀를 부양)’와 더불어 ‘실버 가업’ 내부의 위기도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2023년에는 아이치현에서 고령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가족기업의 지분을 둘러싼 다툼 끝에 아들이 폭행치사 혐의로 체포되는 사건이 있었으며, 일본 중소기업청 통계에 따르면 전체 가업 중 절반 이상이 승계 실패로 폐업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역시 고령화와 가족 기업 문제에서 일본과 유사한 경로를 걷고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경고 신호로 읽힌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고령 부모가 자영업이나 영세 사업체의 대표직을 내려놓지 못한 채 자녀와 함께 운영하다 갈등으로 비화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가족 간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전문가들은 “가족 기업이라는 이유로 사업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외부로 드러나기 어렵고, 사회적 개입도 늦어진다”며 “가업 승계 절차의 제도화, 고령자 돌봄과 경영권 이양 간의 중재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은 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에도 큰 시사점을 남긴다. 단순한 형사사건의 보도를 넘어서, 세대 갈등과 가족 해체의 징후가 점차 구조화되고 있는 현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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