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불운한 장면이었다"
LA 다저스 김혜성은 2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홈 맞대결에 중견수, 9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도쿄시리즈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마이너리그에서 미국 생활을 시작한 김혜성은 지난 4일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맞대결에 앞서 메이저리그 첫 콜업의 기쁨을 맛봤다. 시범경기 당시에는 타격폼에 많은 변화를 주면서 이렇다 할 결과를 남기지 못했지만, 많은 시간이 흐름과 동시에 노력을 투자했고, 눈에 띄게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 결과였다.
하지만 김혜성은 콜업 당시 시한부였다. 발목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토미 에드먼이 복귀하게 될 경우 김혜성을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낼 뜻을 드러낸 까닭이다. 그리고 당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에드먼의 발목 부상이 심각하지 않기에 11일 경기에서는 빅리그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이 짧은 기간 동안 김혜성은 많은 것을 증명했다.
지난 6일 마이애미 말린스와 맞대결에서 처음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김혜성은 세 경기 연속 안타를 터뜨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에드먼의 상태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좋지 않아, 복귀가 미뤄지면서 기회는 더 늘어났다. 이에 김혜성은 15일 애슬레틱스와 맞대결에서 데뷔 첫 홈런을 폭발시킨데 이어 16일에는 3안타 2볼넷으로 '5출루' 경기를 선보였고, 17일 LA 에인절스전에서는 다저스 선수로 1958년 이후 신인 선수 최다 출루인 '9타석 연속 출루' 기록까지 만들어냈다.

김혜성의 이러한 활약에 로버츠 감독은 지난 17일 경기에 앞서 "김혜성은 확실히 로스터에 적합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다이내믹한 플레이어라는 점이 좋다. 수비도, 유틸리티 능력도 뛰어나다. 타석에서 퀄리티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지금 하고 있는 것을 계속하면 된다"며 "우리 팀에는 주전 야수 그룹이 있고, 그들을 중심으로 운용하게 될 것이다. 예전과 같은 출전 시간을 바로 부여하긴 어렵겠지만, 매일 출전하지 않는 선수들에게도 어느 정도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며 김혜성의 잔류를 암시했다.
그리고 김혜성은 생존 경쟁에 성공했다. 지난 19일 에드먼이 발목 부상을 털어내고 빅리그의 부름을 받은 당시 다저스는 김혜성의 마이너리그 강등이 아닌 '슈퍼 유틸리티' 크리스 테일러를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고, 20일 경기에 앞서서는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자리를 만드는 방법으로는 외야수 제임스 아웃맨을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냈다. 그야말로 실력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생존에 성공한 셈.
그런데 20일 경기는 김혜성에게 악몽과도 같았다. 이날 김혜성은 오랜만에 중견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는데, 경기 시작부터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1회초 1사 1, 2루에서 애리조나의 에우제니오 수아레즈가 친 타구가 중견수와 우익수 방면으로 높게 떠올랐다. 정말 평범한 뜬공 타구로 아웃카운트가 자동으로 올라가는 타구라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이때 김혜성이 수아레즈의 타구를 놓쳤다.
김혜성이 수아레즈의 낙구 지점을 놓친 뒤 우익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급히 공을 잡기 위해 움직였으나 공을 잡아내지 못했고, 허무하게 한 점을 내주게 됐다. 그리고 이 플레이의 스노우볼도 굴러갔다. 다저스는 김혜성의 실책성 플레이로 선취점을 내준 뒤 이어지는 1사 2, 3루에서도 한 점을 추가로 내주며 0-2로 끌려갔고, 결국 경기가 끝날 때까지 흐름을 뒤집지 못하고 다저스는 5-9로 패했다. 그리고 김혜성 또한 이날 단 한 개의 안타도 생산하지 못하고 침묵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치명적인 실수였지만,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고 인터뷰에서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을 감쌌다. 일본 '산케이 스포츠'에 따르면 사령탑은 김혜성의 낙구 지점 파악 실수에 대해 "완전히 놓쳤다"고 말 문을 열며 "해가 질 무렵 빛의 영향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공을 보지 못했다. 불운한 장면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에드먼이 복귀했음에도 불구하고 김혜성을 중견수로 낸 이유는 무엇일까. 에드먼 또한 김혜성과 마찬가지로 유격수와 2루수, 중견수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 특히 김혜성보다 중견수 경험은 월등히 많다. 수비를 생각했다면, 김혜성을 2루수, 에드먼을 중견수로 기용하는 것이 맞는 선택이었다.
이에 로버츠 감독은 "전력 질주를 하면 다시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오늘은 에드먼의 부상을 덜어주고 싶었다"고 김혜성을 중견수로 기용하게 된 배경을 밝히며 "내일(21일)은 에드먼이 쉴 예정"이라고 밝혔다.
21일 다저스와 맞붙는 애리조나의 선발은 우완 라인 넬슨. 따라서 에드먼이 휴식을 취하게 될 경우 김혜성이 선발 2루수로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익숙하지 않은 중견수 자리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만회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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