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본더 전쟁 속 SK하이닉스, 한미·한화 '동시 발주'…HBM 동맹 균열 피했다

마이데일리
SK하이닉스 HBM3E./SK하이닉스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 핵심 장비인 TC본더 수주를 놓고 갈등을 벌였던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의 'HBM 동맹 결렬' 위기가 일단락됐다. 공급망 다변화 기조를 이어갈 예정인 SK하이닉스가 한미세미텍과도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간 빚어졌던 갈등이 일부 해소되는 모습이다.

다만 하반기 물량을 놓고 SK하이닉스가 공급업체 다변화 전략을 이어갈 예정인데다 한미반도체가 한화세미텍과 불편한 관계를 완전히 푼 것은 아니어서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반도체는 최근 SK하이닉스와 열 압착(TC) 본더 납품 계약을 맺었다. 공급 규모는 428억원, 계약 기간은 오는 7월 1일까지다. TC 본더 1대당 가격은 3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에 납품하는 물량은 15대 안팎이다.

같은 날 한화세미텍도 SK하이닉스에 HBM용 TC본더 장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공급 규모는 385억원이다. 한화세미텍은 부가가치세(VAT)가 제외된 공시금액인 점을 고려할 때 양사의 수주 규모는 비슷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발주를 통해 두 회사가 공급하게 될 TC 본더는 25~30대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TC본더는 인공지능(AI) 반도체용 HBM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장비다. HBM은 D램을 여러 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만드는데 이 때 D램에 열과 압력을 가해 고정하는 공정에 TC본더가 쓰인다. 특히 AI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글로벌 HBM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 시장 규모는 지난해 182억 달러(약 25조3000억원)이었지만, 내년에는 467억 달러(64조9000억원)로 약 156%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세미텍의 TC본더 'SFM5-Expert'./한화세미텍

양사의 TC본더 장비는 현재 시장 주류이자 최신 제품인 5세대 HBM3E 12단에 활용되며, SK하이닉스가 청주에 증설 중인 M15X 팹(공장)에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HBM3E 12단 제조 공정에 한미반도체 장비를 전량 사용해왔으나, 한화세미텍을 신규 협력사로 삼고 공급망 다변화에 나섰다. 한화세미텍이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SK하이닉스에 총 420억원의 HBM TC 본더를 납품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까지 세 차례에 걸친 누적 공급 규모는 805억원이다.

한화세미텍이 공급망에 뛰어들면서 신뢰 관계에 균열이 생겼고 양사의 갈등은 더욱 고조됐다.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한미반도체는 결국 협상 과정에서 SK하이닉스에 8년간 동결해 온 기존 장비 가격을 약 28% 인상하고, 그간 무료로 유지보수를 해 오던 고객서비스(CS)의 유료화를 내거는 초강수를 뒀다. 여기에 한미반도체가 지난해 12월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기술유출 및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한화 제품을 구매한 점 등도 갈등을 키운 요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특정 업체를 배제하거나 택하는 방식이 아닌 기존 업체와 파트너십을 유지한 채 공급망 다변화를 포기하지 않겠다며 한미반도체와 관계 회복에 나섰다. 당초 예상됐던 공급 계약 시점(4월 말)보다 보름 이상 늦어졌지만 공급 계약이 성사된 만큼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의 갈등이 마무리 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미반도체와 한화와의 갈등은 급식사업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한미반도체는 당초 올해 12월까지 예정됐던 아워홈과의 급식 계약을 오는 7월 조기 종료하기로 했다. 최근 한화가 아워홈을 인수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두 회사는 법적 다툼도 남아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말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제기한 TC본더 장비 특허를 침해했다며 특허권 침해 금지 및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화세미텍은 한미반도체가 지목한 해당 특허는 이미 널리 사용되는 기술로 특허 침해가 아니라며 반박에 나섰다.

아워홈은 15일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지분 인수를 위한 거래 대금 지급을 완료하면서 한화그룹으로 편입됐다. 한화그룹의 아워홈 인수 논의가 시작된 시점부터 한미반도체는 급식업체 변경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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