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구원투수'로 투입된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이 전격 투입된 지 21일로 1년이 된다. 반도체 사업 재건이라는 중책 아래 7년 만에 복귀한 전 부회장은 취임 후 이례적으로 반성문을 내놓는 등 기본기 회복을 통한 위기 극복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 부회장은 지난해 5월21일 '원포인트' 인사를 통해 DS부문장에 임명됐다. 삼성 반도체 사업이 전방위적인 위기에 처한 가운데 2017년까지 메모리사업부장을 역임한 '삼성 반도체 신화의 주역'인 전 부회장의 등판에 시선이 쏠렸다.
1년이 흐른 지금 반도체(DS) 부문은 큰 성과를 내지는 못한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4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점유율 34%에 그치며, HBM 시장 주도권을 쥔 SK하이닉스(36%)에 처음으로 1위를 내줬다. HBM 판매 감소 여파 등으로 1분기 메모리 매출은 19조1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7% 감소했다. 파운드리, 시스템LSI 적자가 심화되는 가운데 지난해 대중 수출로 실적 호조를 이끌었던 메모리 반도체 마저 수익성이 악화된 영향이다. 파운드리는 모바일 등 주요 응용처의 계절적 수요 약세와 고객사 재고 조정 및 가동률 정체로 실적이 부진했다. 여기에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와의 반도체 매출 격차는 이미 10조원 이상 벌어진 상태다.

삼성전자는 "올해는 다르다"는 각오로 반도체 주도권 탈환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5월 취임 직후부터 반도체 반등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전 부회장은 삼성 반도체의 현주소와 경쟁력 하락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는 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전 부회장은 취임 직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기존 조직 체계 대대적인 손질에 나서고 있다. 전 부회장은 부서간 소통의 벽, 문제를 숨기거나 회피하고 희망치만 반영된 비현실적인 계획을 보고하는 문화 확산 등을 경쟁력을 약화시킨 원인으로 꼽고 반도체 고유의 치열한 토론문화를 재건했다. 전 부회장은 토론 문화 부활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 신(新)조직문화'(C.O.R.E. 워크) 조성 의지를 밝혔다.
전 부회장은 취임 직후 조직 개편, 과감한 인재발탁, R&D 투자 확대 등 속도를 높였지만 SK하이닉스와의 HBM 격차를 줄이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취임 5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3분기 잠정실적 발표 후 전 부회장은 이례적인 반성문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전자 수뇌부가 실적 발표와 관련해 별도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처음으로 '반도체 위기론'을 극복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반성문에는 근원적 기술 경쟁력의 복원, 수성(守城) 마인드가 아닌 도전 정신, 조직문화 재건 등에 대한 의지가 담겼다.
이후 전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총 다섯 차례에 걸쳐 DS부문 모든 임원이 참석하는 토론회를 통해 정신무장을 강조했다. 이 토론회에서 그는 실행 중심 리더십, 조직 간 협력, 디테일 경영 등을 제시했다.
전 부회장은 특히 반도체 설계 역량 재건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인사에서 설계 전문가를 다수 승진시키며 반도체 설계 역량 강화에 나섰다. 전 부회장에게는 메모리사업부장을 겸직하도록 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팀을 신설해 고객 수요에 맞춰 빠르게 램프업(생산량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전 부회장은 고객 니즈(요구)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HBM 큰손 고객인 엔비디아 경영진과도 수시로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6월말 핵심 고객사 엔비디아에 HBM3E 12단 제품 퀄테스트(품질인증) 통과가 목표다.
공급 적기를 놓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요구에 맞춰 성능을 극대화 하는 한편 6세대 제품인 HBM4에서 분위기 반전을 위해 역량을 총집결하고 있다. HBM4는 이전 세대 작품과 달리 두뇌 역할을 하는 '베이스다이'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정을 활용해 HBM 경쟁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HBM3E 양산을 계기로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되찾는다는 계획이다. 전 부회장은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늦어도 하반기부터 HBM3E 12단 제품으로 빠르게 AI D램 시장을 전환시켜 고객 수요에 맞춰 램프업(생산량 확대) 시킬 예정"이라며 "차세대 HBM4와 커스텀 HBM 제품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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