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쏘아 올린' 이차전지株 부진, 겹악재에 '역성장 늪'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이차전지주들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미국의 전기차 지원 축소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여기에 더해 개별 종목들의 악재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전 거래일인 지난 16일까지 8.17% 하락했다. 이는 수익률 기준 거래소가 산출하는 34개 테마형 지수 중 꼴찌다.

이 기간 지수 구성 종목별로 수익률을 살펴보면 에코프로머티(450080)가 17.6% 하락하며 낙폭이 가장 컸다. 뒤를 이어 △에코프로(086520) -13.6% △포스코퓨처엠(003670) -11.1% △LG에너지솔루션(373220) -10.5% △LG화학(051910) -10.3% △SK이노베이션(096770) -7.4% △에코프로비엠(247540) -7.1% △삼성SDI(006400) -6.4% △POSCO홀딩스(005490) -5.0% △SKC(011790) -3.3% 순으로 낙폭을 시현했다.

특히 지난 16일 이차전지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후 처음으로 공모가인 30만원을 밑돌며 코스피 시총 3위자리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에 내주기도 했다.

2차전지 섹터가 부진에 빠진 이유는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조기 폐진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현지 시간으로 12일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는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를 오는 2027년 폐지하는 세제 법안을 공개했다.

IRA는 최종 조립을 북미에서 하고 핵심 광물·배터리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를 구매한 납세자가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한 법안이다. 당초 IRA의 세액공제 시한을 2032년 12월31일로 규정했지만, 미 하원 공화당 법안은 2026년 12월31일로 6년 앞당겼다. 

만일 조기 폐지가 현실화된다면 세액공제를 받던 한국 업체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IRA에 근거한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로 1분기에만 LG에너지솔루션 4577억원, 삼성SDI 1094억원, SK온 1708억원의 세액공제를 받았기 때문이다.

다만, 법안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전날 미 연방 하원 예산위원회가 표결을 진행한 결과 IRA 수정법안은 찬성 16표, 반대 21표로 부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부터 IRA 폐지를 강조해 왔던 만큼 IRA 법안 재발의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에도 미 IRA 법안이 유지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하원에서 수정 법안이 발의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부양 정책 효과가 유명무실해졌다"며 "세액공제가 사라지면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과 한국 공급망을 차별화할 이유가 없어져 국내 2차전지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개별종목들의 악재도 지수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 지난 14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는 에코프로머티를 한국 지수 구성 종목에서 편출했다. 에코프로머티는 올해 이차전지 업황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지속, 주가가 20%대 하락했다. 지수에 편출될 시 '패시브 자금'이 유출되기도 한다.

포스코퓨처엠이 1조1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번 유증은 시가총액(약 9조원)의 11%에 달하는 규모이다. 통상 대규모 유상증자는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를 늘려 주가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악재로 꼽힌다.

이차전지주를 둘러싼 상황이 별로 좋지 않은 가운데, IRA 정책 변화를 계속 주시해야 한다는 조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유럽과 더불어 한국 이차전지 주 시장인데, 최대 7500달러의 세제 혜택 종료는 소비자의 내연기관차(ICE) 구매를 촉진시킬 것이기 때문에 IRA 세액공제 조기 종료는 미국 전기차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1분기 국내 이차전지 3사의 영업이익 소계는 -231억원으로 AMPC 7379억원을 제외하면 76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게 돼 AMPC 영향이 지대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대체로 1분기 실적이 분기 실적 저점으로 예상되나 향후 미국의 고율 관세 유지 여부 및 IRA 정책 변화가 실적 및 주가 방향성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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