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잠실 김경현 기자] "제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KT 위즈 우완 투수 손동현이 빛나는 시즌을 만들고 있다. 일본에서 자비를 들여 배워온 '포크볼'이 주목을 받고 있다. 포크볼만큼 손동현은 '상하 분리' 로케이션을 강조했다.
2019 신인 드래프트 2차 3라운드 21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은 손동현은 그해 1군에 데뷔해 2승 3패 5홀드 평균자책점 4.75로 가능성을 보였다. 2020년 1홀드 평균자책점 5.31을 기록했고, 시즌이 끝나고 상무에 입단해 병역 의무를 마쳤다. 2023년 1군에 복귀해 15홀드 평균자책점 3.42로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플레이오프에서 7이닝 무실점 1홀드로 시리즈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2024년은 4홀드 평균자책점 5.32로 주춤했다.

시즌 전 자비를 들여 일본 유학을 다녀왔다. 고영표, 김민수와 함께 일본 지바현의 피칭 아카데미에서 훈련받았고, 이곳에서 새로운 포크볼을 습득했다.
'일본산' 포크볼의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다. 26경기에 출전해 3승 무패 7홀드 평균자책점 0.99다. 지난 4월 24일 SSG전까지 개막 15경기에서 '미스터 제로'를 달렸다. 25일 한화전 2이닝 1실점으로 평균자책점 '0'은 깨졌지만 꾸준히 훌륭한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25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0점대 평균자책점은 손동현이 유일하다.
17일 LG와의 더블헤더 2경기에 모두 등판해 2홀드를 수확했다. 팀이 6-2로 앞선 더블헤더 1차전 6회 1사 만루에 손동현이 등판했다. 함창건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줬다. 박해민을 유격수 뜬공으로 잡고 실점을 최소화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는데, 2사 이후 문보경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흔들리지 않고 이영빈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고 이날 임무를 마쳤다. 더블헤더 2차전 8회초 등판해 박해민에게 볼넷을 내줬을 뿐 범타 세 개를 얻어내며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손동현의 활약 속에 KT는 1차전 12-4, 2차전 7-6으로 더블헤더를 싹쓸이했다.

18일 경기에 앞서 손동현을 만날 수 있었다. 커리어 처음으로 더블헤더를 모두 등판했다. 현재 몸 상태는 어떨까. 손동현은 "수요일(14일) 던지고 이틀 쉬었다. 그래도 졌으면 조금 힘들었을 것 같은데, 이겨서 힘든 것은 덜하다"라며 웃었다.
2023년을 뛰어넘는 커리어 하이 페이스다. 이대로라면 21홀드를 기록할 수 있다. 생애 첫 20홀드다. 현재 성적을 유지한다면 올 시즌 리그 에이스급 불펜 투수로 거듭날 수 있다.
손동현은 "성적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몇 홀드 하고 싶다 생각했을 것 같다"며 "작년 아프고 나서는 아프지 않고 1년 풀타임 하는 게 선수로서 정말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숫자보다는 풀타임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했다.
올 시즌 잠실에서 5경기 승패 없이 3홀드 평균자책점 1.59를 적어냈다. 이강철 감독은 "잠실 최강은 손동현이다. 잠실에서는 어마어마한 공이 나온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손동현은 "마운드가 좀 낮다. 잠실 마운드가 저에게는 편안하게 느껴진다. 코치님과 감독님들도 잠실 왕자라고 부르신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수원 마운드를 낮춰야 하지 않을까. 기자의 질문에 손동현은 "그건 핑계다. 선수라면 어디든 다 잘 던져야 한다"고 우문현답했다.

포크볼이 워낙 좋아서 비중을 늘렸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지난해 손동현은 직구(64.0%), 포크볼(19.4%), 슬라이더(9.8%), 커브(6.8%)를 던지는 4피치 투수였다. 올해는 직구(61.0%), 포크볼(34.4%)로 2피치 투수가 됐다. 커브(2.4%)와 슬라이더(2.2%)는 거의 구사하지 않는다.
손동현은 "포크볼 구종 가치가 좋아졌다. 포크볼이 좋지 않았으면 직구로만 상대하지 않았을까"라며 "예전에는 포크볼을 10개 던지면 한두 개 잘 들어갈까 말까였다. 이제는 10개 던지면 5개 이상은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강철 감독은 포크볼 말고도 '하이 패스트볼'을 호투의 비결로 봤다. 이강철 감독은 "(손)동현이는 직구로 먹고 산다. 하이 패스트볼을 잘 던진다. 의도적으로 여기(하이존)에 많이 던진다"고 했다.
이에 대해 손동현은 "직구를 높게 쓰면서 그 위치에서 포크볼이 떨어지다 보니 타자들 방망이도 잘 나오는 것 같다. 높은 직구를 던지는 것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로케이션은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의도적인 구종의 '상하 분리'가 포크볼의 구위를 더욱 끌어올렸다. 18일 기준 손동현의 포크볼 피안타율은 0.200이다. 피장타율은 0.229다. 사실상 피장타를 맞지 않았다는 뜻.
압도적인 구위는 자신감으로 돌아왔다. 손동현은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다. 마운드에서 상황을 생각할 여유도 생겼다. 지금 타자와 뒤 타자까지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확실히 야구가 잘 돼야 자신감이 올라오고 시야가 넓어진다"고 답했다.
올해 각오를 묻자 "(2021년) 팀이 우승할 때 군대에 있어서 우승을 함께 하지 못했다. 항상 우승이라는 걸 너무 해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야구장에 많이 찾아와 주셔서 응원해 주시면 이기는 경기로 보답해 드리겠다"며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한편 인터뷰 도중 문보경이 옆을 지나갔다. 손동현은 '빠른' 2001년생으로 2000년생 문보경과 친구 사이다. 함께 덕수중을 다니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손동현은 문보경 상대로 4타수 2안타 2홈런으로 매우 약하다. 17일 더블헤더 1차전 역시 문보경에게 홈런을 맞았다.
문보경은 "상성이란 게 있다"며 손동현을 놀렸다. 손동현은 분한 표정으로 "한 번 맞힌다"라고 위협구를 예고(?)했다. 두 선수는 친구만 할 수 있는 악의 없는 농담을 주고받다 웃으며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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