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랜만의 포효였다.
KIA 타이거즈 외야수 최원준(28)이 모처럼 웃었다. 17일 두산 베어스와의 홈 더블헤더 2차전이었다. 2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2득점 1볼넷을 기록했다. 더블헤더 1차전서 3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친 아쉬움을 씻었다.
1-1 동점이던 2회초 2사 2루, 수비에서 빛났다. 조수행이 우중간에 짧은 안타를 날렸고, 두산 2루 주자 김기연은 홈으로 쇄도했다. 이때 우익수 최원준이 달려 나오면서 공을 잡고 홈을 지키던 포수 한준수에게 노바운드로 정확하게 배달했다.
타구가 짧긴 했지만, 최원준의 대처가 좋았다. 송구하는데 추진력을 잘 받기 위해 일부러 자신의 몸의 정면이 아닌 약간 측면으로 다가서며 포구했다. 타구를 정면에서 포구하면 송구하기 위해 몸을 한번 옆으로 돌려야 하고, 엄연히 주자와의 시간과의 싸움에서 불리해진다. 최원준은 순간적으로 측면에서 포구할 수 있게 그 타이밍을 잘 맞췄다.
그리고 포수 한준수의 미트에 노 바운드로 정확하게 송구했다. 한준수는 홈 경합에서 유리하도록 미리 3루 쪽으로 나와 있었고, 최원준의 송구 정확성은 엄청났다. 수비 디테일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KIA였지만, 이 장면은 고급 디펜스 그 자체였다.
최원준은 홈 보살에 성공하자 3루 덕아웃으로 뛰어 들어가며 순간적으로 팔을 쫙 뻗었다. 나름의 세리머니였다. 올 시즌 내내 타격 부진에 시달리던 최원준에게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모습. 이런 슈퍼플레이 하나가 타석에서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법이다.
정말 그랬다. 최원준은 1-1이던 3회말 무사 1루서 두산 우완 홍민규의 몸쪽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기 막히게 걷어올려 결승 우월 솔로포를 터트렸다. 홈런타자가 아니지만, 이 장면만큼은 베테랑 홈런타자의 테크닉을 보는 듯했다.
최원준은 몸쪽으로 파고든 공을 정확한 타이밍에 걷어 올렸다. 홍민규의 실투가 아니었다. 경기를 중계한 SPOTV 이동현 해설위원은 최원준이 이날 포심패스트볼에 타이밍을 잘 맞춰왔고, 그 자신감이 홈런으로 연결됐다고 분석했다. 찍혀, 눌러서 쳤다고 표현했다.
타격은 결국 타이밍 싸움이다. 최원준은 그 동안 그게 안 좋았다. 올 시즌 35경기서 타율 0.209 3홈런 11타점 14득점 6도루 OPS 0.582로 여전히 부진하다. 그러나 이날 호수비와 좋은 타격이 올 시즌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최원준은 지난 5일 타격 부진 끝에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올해 연봉 4억원이어서, 부상이 아닌 이유로 2군에 갔으니 연봉 감액까지 받아들여야 했다. 복귀 이후에도 확 터지지 않았지만, 일단 대반전의 기틀을 만들었다.

최원준은 올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 외야수 시장의 최대어다. 나이가 내년에도 20대인 게 크게 매력적이다. 올 시즌 후 7명이 자격을 얻을 수 있는 KIA의 경우 최원준이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반등하면 순위는 또 올라가게 돼 있다. 위상을 회복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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