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엄상백의 2군행. 한화 이글스에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16일 대전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엄상백(29)에게 2군행을 지시했다. 엄상백은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년 78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첫 시즌, 약 1개월 반이 흐른 시점에서의 퍼포먼스는 아쉽다. 8경기서 1승4패 평균자책점 6.68.

퀄리티스타트 1회, 피안타율 0.323, WHIP 1.82. 한화는 그동안 잘 나가면서 굳이 주축멤버의 신분에 변화를 줄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두산 베어스와의 주중 홈 3연전을 모두 내주면서 상승세가 한 풀 꺾였다. 더구나 엄상백은 15일 두산을 상대로 2이닝 7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1볼넷 5실점으로 또 부진했다. 2군행 타이밍이 왔다고 본 듯하다.
한화는 78억원을 투자한 사이드암 선발투수를 어지간하면 1군에서 써야 한다. 엄상백의 2군행은 재조정 차원이지, 1군 선발로테이션에서 빼겠다는 의도가 절대 아니다. 엄상백이 잠시 2군에서 조정하고, 결국 1~2차례 등판을 거르고 돌아올 게 유력하다.
한화는 선발왕국이다. 폰와류문엄만으로도 리그 최강인데, 이들이 이탈하면 기용할 수 있는 확실한 카드까지 있다. 2년차 좌완 황준서(20)다. 김경문 감독은 작년 6월 부임 후 선발로 부진하던 황준서를 불펜으로 돌렸다.
그러나 올해 황준서는 단 하루도 1군에 등록되지 않았다. 선발투수로 쓰겠다는 구단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실제 2군에서 딱 1경기를 제외하고 전부 선발투수로 뛰었다. 퓨처스리그 성적은 8경기서 4승1패 평균자책점 4.35.
최근 4경기 중 3경기서 6이닝 이상 소화했다. 특히 14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퓨처스리그서 6⅔이닝으로 가장 많은 이닝을 먹었다. 6피안타 8탈삼진 2볼넷 3실점으로 승리도 챙겼다. 상승세를 탔을 때 1군에 올려 동기부여를 확실하게 주는 것도 감독이 해야 할 일이다. 이래저래 황준서가 엄상백의 다음 선발 등판 순번에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런데 한화가 진짜 업계의 부러움을 사는 건,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2025년 신인드래프트 2순위, 정우주(19)도 있다. 한화는 올 시즌 내내 정우주를 1군에 넣으면서 불펜으로 기용한다. 필승계투조는 아니지만, 필승조 멤버들이 연투했을 때 종종 무게감 있는 역할도 맡긴다.
정우주는 150km대 중~후반의 빠른 공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다. 단, 제구와 커맨드, 변화구 구사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다. 때문에 입단과 동시에 선발투수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는 못 받았다. 키움 히어로즈가 전체 1순위로 정우주가 아닌, 당장 완성도가 높은 정현우를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우주의 실링은 역대급이라는 평가가 많다. 제구와 커맨드, 변화구 구사능력은 결국 노력과 경험이 어느 정도 해결해줄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단 불펜으로 초점을 맞춰도, 결국 어느 시기에 선발로 전환해야 한다는 시선이 많다. 당장 선발진에 자리는 없지만, 예비멤버로 준비하는 시점도 관심사다. 일단 정우주는 올 시즌은 선발로 뛸 준비를 하지 않는 듯하다.

엄상백의 부진은 한화로선 뼈 아프다. 그러나 장기적 측면에선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장기레이스를 선발투수 5명만으로 끌고 가는 건 불가능하다. 황준서가 1군에서도 선발투수로 가능성을 보여주면 추후에 기존 선발투수에게 휴식을 주며 황준서를 종종 활용할 수도 있다. 또한, 한화는 어차피 미래에 황준서와 정우주를 선발투수로 써야 한다. 한화가 이들에게 적절히 동기부여를 주고, 어떻게 큰 그림을 그리며 끌고 갈 것인지 고민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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