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타격장인의 놀라운 이중생활.
KIA 타이거즈 타격장인 최형우는 꾸준히 배팅볼 투수로 활약(?)한다. KIA가 경기 전 훈련을 할 때 최형우가 배팅볼 투수로 변신해 타자들의 타격 연습을 돕는 모습을 간혹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기자의 기억으로 최근에는 확실히 좀 잦았다.

최형우는 구단을 통해 본래 선발라인업에서 빠질 때 배팅볼을 던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엔 빈도가 높아졌다고 인정했다. 자신이 던져준 공으로 연습 타격을 한 뒤 실전서 잘 치는 후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좀 피곤하더라도 KIA가 이길 수 있다면, 그리고 후배들이 잘 칠 수 있다면 배팅볼 투수를 자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만큼 KIA는 비상시국의 연속이다. 지금도 부상자들이 있고, 예상보다 부진한 선수가 적지 않다. 급기야 ‘샤머니즘’과도 같은 농군패션까지 주도했다.
최형우는 후배들에게 “의지가 중요하고, 라인업에 들어온 9명의 타자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라고 했다. 컨디션이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이범호 감독으로부터 출전 지시를 받으면 팀을 위해 뭐 하나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형우는 그런 말을 해도 된다. 최고참이라서? 아니다. 42세인데 지금도 야구를 잘 하기 때문이다. 지금 KIA 타자들 중에서 가장 잘 치는 건 두 말하면 입 아프다. 작년에도 김도영 다음으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올해도 놀랍다. 39경기서 134타수 42안타 타율 0.313 6홈런 24타점 19득점 장타율 0.552 출루율 0.408 OPS 0.960 득점권타율 0.375. 타격 8위, 장타율 4위, 출루율 6위, OPS 4위다. 1983년 12월생이라 만 41세라고 해도 이건 말이 안 된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금강불괴가 따로 없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WAR 1.45로 리그 29위다. 수비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WAR에선 손해를 보는 걸 감안해도 충분히 괜찮다. 심지어 제임스 네일(2.56-6위)에 이어 KIA에선 2위다. 올해 KIA주축 선수들의 부진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결정적으로 최형우는 wRC+(조정득점생산력) 172.5로 리그 3위다. 어지간한 젊은 선수들이 최형우의 생산력에 못 미친다는 얘기다. 지금 리그에서 최형우보다 생산력이 좋은 타자는 오스틴 딘(LG 트윈스, 191.4)과 박동원(LG 트윈스, 185.2)밖에 없다.

최형우의 6번타자 꿈은 또 다시 산산조각 됐다. 그럴 여유가 1도 없다. 가뜩이나 나성범이 종아리 부상으로 언제 돌아올지 모르고, 패트릭 위즈덤도 허리 통증으로 잠시 자리를 비웠다. 42세 타자에게 너무 큰 책임감을 안기는 게 KIA로선 어떻게 보면 비극이지만, 이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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