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디지털 미디어 중독, 스마트폰 자체가 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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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게임, SNS 중독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부모들은 마음이 불안해진다. 디지털 기기의 사용 시간을 제한하거나 기기를 빼앗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해 봐도 별다른 효과가 없다. 통제할수록 심해지는 디지털 미디어 중독, 그 이유는 무엇일까?


관악밝음이랑Wee센터가 지난 14일 진행한 상반기 부모교육에서 권선중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아이들을 미디어 중독으로부터 지키려면 스마트폰이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미디어 중독을 행동 중독 혹은 행위 중독이라고 부르며 알코올이나 마약과 같은 물질 중독과는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즉, 스마트폰이나 게임 같은 미디어 콘텐츠는 중독의 매개체일 뿐 아이들을 중독으로 몰고 가는 근본적인 원인은 아이들의 마음 상태라는 것이다.

권 교수는 이를 감기에 비유해 설명했다. 감기는 외부의 감기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떨어진 몸에 침투해 병으로 발전한다. 디지털 미디어 중독도 똑같다. 미디어 콘텐츠에는 폭력성, 선정성, 사행성 등과 같은 심리적 바이러스가 숨어 있고 이 바이러스가 마음 면역력이 약해진 아이들에게 침투해 중독 증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불안, 우울,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이 누적됐을 때, 또는 관심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심리적 허기가 생기면서 마음 면역력이 약해진다. 그리고 이런 고통스러운 마음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게 된다. 마치 몸이 지치고 허기질 때 칼칼하고 기름진 음식이 당기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하지만 자극적인 콘텐츠는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잊게 해줄 수는 있어도 결국 마음을 더 약하게 만들고 중독을 심화시킨다. 특히 게임은 폭력성, 선정성, 사행성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대표적인 미디어 콘텐츠로 청소년 중독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부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권 교수는 중독 예방과 회복을 위한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먼저 부모는 중독의 핵심 증상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세 가지 중독 증상은 △10번 중 8번 이상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고 약속한 사용 시간을 어기는 '조절 실패' △미디어가 삶의 우선순위를 점유해 하지 않고 있을 때 다시 하려는 충동이 매우 높은 상태를 보이는 '현저성'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대인관계, 학업 등에서 실제 문제가 발생하는 '문제적 결과' 등이다. 부모는 자녀에게서 나타나는 이러한 증상들을 잘 관찰하고 조기에 대응해야 한다.

또한 아이들이 소비하는 콘텐츠 안에 어떤 위험 요소가 숨어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자녀가 즐겨보는 게임, 유튜브, SNS 콘텐츠 안에 폭력적·선정적·사행성 요소가 포함돼 있는지 함께 살펴보고 아이 스스로 심리적 바이러스라는 개념을 인식하고 위험을 자각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아울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녀의 마음 면역력을 키워주는 일이다. 권 교수는 마음에도 구조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음은 △심장 역할을 하는 '기분과 감정'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생각과 인지' △심리적 영양분을 흡수하는 소화기관 역할을 하는 '욕구'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안전 욕구, 관계 욕구, 자율 욕구, 유능 욕구 등 기본 심리 욕구라 불리는 심리적 영양분이 충족됐을 때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게임과 SNS에 빠져 있는 아이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심리적 허기가 그대로 드러난다. 친구들 사이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대화에 끼기 위해 게임을 하는 아이들은 게임을 통해 관계 욕구를 채우려는 것이다. 게임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이 쓸모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유능 욕구가 결핍돼 있다. 또한 현실에서 부모의 통제가 심한 경우 자율 욕구를 채우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게임이나 SNS를 단순한 오락거리로만 볼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속 허기와 욕구 충족의 수단으로 보고 이해해야 한다.

권 교수는 이런 점에서 "스마트폰이나 게임을 없애는 것이 해법이 아니라 아이들의 심리적 욕구를 건강하게 채워주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한다. 마음의 면역력이 높아지면 자극적인 콘텐츠에 대한 의존도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인정받고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건전한 취미나 활동을 제공하며 소소한 성취 경험을 통해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역할이다.

끝으로 권 교수는 부모 스스로가 디지털 콘텐츠를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도 되돌아보라고 조언했다. 아이들에게 중독에 대해 말하기 전에 부모가 먼저 본인의 스마트폰 사용 습관과 마음의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건강한 디지털 사용 문화를 실천하는 본보기가 돼야 아이들도 따라간다. 청소년 디지털 미디어 중독의 해답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부모의 따뜻한 눈길과 아이의 내면을 향한 진심 어린 관심에서 출발한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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