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금융 소외 계층을 위한 '전문은행' 설립을 일제히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책에 필요한 재원은 모두 정부 재정 구조조정과 세금으로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막대한 재정 부담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다시금 출연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감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제21대 대선 후보들은 지난 12일 10대 공약을 발표한 뒤 공식적으로 선거 운동을 시작했다.
먼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경제·산업분야 주요 공약 중 하나로 취약계층에 대한 '중금리 대출 전문 인터넷은행'의 추진을 공언했다.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은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확대를 목표로 출범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는 매 분기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공시하고 있다.
이 후보가 내세운 인터넷전문은행의 차별점은 '대출 금리 수준'에 있다. 기존의 인터넷전문은행이 대출 '공급 대상'을 중저신용자로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 후보는 중금리 적용 자체에 무게를 두고 있다.
통상 금융기관은 대출을 취급할 때 신용도나 담보 여부 등 위험 부담에 따라 금리를 결정한다. 이 때문에 주택 등을 담보로 한 대출이 무담보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게 책정된다.
신용대출 내에서도 고신용자보다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은 금융기관 입장에서 더 큰 리스크를 수반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 등 금융기관을 정책금융기관처럼 보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로는 주주와 이사회가 있는 엄연히 사기업"이라며 "기업이 아무런 조건 없이 위험성 높은 대상에 자금을 무조건 지원해 회수조차 못한다면, 오히려 그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험성이 큰 대출만을 취급하는 은행에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투자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이 후보의 공약은) 지금의 민간 인터넷은행이 아닌, 정부 재원을 토대로 운영되는 공공 금융기관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공약집을 보면, 이 후보는 해당 정책 재원을 정부의 재정 지출구조 조정분과 2025~2030년 예상 세입 증가분 등으로 충당하겠다고 명시했다.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의 주요 경쟁자인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전문은행 설립을 경제 정책 중 하나로 내걸었다. 다만, 설립 목적에서는 두 후보 간 차이를 보인다.
김 후보는 서민·소상공인 전문은행을 설립해 신용보증기금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으로 분산된 서민금융 기능을 통합할 생각이다. 또 자영업자 금융 플랫폼 통합체계를 구축해 소상공인 맞춤형 금융상품과 혁신적인 신용평가 체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후보 역시 해당 재원의 조달 방안은 정부 재정 재조정과 국비·지방비의 활용을 제시했다.
정치권이 앞다퉈 취약계층 금융지원을 약속하면서, 금융권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수조원 단위의 재정 부담이 예상되면서, 금융권에 출자를 압박하는 '상생금융' 요구가 또 다시 거세질 수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서민금융안정기금(가칭)'의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설립에 필요한 재원을 정부 재정과 함께 은행 등 금융기관의 출연금으로 마련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본부 관계자는 "지금도 금융기관이 일부 출연하고 있지만, (서민 금융 지원에) 충분한 금액이 모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대통령 직속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단’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소상공인의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 컨트롤타워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확대를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하자, 기존은행에서 해당 대출 실적이 줄어들었다"며 "사실 뭔가 새로운 전문 기관을 만든다고 해서 전체적인 금융지원이 증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지난해 뜨거웠던 은행의 초과이익 환수 논의가 잠잠해졌는데,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금융권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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