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TK·PK서 “이재명만은 안 된다”… 선거 전략 ‘반이재명’ 뿐?

시사위크|대구·울산·부산=손지연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둘째 날인 13일, 대구·울산·부산에서 선거유세를 진행했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만은 안 된다는 ‘이재명 불가론’을 앞세워 목소리를 높였다. 주목할 만한 정책이나 비전, 국정운영에 대한 구상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앞으로의 선거 유세에서도 이 같은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심각한 내홍을 겪은 국민의힘으로선 자당의 부정적 이슈를 흐림과 동시에, 지지층을 이견 없이 하나로 결집시키기에 ‘이재명 사법리스크’ 등을 맹폭하는 ‘반이재명’ 전략이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 국민의힘, 내부 분열 가릴 ‘이재명 때리기’ 전략 골몰

이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유세 현장에서 나온 발언들은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공세로 귀결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 참여해 “범죄인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나라가 되겠나, 안되겠나”라며 “깨끗한 김문수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재명과 김문수를 비교하면 우리 김 후보는 청렴결백한 정치, 일 잘하는 정치, 깨끗한 정치”라며 “그런데 이재명은 거짓말 잘하는 정치, 말 수시로 바꾸는 정치, 그리고 포퓰리즘에 빠져있는 정치다. 이렇게 대비를 할 수 있는데 맞지 않냐”고 반문했다. 정치 세력을 선악으로 구분해 김 후보는 선인, 이 후보는 악인이니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옳지 않다고 강변한 셈이다.

주호영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선거 운동원들에게 하루 10표씩 선거 기간 동안 총 200표를 목표로 주변인들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지금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가 하는 짓을 보시라”며 “자기들 마음에 안 든다고 대법원장도 탄핵하고 특검하고 대법원장들 불러 청문회로 위협한다”며 “대한민국을 무법천지로 만들 조짐이 벌써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날 계엄과 탄핵에 대한 사과를 표한 언급도 있었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계엄과 탄핵으로 인해 조기 대선을 치르게 돼 당원동지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하다”고 했다. 앞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12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잘못됐다며 당의 자성이 없었던 점을 사과했다. 이어 같은 날 김 후보도 처음으로 계엄과 관련해 사과 의사를 드러냈다. 탄핵 국면과 달리 대선일이 다가오자 중도층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기조를 변경하는 모양새로 풀이된다. 

하지만 박 원내수석부대표의 발언은 ‘계엄과 탄핵’에 대한 사과보단 당원들의 노력으로 3년 전 정권을 되찾았으나 조기 대선에 들어선 것에 대한 사과였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가 언제까지 이 계엄과 탄핵에 갇혀있을 수 없다”며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이 이재명 후보의 재판을 정지하는 법률을 발의했다며 “이게 민주주의이고 법치주의냐”고 일갈했다. 이어 “이번 선거에서 만약 이재명 세력에게 정권을 넘겨준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은 ‘이재명만은 안 된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선인 김문수 vs 악인 이재명’의 네거티브 공방에 매달리면서 정권을 창출해 어떤 나라를 보여주겠다는 구상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전날(12일) 공식 선거 유세를 시작한 후 이틀 내내 김 후보와 함께 유세 현장 단상에 오른 의원들은 ‘이재명 비토’만 반복하다 내려왔다. 국민의힘은 앞서 3차에 걸친 당내 경선과 단일화 과정의 내홍으로 심각한 균열을 겪은 바 있다. 공식 선거 기간 전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정책에 기반한 전략을 구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선거 유세에서 김 후보의 청사진에 대한 언급보다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만 반복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오전 울산 뉴코아아울렛 선거 유세 현장에서 “민주당은 완전히 일당독재”라며 “이재명이 한마디 하면 아무도 입을 못 열고 ‘입틀막’하고 시키는 대로 하는 정당이다. 그게 독재정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기 스스로 이재명을 ‘아버지’라 한다. 이게 공산당하고 뭐가 다르냐”며 “우리 당은 민주 정당이고 저 당은 가짜”라고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특히 김 후보는 이날 대구·울산·부산 유세 현장에서 ‘이 후보가 자신을 총각이라고 속이고 검사를 사칭하는 등 거짓말을 일삼았다’고 재차 언급했다. 이날 방문한 세 지역에서 모두 언급한 셈이다. 심지어 일부 극우 세력이 이 후보를 비난할 때 쓰는 발언까지 사용하며 공세의 수위를 최고조로 올렸다. 

그는 이날 오후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열린 선대위 출정식에서 “저는 결혼한 이후 한 번도 어디 나가서 총각이라 속여본 적 없다”며 “말만 하면 자기가 총각이라며 여배우를 울리고, 말만 하면 자기가 검사라 한다”고 비꼬았다. 

이어 “자기 형님이 자신을 정치적으로 반대한다 해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 하는 사람”이라며 “그거 반대한다고 형수 욕하는 것 들어봤나. 이렇게 욕하는 사람이다. 누구를 뽑아야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거짓말하고 형수 욕을 해도 보통 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런 사람 확 찢어버려야 하겠죠”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재 국민의힘에게 주어진 전략적 선택지는 ‘이재명 때리기’식 네거티브 전략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선거 전략이) ‘이재명 나빠요’ 전략밖에 없다”며 “비상계엄과 탄핵, 그리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출당 등의 문제를 두고 지지층이 분열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 부산시당에서 조경태 의원이 윤 전 대통령의 출당을 언급해 반발이 심했다고 한다”며 “각 지역 선대위에서 계속 그런 일이 반복되면 선거를 치르는 의원들이나 지도부도 사기가 꺾인다”고 설명했다. 

또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해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을 해야 지지층이 좋아하고 내부의 분열과 갈등을 숨길 수 있으니 자극적인 공격이 유일한 선거운동 전략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