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 김혜인] ‘너는 날 괴롭히기 위해 태어났니?’
소아정신과 전문의 신의진 교수는 <아이심리백과> 서문에서 두 아이를 키운 경험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첫째 아이 기질이 까다로운 탓에 ‘혹시 날 괴롭히려고 태어난 아이는 아닐까’ 하는 못된 생각까지 했다고 밝혔다.
그 고백이 소름 끼치도록 내 마음 같았다. 어버이날 아침마저도 온갖 짜증을 부리는 아이를 보며 나 역시 같은 한탄을 했다. '나는 왜 엄마가 되었을까. 너는 왜 날 이렇게 괴롭게 하니.'
아이와 떨어져 있고 싶다는 마음에 서둘러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5월 8일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은 게 진정 어버이를 위한 일이라는 깨달음(?)도 얻었다.
어린이집에 도착하자 엄마들끼리 5월 1일 근로자의 날부터 5월 5일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로 이어진 ‘지옥 연휴’를 잘 보냈냐는 인사가 오갔다. 저마다 괴로움을 호소한 반면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아이와 특별하고 즐거운 순간을 담은 사진이 가득했다.
나는 본래 어디에 사진을 게시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보여줄 사진조차 없었다. 연휴 동안 사진을 한 장도 찍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가자는 곳에 가고 먹고 싶다는 간식을 사주고 즐겁게 지내려 애썼다. 그러나 자기 루틴이 살짝이라도 어긋나면 불같이 화를 냈고, 동시에 들어줄 수 없는 상반된 요구를 하며 떼를 썼다. 어디에 가든, 심지어 집 앞조차 사람이 많았다. 그 와중에 아이 생떼를 속수무책으로 견디는 내 모습이 너무 창피했다.
이날 어린이집은 어버이날 행사로 포토존을 꾸며놓고 등원하는 부모와 아이 사진을 찍어 주고 있었다. 나는 사진을 찍지 않고 곧장 현관으로 들어갔다.
아이가 평소 포토존에서 사진 찍는 걸 즐기는 편도 아니고, 그곳에 꾸며진 공기 조형물을 무서워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앞서 대기 중인 다른 아이와 엄마가 있었기에, 그 뒤에 서서 아이를 달래며 기다릴 만한 가치는 없다고 판단했다.
사실 그 모든 건 핑계라 할 만큼 아이와 사진 찍을 기분이 아니었다. 그러나 현관에서 등원 맞이 선생님이 내게 사진 촬영을 재차 권하더니, 밖에서 사진 찍는 선생님을 향해 큰 소리로 “사진 찍어 주세요!” 하고 외쳤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나가서 빨리 해치워버리자는 마음으로 무표정하게 줄을 섰다. 아이가 웬일로 내 옆에 바짝 달라붙어서 얌전히 있었다.
아이를 쳐다봤다. 아이는 아주 기대에 찬 표정으로 다른 아이와 엄마가 사진 찍는 모습을 구경하다가 나를 잠시 올려다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사진 찍는 모습을 구경하며 웃었다. 자기도 엄마와 사진 찍는 걸 고대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모습을 보자 아이를 얼른 어린이집에 들여보내고 싶었던 마음 어딘가가 와르르 무너졌다. 연휴 동안 그토록 못살게 굴던 아이 모습과 나의 못된 한탄도 함께. ‘너는 왜 그런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거니?’
어버이가 된 기쁨과 슬픔으로 마음이 조여왔다.
|김혜인. 중견 교사이자 초보 엄마. 느린 아이와 느긋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