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웃고', 가계는 '숨막히고'…대선 앞 '이자 장사하는 은행' 다시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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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서민은 이자에 허덕이고, 은행은 10조 넘는 이자이익을 챙겼다. 예금금리는 떨어졌지만 대출금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예대금리차는 2년 만에 최대치다. 이처럼 '은행만 배불린다'는 비판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이자 장사에 칼을 빼 들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1.52%포인트(p)로 전월 대비 0.03%p 확대됐다. 이는 2023년 5월(1.56%p) 이후 1년 10개월 만의 최대 규모다.

하나은행이 1.6%p로 가장 컸고, △NH농협은행 1.54%p △신한은행 1.53%p △우리은행 1.48%p △KB국민은행 1.42%p도 모두 전월 대비 상승했다.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의 격차는 더 컸다. △토스뱅크 3.14%p △카카오뱅크 1.62%p △케이뱅크 1.34%p로 집계됐다. 지방은행에서는 전북은행이 5.39%p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제주은행 2.49%p △광주은행 2.44%p △BNK부산은행 1.89%p △BNK경남은행 1.85%p △iM뱅크 1.62%p 순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예대금리차 확대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예금금리에만 빠르게 반영되고, 대출금리는 상대적으로 고정되며 발생한 구조적인 현상이다.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줄이고 신용대출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면서, 전체 대출금리 하락 폭이 제한된 것도 주요 원인이다.

금융권의 예대마진 확대는 실적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올해 1분기 기준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순이익은 총 4조92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8% 증가했다. 특히 이자이익은 10조6000억원에 달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상 금리 인하기에는 순이자마진이 줄며 수익성이 둔화되지만 이번엔 예대마진이 되레 확대되며 역설적인 실적 상승이 이뤄졌다.

이 같은 구조에 정치권은 '공공성 회복'과 '금융 개혁'을 명분으로 대출금리 체계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예금자보호법상 보험료와 각종 출연금 항목을 대출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지난달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관행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되던 법정 비용을 금리 구조에서 제외시키겠다는 취지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도 지난달 금융정책 간담회에서 "은행은 국가 인프라 위에서 영업하는 만큼 공공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며 금융권의 상생기금 정례화와 사회적 환원을 강조했다. 선거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횡재세 부활 가능성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예대금리차 확대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대출금리와 이자수익 간 괴리를 문제 삼는 분위기는 공유되고 있다. '금리는 내려갔다는데 내 이자는 왜 그대로냐'는 소비자 불만이 정치권 전반의 이슈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의 공세와 달리 금융당국은 예대금리차 확대에 대해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은행 이익에 영향을 주는 건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인데, 이는 꾸준히 줄고 있다"고 해명했다. 신규 기준 예대차 확대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3월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조차 하나은행이 1년9개월 만에, 신한·국민은행은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규 기준은 7개월 연속 상승세다. 현장에서는 금융당국의 해명이 국민 체감과 괴리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적 파장이 커지자 은행권은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은행연합회를 비롯한 금융 유관 협회들도 최근 대선 정국을 이유로 정책 건의를 사실상 보류한 상태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이번에는 단순한 규제를 넘어선 프레임이 작동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초기에는 상생금융 요구가 반복돼 왔지만, 지금처럼 강한 여론 프레임은 오랜만"이라며 "당분간은 정부와 정치권의 시그널을 주의 깊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리 산정의 투명성 강화는 필요한 흐름이지만, 법으로 금리 구조를 제한하거나 기금 출연을 의무화하는 방식은 시장 기능을 해칠 수 있다"며 "향후 정책 방향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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