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중국발 이커머스의 물결이 한국 유통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앞서 길을 닦은 데 이어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징둥(Jingdong)이 국내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기존 C커머스가 쇼핑 플랫폼 중심의 진출이었다면, 징둥은 물류부터 구축하며 국내 시장에 진입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징둥닷컴 산하 물류 계열사인 징동로지스틱스가 최근 인천과 이천에 자체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징둥닷컴이 물류망 확보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 직접 진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징둥은 국내 택배 서비스를 위해 CJ대한통운 등과도 손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징둥은 2개의 물류센터를 통해 한국 고객에게 3PL(제삼자 물류)과 풀필먼트 서비스 등을 제공 중이다. 현재 서울과 일부 경기도 지역에서는 최단 12시간 내 배송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점차 그 범위를 넓혀나갈 것으로 전해졌다.

이천 센터는 반려동물 관련 상품 물류에 특화됐고, 인천 센터는 글로벌 브랜드 상품과 뷰티 기업 수출 물류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단순 배송 위탁에 그친 기존 C커머스 업체들과 달리, 징둥이 직접 재고를 보관하고 배송하는 자가 물류 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징둥은 이미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국내 물류 강자들과 '라스트마일' 배송 계약을 맺고 소비자 집앞까지 직접 배송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과거 C커머스가 가격만을 앞세웠다면, 징둥은 속도와 품질이라는 또 다른 무기를 준비 중인 셈이다.
이 같은 '직매입+자가물류' 방식은 상품 입고 전 품질검사와 기준 미달 상품의 사전 차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강점으로 평가된다.
징둥닷컴은 알리의 모회사인 알리바바, 테무를 운영하는 핀둬둬와 함께 중국 3대 이커머스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징둥의 매출은 1조1588억위안(약 228조원)으로 알리바바그룹(1조192억위안), 핀둬둬홀딩스(3938억위안)를 넘어섰다. 국내 이커머스 1위 기업인 쿠팡의 지난해 매출(약 41조원)의 5배 이상 규모다.
이번 중국 플랫폼들의 한국 진출은 미국발 규제도 한몫했다. 지난 2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종부는 중국발 소액(800달러 미만) 소포에 면세 혜택을 없애면서, 저가 공세로 미국 시장을 공략해온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은 한국 등 제3국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하면서도 이커머스 성장률이 높은 한국은 ‘다음 시장’으로서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 유통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는 "결국 소비자가 선택할 문제"라며 담담한 반응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신세계는 알리바바와 손잡고 'G마켓+알리' 합작법인을 준비 중이고, 네이버는 컬리와의 전략적 제휴로 쿠팡에 맞선 '진영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실제 이미 국내 시장에 상륙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초저가 공세를 앞세워 빠르게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결제 추정액은 약 3조6897억원으로 전년 대비 2.6배 이상 증가했다. 테무의 결제 추정액은 2023년 311억원에서 지난해 6002억원으로 뛰었다.

중국판 다이소로 불리는 '요요소'(YOYOSO)도 국내 입점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전북 군산 내흥동 신역세권의 한 상가에 요요소가 입점할 예정이다. '요요소'는 중국의 대형 잡화 브랜드로, 중국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프랑스 등 전 세계 50개 이상 국가에 3000개가 넘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주로 생활용품과 뷰티 제품을 판매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체 PB 상품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의 다이소와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앞서 또 다른 중국판 다이소인 '미니소'(MINISO)가 국내 시장에 발을 내딛은 바 있다.
미니소는 과거 가성비 생활용품점 콘셉트로 국내 진출했지만 '짝퉁 다이소'라는 꼬리표가 붙으면서 민심이 돌아서자, 한국 시장에서 떠났다. 이후 지난해 3월 미니소코리아를 설립하고 100% 수입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하며 재진출했다. 같은 해 12월 대학로에 1호점을 시작으로 올해 초 홍대점을 열며 다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알리, 테무 등 중국발 이커머스 플랫폼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오프라인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C커머스 전반에 깔린 '품질과 소비자보호'의 불신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가격은 낮지만, 품질 논란·위조품 우려·개인정보 유출 문제 등 구조적 리스크가 반복되며,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조심스러운 선택지로 남아 있는 것이다. 확산 속도에 비해 신뢰 회복은 더딘 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플랫폼들이 품질 논란과 개인정보 유출 등 각종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확장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도 "강력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C커머스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질 경우, 국내 기업들이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 상황에서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브랜드들의 움직임을 국내 유통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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