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점' 지원도 무용지물, 4이닝 5실점 '조기강판'…ML 레벨은 아닌가? 고개 숙인 日 퍼펙트괴물 "책임감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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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사사키 로키./게티이미지코리아LA 다저스 사사키 로키./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책임감을 느낀다"

LA 다저스 사사키 로키는 1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투구수 61구, 5피안타(2피홈런) 2볼넷 5실점(5자책)으로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지난 스토브리그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던 주인공인 사사키는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이후 6경기 연속 단 1승도 손에 넣지 못했다. 시즌 초반에는 들쭉날쭉한 제구로 인해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4월부터 투구 내용이 눈에 띄게 좋아지기 시작했을 땐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불펜 투수들이 다잡았던 경기를 놓치는 경우들이 반복됐다.

그러던 지난 4일 사사키는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를 상대로 5이닝 3실점(3자책)을 기록했고, 타선의 지원과 불펜의 도움까지 받으며 감격적인 데뷔 첫 승을 손에 넣었는데, 이날 등판은 다잡았던 경기를 스스로 날려먹을 뻔했다. 11-11로 팽팽하게 맞선 9회초 오타니 쇼헤이가 결승 스리런홈런을 터뜨리지 않았다면, 다저스는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할 수도 있었다.

사사키는 1회 경기 시작과 동시에 한 점의 지원을 받은 채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1회말 선두타자 코빈 캐롤을 3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경기를 시작했는데, 이후 투구 내용은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뒤 코빈 캐롤을 상대로 6구째 94.8마일(약 152.6km) 직구를 공략당해 동점 홈런을 허용하더니, 조쉬 네일러에게 2루타를 맞은 뒤에는 에우제니오 수아레즈에게 역전 투런포까지 맞았다.

사사키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는 160km를 넘나드는 패스트볼. 하지만 이날은 경기 초반 직구 구속이 150km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컨디션이 상당히 좋지 않아 보였다. 그래도 다저스가 2회초 공격에서 2점을 뽑아내며 다시 동점을 선사했고, 사사키는 2회말 수비에서 실점 없이 애리조나 타선을 묶어냈다. 그리고 다저스 타선은 3회초 공격에선 무려 5점을 쓸어담으면서 사사키의 어깨에 힘을 실었다.

LA 다저스 사사키 로키./게티이미지코리아LA 다저스 사사키 로키./게티이미지코리아

이에 사사키는 3회말 수비에서 케텔 마르테를 우익수 뜬공, 파빈 스미스를 좌익수 뜬공, 네일러를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첫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4회말 이닝 시작과 동시에 수아레즈에게 2루타를 맞으며 위기 상황에 놓이더니, 1사 3루에서 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의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3루 주자의 득점을 허용하며 4실점째를 기록했다. 이후 투구도 불안했다.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꾸며 주자가 모두 사라진 상황에서 사사키는 알렉 토마스에게 몸에 맞는 볼, 후속타자 헤라르도 페르도모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또다시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그래도 사사키는 캐롤을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는데, 5회말 선두타자 케텔 마르테에게도 볼넷을 헌납하며 흔들리자, 다저스 벤치는 가차 없이 사사키를 강판시켰다.

그리고 이 볼넷은 결국 실점으로 연결됐다. 사사키에 이어 나온 앤서니 반다가 만루 위기를 자초, 구리엘 주니어에게 동점 그랜드슬램을 허용하면서 사사키의 자책점은 5점까지 치솟았고, 다저스도 다잡았던 경기를 놓칠 뻔했는데, 11-11로 맞선 9회초 오타니가 천금같은 스리런홈런을 폭발시키며 가까스로 승리를 손에 쥐었다. 사실상 오타니가 사사키를 구원해준 셈이었다.

다저스는 시즌 초반 사사키에게 6일 휴식 등판의 로테이션을 제공했는데, 최근 부상자들이 발생하면서, 이날 사사키는 5일 휴식만 취재한 채 마운드에 올랐다. 이 여파로 구속도 나오지 않고,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던 것일까. 일본 '산케이 스포츠'에 따르면 경기가 끝난 뒤 사사키는 '첫 5일 휴식 등판의 여파인가?'라는 물음에 "6일 휴식 등판일 때도 불펜에 들어가는 타이밍은 이번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조절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5일 휴식 등판이 퍼포먼스에 영향을 준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LA 다저스 사사키 로키./게티이미지코리아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사사키는 홈런을 맞은 장면에 대해 "직구의 힘이 부족했다. 첫 타자(캐롤)를 상대론 원하는 공에 던졌지만, 단순히 구위가 약했다. 두 번째(수아레즈) 타자는 몸쪽을 노리는 상황에서 힘없는 공이 가운데로 몰리면서 맞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사사키의 최고 구속은 94.8마일(약 152.6km), 평균은 92.8마일(약 149.3km)에 불과할 정도로 공에 힘이 없었다.

사사키는 "느끼고 있는 건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명확하게 그게 이유라고 잘라서 말할 순 없다. 한 번 더 돌아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코치들과 상의하고, 복기를 하면서 다음을 준비하겠다"며 '구속을 낮추고 제구 위주로 던진 것인가?'라는 물음엔 "그런 것은 아니다. 불펜에서부터 강하게 던지지 못했다. 조정 문제였는지 모르겠지만, 그 상태로 경기가 시작됐다. 그리고 투구를 하면서 몸이 풀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시차도 거의 없어서 수면도 잘 취했다. 그런 부분에선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경기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던 것. 사사키는 "오늘 내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던 가운데, 초반에 8점을 내줘서 반드시 이겨야 했다. 그런 상황을 만든 건 나였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낀다"며 "그래도 팀이 이겨서 정말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시절엔 '최고'로 손꼽혔던 사사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아직 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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