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32] 대선판이 요동친다

시사위크
사진은 지난 4월 24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마련된 선거종합사무실에서 선관위 직원들이 예비후보 등록 현황판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사진은 지난 4월 24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마련된 선거종합사무실에서 선관위 직원들이 예비후보 등록 현황판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6·3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선거가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유력 대선 주자가 하루 아침에 피선거권 박탈 위기에 놓였고, 파면된 대통령 자리를 대신하던 한덕수 권한대행은 돌연 사퇴하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게다가 최종 대선 후보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국민의힘은 빅텐트 단일화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 대법, 희대(稀代)의 정치개입 논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던 유력 후보가 바람 앞에 등불이 됐다.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검찰 기소 2년 8개월 만에 대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1심은 2년이 넘게 걸려 유죄(징역 1년‧집행유예 2년 선고)를 선고했고, 2심은 4개월 만에 무죄로 결과를 뒤집었다. 그리고 대법원은 36일 만에 또다시 원심의 무죄를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번 상고심 판결은 전례 없는 속도전이 펼쳐졌다. 심리부터 선고까지 그야말로 ‘질주’ 그 자체다. 지난 3월 28일 검찰의 상고가 접수된 이후 전원합의체에 회부된지 9일 만에 판결이 선고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6~7만 쪽에 달하는 사건기록을 9일 만에, 그것도 두 번의 심리로, 무죄에서 유죄로 결론을 바꾸는 판결을 했다. 절차적 정당성에 물음표가 생기는 순간이다.

사진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장내 정돈을 선언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이를 두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2일 논평을 내고“사건기록과 당사자의 주장을 충분히 검토하기도, 법관들 사이의 합의를 충분히 도출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며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조희대 대법원장 포함 10인의 대법관이 자신들이 가진 정치적 입장에 따라 선고를 강행한 것이 아닌지 하는 의구심까지 갖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이 불과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 명백한 판결을 졸속으로 선고한 대법원의 ‘정치적 행보’는 사법부에 대한 근본적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다”며 “사실관계와 법리가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채 숙의 없이 내려진 이번 판결 선고는 사법작용이 아닌 정치행위이며, 판결을 가장한 대법원의 정치개입이다”라고 규탄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그동안 공직선거법 6‧3‧3(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 이내) 원칙을 강조한 바 있지만, 이미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1심과 2심에서 그 기한을 넘겼다. 그때까지 아무런 말이 없던 조희대 대법원장은 상고심 재판부(대법관 4인으로 구성된 소부)에 배당한 당일 곧바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속전속결로 결론을 냈다. 결국 3심만 기한을 지킨 외관을 만든 셈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심리절차에 관한 내규에 따르면 대법원장은 대법관들의 의견을 들어 전원합의체 심리를 위한 합의기일에서 심리할 사건을 지정해야 한다. 사건 지정은 적어도 합의기일 10일 전까지 이뤄져야 한다. 다만 신속한 심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바로 지정할 수 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법률대리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는 유튜브 ‘오마이TV’와의 인터뷰에서 대법원의 판결을 두고 “헌법과 법률을 걷어찬 판결문”이라며 “대법원장은 명백하게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 정신을 위반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한덕수 출마, 국힘 경선은 '반이재명 빅텐트' 전초전

유력 대선 주자의 사법적 이슈가 불거진지 불과 1시간 후인 1일 오후 4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사표를 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저는 이제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직을 내려놨다”며 “존엄한 시기 제가 짊어진 책임의 무게를 생각할 때 이러한 결정이 과연 옳고 또 불가피한 것인가 오랫동안 고뇌하고 숙고한 끝에 이 길밖에 길이 없다면, 그렇다면 가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사진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한덕수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됐을 당시 ‘국정 공백 방지’와 ‘국정 현안 산적’을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조속한 탄핵 결정을 요구한 바 있다. 그리고 헌재의 탄핵 기각으로 87일 만에 권한대행 자리로 돌아와 “자신의 모든 지혜와 역량을 쏟아붓겠다”며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24일, 권한대행직에 복귀하고 38일 만에 다시 직을 던졌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동작갑 당협위원장인 장진영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복귀 불과 한 달 만에 던져버릴 자리를 위해 그렇게 총리 복귀를 외쳤던 것인가”라며 “여당에서 멀쩡히 경선을 치르고 있는 판에 끼어들기 위해 던져버려도 될 만큼 국가원수이자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자리가 가벼운 자리인가”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직을 던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2일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대통령 임기 첫날 개헌 지원기구를 만들어 3년 내 개헌을 완료하겠다는 것이 출마의 변이다. 한덕수 전 총리의 대선 출마로 대선판이 다시 크게 흔들리게 됐다.

3일 국민의힘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전 대표가 양자 대결을 통해 최종 대선후보를 선출하지만 ‘반이재명 빅텐트 구성론’이 급부상하면서 최종후보자가 누가 될지는 미지수가 됐다.

국민의힘은 8명의 후보로 시작해 1차 경선에 4인으로, 2차 경선에서 2인으로 후보를 선출했다.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진행하며 치열하게 경쟁을 한 경선후보들은 또다시 한덕수라는 무소속 후보를 만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의힘 경선은 끝이 아닌 시작이 됐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대선 D-32] 대선판이 요동친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