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부부의 청양 귀농 실전노트(52)] 이제는, 나 혼자 농사짓는다

시사위크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아내가 직장을 얻으면서 이제는 나 혼자 농사를 담당하게 됐다. / 청양=-박우주
아내가 직장을 얻으면서 이제는 나 혼자 농사를 담당하게 됐다. / 청양=-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귀농을 하고 2년차가 됐을 때, 우리는 ‘크게 농사지을 게 아니라면, 다양한 부가수익을 창출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재배한 농산물을 수확 때만이 아닌 1년 내내 팔기 위해 가공 상품을 만들었다. 또 농장 홍보를 위해 유튜브를 하고, 귀농관련 강의 섭외가 들어오면 강의도 하고, 우리 경력을 살려서 방과 후 강사활동도 하고, 시간이 남는 농한기에는 알바까지 하면서 부가수익을 내려고 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농사를 크게 하면 평생 농사만 지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 농업을 작게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재밌게 돈을 벌며 부가수익을 내보자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하우스가 무너지고, 지난해 부가수익이 크게 줄어들기도 하면서 우리는 수입에 큰 변수가 생기게 됐다. 심지어 당장 내년부터는 귀농귀촌창업대출 원금을 갚는 시기가 온다. 때문에 올해 반드시 확실한 수입원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많은 고민 끝에 아내가 직장을 다니기로 결정했다.

청년이 귀농을 하면 청년창업농을 무조건 생각할 것이다. 선정이 되면 3년 동안 매월 돈을 받는 대신 6년 동안 일을 할 수 없다. 아내는 청년창업농에 선정됐었는데, 이달을 끝으로 6년의 기간이 지나 직장을 다닐 수 있게 됐다. 

반면, 나는 귀농창업대출을 받았는데 그걸 받으면 15년 동안 농업 외 직장을 다닐 수 없다. 빚을 다 갚는다면 가능하다. 이런 이유도 있고, 아무래도 농장에 혼자 있어야 하는 등의 여러 문제와 상황들을 고려했을 때 내가 농사를 맡는 게 맞다 생각했다. 

아내의 직장을 찾아보기 시작한 건 3월 말부터다. 아내는 음악을 전공하다 7년 동안 농사를 지었다. 처음엔 구직활동이 막막하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3월까진 농한기라 더더욱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았다. 도시에선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많은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이곳은 그렇지도 않다.

그래도 나름의 방법은 있었다. 청양군 홈페이지엔 채용공고와 일자리정보망이 있다. 몇 년 전부터 지방소멸과 인구감소를 막는 차원에서 운영 중이다. 여기서 청양군에 있는 기업 구인공고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시골엔 어떤 일자리가 있을까. 크게 세 곳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공무직이다. 사람이 많지 않은 시골에도 공공기관과 공기업은 무조건 있다. 거기서 일할 인력도 꼭 필요하다. 공무원은 아니라서 시험까지 볼 필요는 없지만 서류심사와 면접 등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자격증이 있으면 유리하다. 참고로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무직에 있었다.

다음은 농업회사다. 퇴비와 비료, 식품 등을 만드는 곳이나 영농법인에서 생산직과 사무직 등을 구한다. 파트타임 알바로도 많이 구하는데,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았다. 특별한 스펙이 없어도 일자리를 구하는 게 어렵지 않고, 지게차나 굴삭기 자격증이 있으면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음식점이나 카페, 요양원 등의 사업장이다. 이런 일자리는 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구인을 많이 하는 시기는 보통 1~4월인 듯하다. 계약직이 많아서 이때쯤 구인이 많아지는 것 같았다.

혼자 농사일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지만, 더 강한 책임감과 기대감도 생긴다. / 청양=박우주

이왕 직장을 구하기로 한 만큼, 미래에 도움이 되고 성취감도 얻을 수 있는 곳을 찾고 싶었다. 열심히 알아본 끝에 2곳에 이력서를 넣었다. 다행히 결과는 좋았다.

아내의 새 직장은 ‘충남 사회적경제 지원센터’라는 곳이다. 9월까지만 하는 계약직이지만, 귀농 후 첫 직장인만큼 경험에 무게를 뒀다. 또 우리 농장이 9월부터 바쁠 시기라 그때까지 일한 뒤 농사일을 도울 수 있는 점도 생각했다.

이력서는 온라인으로 접수했고, 2곳 모두 서류심사는 통과했다. 아마 지원자가 적어서 서류심사는 웬만하면 통과되는 것 같았다. 문제는 면접인데, 충남 사회적경제 지원센터의 경우 경쟁률이 6대1로 만만치 않았다.

면접에선 그동안 우리가 해온 블로그와 유튜브 등의 활동이 도움이 됐다. 사회적경제 지원센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회문제의 대안으로 제시된 사회적경제를 추구하는 곳이다. 이윤보단 사람에 더 가치를 두고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협동조합 등을 지원 및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귀농해서 ‘생명을 살리는 농업’을 가치로 삼고 시작했고, 블로그나 유튜브를 통해 우리의 새 터전인 청양군과 지역 내 기업 및 사람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런 활동들이 사회적경제 지원센터가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했고, 아내는 합격해 4월 초부터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활동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인구감소나 지방소멸 등의 여러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좋은 직장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일을 해본 적도 없고 합격할거란 기대도 없었다. 면접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경험이나 해보고 오자는 마음이었는데 합격이 돼서 둘 다 깜짝 놀랐다. 근무를 시작한 뒤에도 아내는 일이 잘 맞는지 자격증을 딸 생각을 하고 있다. 

이렇게 아내가 직장에 다니는 큰 변화를 겪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수도권에서 조금만 벗어나고 돈에 대한 욕심을 살짝 내려놓으면 여러 사회적 문제들이 해결될 텐데 하는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선 단순히 귀농을 하는 청년들만이 아니라 탈 수도권하는 청년들을 위한 획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제 나는 혼자다. 혼자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직 2주 지났고, 가족들이 한 번 와서 일을 도와준 덕분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5월부터 돌입하게 될 농번기에 혼자 해낼 수 있을지, 얼마나 힘들지 가늠도 안 된다. 그래도 7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할거라 생각하고 기대도 된다. 

특히 혼자 운영 가능한 농장을 만들고 싶어서 우리가 농사짓고 있는 작물의 고수들을 찾아보고 연구하며 농장을 세팅하고 있다. 어쩌면 하우스가 무너진 게 독이 아닌 득이 된 건가 싶기도 하다. 확실한 변화가 필요한 2025년, 우리에겐 이미 엄청난 변화가 시작됐다. 7년 동안 매일 붙어 있다 떨어져 지내는 것부터 어색하지만, 생각보다 아내도 적응을 잘하고 있고 나도 혼자 농장을 책임진다는 생각에 책임감이 강해지고 아이디어도 샘솟는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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