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올해 1분기 항공편을 이용해 제주도를 방문한 여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약 14% 하락한 수를 기록했다. 1분기 기준 제주도 방문객은 2023년 고점을 달성한 후 2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는데, 이는 내륙과 제주도를 잇는 항공편 수 감소와 제주도의 높은 물가, 그리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외여행 비용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 1분기 내륙→제주 노선 여객, 전년 동기 대비 14%↓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의 항공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내륙에서 항공편을 이용해 제주도를 찾은 여객은 총 275만3,469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약 319만명) 대비 13.7% 감소한 수치다.
특히 올해 1분기 항공편을 이용해 제주를 방문한 여객 수는 코로나19가 확산해 여행 및 일상생활에 제약이 있었던 2020년 및 2021년을 제외할 경우 2015년 1분기(255만6,688명) 이후 최저치다.
2015년 이후 1분기 기준 제주 방문객은 △2016년 약 289만명 △2017년 309만명 △2018년 307만명 △2019년 322만명 등 대체로 성장세를 기록했고, 코로나를 겪으면서 2020년과 2021년 감소세를 기록했지만 2022년부터 다시 회복세로 돌아섰다. 2022년 1분기 항공편 기준 제주 입도객 수는 330만명을 기록했으며, 2023년 1분기에는 336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2024년 들어 제주 방문객이 줄어드는 분위기가 감지됐고 지난해 1분기 제주 방문객은 319만명, 올해 1분기에는 275만명으로 감소한 것이다.
제주 방문객이 줄어든 시점은 2023년 2분기께부터다. 항공사들은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이 제한되자 2020년부터 항공편을 내륙∼제주 등 국내선에 집중 배치했는데, 2023년 들어 해외여행이 점차 자유롭게 되자 항공편을 국제선으로 재배치하면서 제주 노선 항공편이 줄어들었다. 이와 함께 제주 노선 여객 수도 함께 줄어들기 시작했다.

실제로 2023년 1분기 국내선 내륙→제주 항공편은 전년 동기 대비 1,100편 이상 줄었으며, 2023년 2분기와 3분기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제주행 항공편 수가 약 1,500편 감소했다. 2023년 4분기도 전년 동기 대비 제주행 항공편 운항 횟수가 약 850회 줄었다. 제주 노선 항공편이 줄어든 만큼 공급석이 감소했고, 소비자들의 항공편 스케줄 선택에도 불편이 가중돼 여객 수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2024년 1분기 제주행 항공기 운항편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약 3% 줄었고, 올해 1분기도 2024년 1분기 대비 제주행 운항편이 약 11%(2,083편) 줄었다.
여기에 제주도의 물가가 비싼 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 제주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5.9%, 2023년 3.0%, 2024년 1.8% 등으로, 동기간 전국 평균 물가 상승률 2022년 5.1%, 2023년 3.6%, 2024년 2.3%와 비교할 시 2022년 이후에는 전국 평균 물가 상승률을 밑도는 현상이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제주도 물가 상승률도 2.3%로, 전국 평균 상승률 3.0%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만 여행객들 사이에서 제주도 여행 시 식비와 숙박비에 대한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물가상승률과 달리 호텔·리조트 숙박비는 국내 타 지역이나 해외에 비해 비싼 편으로 평가되며, 특히 성수기 기간에는 비수기나 평수기 대비 숙박 요금이 1.5배 수준을 기록하는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알려진다.
렌터카 업계의 들쭉날쭉한 가격 책정도 제주도 여행객들의 불만 사항 중 하나다. 특히 성수기 렌터카 비용은 하루(24시간) 기준 10만원이 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박 3일 일정인 경우 렌트 비용만 30만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또한 관광객들 방문객이 많은 제주도 지역 일부에서는 식비 부담도 상당하다. 제주도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1인 기준 한끼 식비가 2만원이 넘는 곳이 대부분이라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 경우 2인 기준 한끼 식사를 적게 잡아도 3∼4만원부터 5만원대 정도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카페에서 음료와 간식을 이용할 경우 2만∼3만원 수준이 평균으로 알려진다. 하루 최소 8만∼10만원 정도가 식비로 지출되는 셈이다. 여기에 저녁 한끼를 흑돼지나 말고기, 갈치구이·조림 등 제주 특산 메뉴로 선택하면 식비는 더 증가할 수도 있다.
실제로 제주관광공사가 ㈜메트릭스에 의뢰해 진행한 ‘2024 제주특별자치도 방문관광객 실태조사 정량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내국인 7,000명 가운데 절반 이상(50.9%)이 ‘1인당 개별 식음료비 지출’ 항목에서 20만원 이상을 선택했다. 또한 제주 여행 시 불만족 사항으로 ‘물가가 비싸다’는 답을 한 비율은 61.2%(4,284명)에 달했다.
또한 6,979명의 응답자 중에서 제주도 여행 간 ‘여행 경비’에 대해 매우 불만족을 표한 비율은 12.3%, 불만족은 22.6%로 ‘불만족률’은 35.0%에 달한다. 점수로는 5점 만점 중에서 평균 2.93점으로, 2022∼2023년 3.16점, 3.14점에 이어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제주 여행경비 만족도 점수는 코로나 시국이었던 2020년 2.92점, 2021년 2.82점 등과 큰 차이가 없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는 해외여행이 제한돼 여행객이 제주도로 집중됐는데, 이 기간 제주도 일각에서는 바가지 영업이 성행했던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제주 물가가 비싸다고 느낀 것은 비단 내국인들뿐만이 아니다. 설문에 참여한 4,020명의 외국인들 가운데에 23.4%(940명)가 ‘제주도 물가가 비싸다’고 답했다. 이는 ‘언어 소통 불편(27.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제주 여행 간에 숙박비와 차량 렌트비, 식비 부담이 적지 않다고 판단한 여행객들은 오히려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로 눈을 돌린다. 항공권 비용 차이만 감내하면 순수 여행 비용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한국인 등 일부 국적 여권 소지자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나섰다. 덕분에 올해 중국 여행을 계획 중인 여행객이라면 사증(비자)을 발급 받지 않고 보다 편리한 여행이 가능하다. 실제로 올해 1분기 한중노선(왕복 기준) 이용 여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2.4% 증가한 351만명으로 집계됐다.
중국 여행 물가는 지역에 따라 약간 차이는 있으나 서울과 비슷하거나 저렴한 수준이라는 게 대다수 여행자들의 중론이다. 베이징(북경)이나 상하이(상해)에 비해서 하얼빈·칭다오·연태(옌타이)·대련(다롄) 등 지역이 여행 경비가 저렴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일본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100엔 기준 환율이 900원 안팎 수준을 오가면서 ‘엔저’ 효과를 톡톡히 누린 여행지다. 올해 들어 원화 가치 하락으로 엔화 환율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100엔당 1,000원 안팎 수준이다. 100엔당 900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와 비교하면 1만엔 환전 시 약 1만원 정도가 더 드는 수준이라 아직까지 여행에 큰 부담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항공업계가 일본 소도시 노선에 신규 취항하는 행보를 보여 도쿄나 오사카, 후쿠오카 등 대도시를 경험한 일본 N회차 여행객들은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소도시를 찾아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일본정부관광국에서 집계한 방일 외국인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수는 250만6,1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성장했다. 뿐만 아니라 1분기 방일 외국인들 중 한국인 비중이 가장 높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 외에도 동북아시아 국가인 대만을 비롯한 중화권, 동남아시아 베트남·필리핀·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를 찾는 여행객도 꾸준하다.
제주도를 찾는 여행객이 다시 늘어나기 위해서는 물가 안정이 급선무로 평가된다. 제주도에서는 도내 주요 외식 품목에 대한 가격 개선 작업을 진행하는 등 바가지 요금 근절을 추진하고 나섰다. 다만 자영업자들의 음식 가격 책정에 지자체가 직접 개입할 수는 없는 만큼 상인들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해 보인다.
최근 10년, 1분기 제주 노선 이용 여객 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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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4. 29 | 국토부 항공통계 |
일본정부 올해 1분기 방일 한국인 수 통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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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4. 29 | 일본정부관광국(JNTO) |
2024년 제주특별자치도 방문관광객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분석편, 통계편) https://data.ijto.or.kr/community/board-7/BM2024102314231701CMOX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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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4. 29 | 제주관광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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