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용’ 비만 치료제, 시장 판도 재편… 국내 제약사, 개발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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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치료제 시장이 경구용 신약 개발 성공으로 재편 조짐을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비만 치료제 시장이 경구용 신약 개발 성공으로 재편 조짐을 보인다. 국내 제약사도 이에 맞춰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2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일라이릴리는 최근 경구용 비만·당뇨 치료제 후보물질 ‘오포글리프론’의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오포글리프론은 식사나 물 섭취 제한 없이 복용할 수 있는 첫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약물이다. 기존 주사형 GLP-1 치료제 대비 복용 편의성을 크게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상 3상 결과 최대 7.3㎏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며 유효성을 입증했다.

이번 임상 결과가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글로벌 주요 제약사들이 부작용 문제로 경구용 GLP-1 비만 치료 후보물질 개발을 잇달아 중단한 상황에서 나온 성과이기 때문이다.

화이자는 다누글리프론의 임상 2상에서 간 독성 부작용 사례가 발견돼 연구를 중단했다. 암젠도 후보물질 AMG 513이 FDA(미국식품의약국)의 임상 보류 조치를 받으며 개발을 중단했다. 원인은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성분명 터자파타이드)가 양분하고 있다. 하지만 일라이릴리의 오포글리프론 임상 3상 결과 발표 이후 시장 판도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기준, 일라이릴리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89% 상승한 884.54달러(127만 2676원)에 마감했다. 반면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0.88% 하락한 62.08달러(8만9320원)를 기록했다. 경구용 비만 치료제 개발 기대감이 일라이릴리 주가 상승을 이끈 반면, 기존 주사형 치료제 중심인 노보노디스크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2024년 6억1500만달러(8843억원)에서 2032년 379억4000만달러(54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CAGR)은 25.5%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북미 시장이 전체의 약 66.7%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제약사도 이에 발맞춰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성규 기자

국내 제약사도 이에 발맞춰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약품은 ‘H.O.P 프로젝트’를 통해 GLP-1 기반 비만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GLP-1·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분비 폴리펩타이드) 기반 이중작용제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국내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종근당은 해외 파트너와 공동 연구를 진행해 GLP-1 유사체의 구조 개량과 흡수율 개선에 나서고 있다.

국내 기업은 기존 주사형 치료제의 한계로 지적된 복용 불편성과 부작용(구역질, 구토 등)을 개선하고, 복용 편의성과 대중성 확대를 통한 글로벌 시장 공략을 목표로 연구개발(R&D) 전략을 다변화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경구용 비만 치료제는 기존 주사형 제품 한계를 극복하면서 시장 대중화를 앞당길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제약사도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복용 편의성, 안전성, 차별화된 기전 확보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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