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6·3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기획재정부 개편 논의를 본격화 하는 모습이다. 예산 및 국고 기능을 쪼개 부처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겠다는 게 핵심이다. “기획재정부가 정부 부처 왕 노릇”을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인데, 문제는 오히려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 ‘예산 편성권’ 두고 갑론을박
정일영 의원을 비롯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제부처 개편 토론회’를 열고 기재부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기재부의 ‘막강한 권한’을 문제 삼았다. 정 의원은 “기재부가 역할을 제대로 못 하면서 굉장히 정치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이라고 지적했다. 박홍근 의원은 “모든 부처가 기재부의 예산 편성권 때문에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세부 내용은 추후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선 기재부가 가진 ‘예산 편성권’을 따로 떼어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생각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날(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최종 후보 선출 후 기자들을 만나 “(기재부가) 정부 부처의 왕 노릇하고 있다는 그런 지적이 상당히 있다”며 “권한이 집중돼 남용의 소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라고 했다.
1948년 정부가 수립되면서 ‘기재부’와 ‘기획처’로 출발한 기재부는 정권에 따라 개편 과정을 거쳐 2008년 이명박 정권 당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재정경제부의 금융 기능을 뺀 나머지 부분과 국무총리실 기획예산처를 통합한 것이다.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지만, 예산 집행 과정에서 잡음의 진원지가 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과 추경·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민주당 내 ‘기재부 폐지론’의 주된 배경이 됐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이 후보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기재부가 모든 부처의 상급기관인 국무총리 말도 안 듣고 청와대하고도 충돌한다”며 “이게 과연 국민주권주의에 맞는가 생각이 든다”고 언급하며 기재부 개편을 시사했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국무총리 산하 ‘기획예산처’를 신설해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이관하고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민주당의 생각과는 달리 이를 반대하는 논리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예산 편성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할 경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이 강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가 예산을 대통령이 마음대로 휘두르겠다는 발상”이라며 “이미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이제는 ‘곳간 열쇠’까지 대통령이 쥐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비단 대통령의 권한 강화 문제뿐만 아니라, 예산 집행 등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기재부의 권한이 애당초 이러한 효율성에 방점을 찍은 것인 만큼, 새로 개편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결정이 빨라지려면 장관 레벨에서 의사결정이 많은 부분 이뤄지는 구조가 위기 대응에는 맞다고 본다”며 개편론에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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