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체포하겠어"라는 그룹 아일릿(ILLIT)의 당돌한 외침 속에는 그동안 노래해 온 사랑 이야기의 기막힌 반전이 숨어 있다.
상대와 통한다고 굳게 믿었던 설렘이 실은 혼자만의 착각이었음을 깨닫고, 찰나의 부끄러움과 분노를 지나 쿨하게 털고 일어서기까지. 최근 발매된 아일릿의 미니 5집 'BREAK EVEN(브레이크 이븐)'은 데뷔 이래 이어온 풋풋한 음악 서사를 완전히 새로운 시각에서 비틀어낸 역작이다.
신곡 '체포하겠어' 뮤직비디오는 공개 직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영상 속 멤버들은 마음을 뒤흔들어놓고 상처를 준 '유죄남'을 쫓아 고군분투하는데, 영상 말미 가면을 벗고 정체를 드러낸 인물이 바로 배우 송강이었기 때문이다. 가죽 재킷을 입고 등장한 송강의 독보적인 비주얼은 '유죄남' 그 자체로 글로벌 팬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번 곡이 리스너들의 가슴을 파고든 진짜 이유는 비주얼을 넘어선 탄탄한 '서사의 힘'에 있다. 아일릿은 이번 앨범에서 쏟아부은 감정만큼 돌려받지 못하는 일방적인 관계를 '손익분기점(Break-even point)'에 빗댔다. 특히 미니 1~4집을 관통했던 사랑의 상징들이 이번 앨범에서는 착각과 배신의 단서로 전복되며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첫 번째 트랙 ‘Super in Love’에서는 친구들과 연애 상담을 나누다 일방적인 짝사랑이었음을 깨닫는다. 전작 ‘Tick-Tack’에서 어지럽혀진 옷장에 빗댔던 설레는 마음은 “못 입을 옷만 수백 개”라는 자조적인 가사로 변주되고, ‘jellyous’의 귀여운 질투와 ‘Cherish (My Love)’의 고백은 씁쓸한 흔적으로 남는다. 이어지는 ‘More’에서는 부끄러움이 분노로 치환된다. ‘빌려온 고양이 (Do the Dance)’에서 첫 데이트의 설렘을 대변했던 롤러코스터는 “김칫국에 roller coaster ride”가 되고, ‘IYKYK’의 둘만의 암호 같던 '최애 아이스티'는 상대의 기만적인 행동을 따져 묻는 증거가 된다.
그 분노가 정점에 달한 곡이 바로 타이틀곡 ‘체포하겠어’다.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와 강렬한 비트 위에서 아일릿은 "새콤달콤 jelly 알고 보니 smelly", "DM은 왜 보낸 건데", "말했지 습관성 친절은 범죄야"라며 모호한 태도로 어장관리를 일삼던 상대를 향해 단호하게 '유죄'를 선고한다. 하지만 결코 주저앉지 않는다. 마지막 트랙 ‘Pop’에서 실패한 썸을 훌훌 털어내고 다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은 데뷔곡 ‘Lucky Girl Syndrome’의 긍정적인 자기 확신과 맞닿아 있다.
이처럼 유기적인 스토리텔링과 음악적 변주는 글로벌 차트의 폭발적인 흥행으로 이어졌다. '체포하겠어'는 스포티파이 ‘톱 송 데뷔’ 차트 글로벌 1위, 미국 3위를 기록한 데 이어 애플뮤직 국내 차트 정상, 멜론과 벅스 등 주요 음원 차트 최상위권에 굳건히 안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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