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에서 맛본 음식을 넘어 한국을 기억할 선물로. 식품·유통업계가 익숙한 먹거리에 전통 문양과 공예, 지역의 이야기를 더하고 있다. 잡채 포장에는 자개 문양을, 라면에는 일월오봉도를 담고 음료에는 한지 굿즈를 결합하는 식이다. K푸드에 한국적인 멋을 입혀 선물·기념품으로 구매할 이유를 만드는 전략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수요를 겨냥한 상품은 물론, 국내 소비자에게 전통문화의 매력을 전하는 브랜드 협업도 이어지고 있다. 면세점과 호텔에서는 지역 식재료와 관광지의 이야기를 담은 먹거리를 기념품 매대에 올리며 판매 접점을 넓히고 있다.
◆잘 팔리는 잡채에 자개…관광객 구매 경험서 찾은 실마리
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슈퍼는 전날 '오뚜기(007310) 옛날 잡채 K-자개 에디션'과 '오뚜기 옛날 매콤잡채 K-자개 에디션'을 단독 출시했다. 기존 제품에 한국 전통 자개 문양을 적용한 포장을 더해 외국인 관광객의 선물 수요를 겨냥했다.

상품 기획의 실마리는 관광객들의 구매 경험에서 찾았다. 롯데마트는 외국인 고객이 방문 후기와 구매 품목을 소개하는 유튜브·SNS 콘텐츠를 통해 한국 라면과 잡채에 대한 관심, 선물용 구매 수요를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잡채는 파스타와 유사해 외국인에게 친숙하면서도 한국 음식이라는 특색을 갖췄다는 게 회사 측 분석이다. 판매 실적도 뒷받침됐다. '오뚜기 옛날 잡채'와 '오뚜기 옛날 매콤잡채'는 2025년부터 올해 10월까지 누계 기준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봉지라면 매출에서 각각 3위와 5위를 기록했다.
이 순위는 외국인 구매만을 집계한 수치는 아니다. 다만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점포에서 확인된 판매 성과에 온라인 구매 후기를 함께 참고해, 기존 인기 상품의 활용 범위를 여행 선물로 넓힌 것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출시한 '오뚜기 굴미역국라면'에도 한국적인 디자인을 적용했다. 국산 굴과 바지락·홍합 등을 활용한 제품 포장에 전통 회화인 일월오봉도를 모티브로 넣었다.
미역국라면 역시 선행 상품의 판매 성과를 토대로 개발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팔도&양반 미역국라면'은 2025년부터 올해 10월까지 누계 기준 외국인 특화 점포 10개점에서 라면 상품군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맵지 않은 미역국 콘셉트에 이어 굴을 활용한 신제품으로 선택지를 넓히고, 포장에도 한국적 특색을 더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상품의 맛뿐 아니라 한국적인 디자인과 문화적 요소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한국 전통 공예를 대표하는 자개 문양을 적용해 패키지 차별화를 꾀했으며, 한국적인 기념품이나 선물로도 선택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쌀·매실 음료에 소창·한지…전통 공예로 넓힌 브랜드 경험
웅진식품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아침햇살'과 '초록매실'의 한국공예 에디션을 선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기업연계 전통문화상품 개발' 사업의 일환이다.

롯데마트가 외국인 관광객의 선물 수요에 초점을 맞췄다면, 웅진식품은 장수 브랜드와 전통 공예의 연결을 시도했다. 음료의 원료인 쌀·매실과 전통 생활 소재인 소창·한지를 함께 구성해 익숙한 제품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했다.
패키지에는 디자인 스튜디오 툴프레스의 손그림을 적용했다. 쌀과 매실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필기체 문구를 더했다. 별도의 스페셜 패키지에는 소창 테이블 매트와 한지 연력, 한지 편지지 등 생활용품을 담았다.
음료를 마시는 경험에 일상에서 사용하는 공예 굿즈를 결합한 구성이다. 기존 브랜드를 알고 있는 소비자에게도 디자인과 실용성을 갖춘 선물로 선택할 여지를 넓혔다.
한국공예 에디션은 전국 편의점과 온라인에서 판매한다. 네이버 플러스스토어에서는 한국공예 에디션과 굿즈 패키지를 선보여 소비자 접점을 확대한다.
◆감태 디저트부터 지역 커피까지…관광기념품 매대로
먹거리를 여행 선물로 판매하려는 움직임은 면세점과 호텔에서도 확인된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23일 제주점에 한국관광공사의 관광기념품 브랜드 'K-SOUVENIR' 매장을 열었다. '2026 대한민국 관광공모전' 기념품 부문 수상작 21개 품목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감태 디저트 세트'와 '제주다시 꽃멜젓 분말' 등 식품도 포함됐다.
지역 식재료와 특색을 담은 먹거리가 관광기념품으로 유통되는 사례다. 제품을 개발하는 데서 나아가 관광객이 찾는 매장에서 실제 구매로 연결할 수 있도록 판로를 마련했다.
같은 날 문을 연 롯데면세점 김포공항점의 풀무원(017810) 브랜드관은 휴대성과 선물용 구성을 고려했다. 김치·국탕류를 개당 500g 내외의 제품 위주로 배치하고, '풀무원 노을해심 김 선물세트'와 올가홀푸드의 샌드웨이퍼·참기름·들기름 등도 함께 선보였다.
한국적인 디자인으로 관심을 끄는 것뿐 아니라 여행객이 이동 중 구매하고 가져갈 수 있도록 상품 구성과 판매 장소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호텔현대 바이 라한 울산은 지역 명소의 이야기를 담은 커피를 기념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호텔 내 '울산 굿즈 스토어'에서 선보이는 '울산의 서(書) 스페셜티 드립백 커피'는 간절곶과 태화강 십리대숲, 반구대 암각화의 이야기를 원두의 맛과 향으로 풀어낸 제품이다.
라한호텔에 따르면 이 상품은 해당 스토어 테마 매대에서 판매 1위를 기록했다. 가족 단위 투숙객뿐 아니라 업무차 인근 산업단지를 방문한 고객들도 구매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식품의 차별화 범위는 전통 문양을 활용한 포장에서 공예 굿즈와의 결합, 지역 이야기를 담은 관광상품으로 넓어지고 있다. 다만 디자인이 새로운 구매 계기를 만들더라도 지속적인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식품 본연의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기본적으로 맛이다. 상품 본연의 맛과 품질이 뒷받침돼야 외국인 고객의 지속적인 선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한국적인 디자인과 차별화된 패키지를 더해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자 한다. 앞으로도 외국인 고객의 취향과 수요를 반영해 차별화된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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