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제약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선 가운데 국산 신약이 가세하고, 국내 제약사들은 먹는 약과 패치형 치료제 등 차세대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의 경쟁 구도와 국내 기업들의 신약 개발 현황, 향후 과제를 상·하 두 편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국내 제약사가 차세대 비만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 1회 주사하는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글로벌 제약사는 먹는 비만치료제까지 상용화했다. 국내 기업도 새로운 투약 방식과 작용기전을 앞세워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2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과 대웅제약,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셀트리온 등은 자체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JW중외제약과 HK이노엔은 해외에서 개발된 신약을 도입해 국내 임상 3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달 첫 국산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 비만치료제가 허가를 받으면서 후속 신약 경쟁도 본격화했다. GLP-1은 음식을 먹으면 장에서 분비돼 혈당을 조절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이다.
◇ 먹는 약 상용화한 글로벌 제약사…국내 기업도 개발 경쟁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경구용 비만치료제 ‘위고비 필’ 허가를 받아 올해 1월 판매를 시작했다. 주사형 위고비와 같은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으로 하루 한 번 복용한다. 일라이 릴리도 지난 4월 경구용 GLP-1 치료제 ‘파운다요’(오르포글리프론)를 미국에서 출시했다. 파운다요는 저분자 화합물로 공복 복용 제약이 없다. 두 회사는 올해 상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국내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국내에서는 일동제약이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 ‘ID110521156’을 개발하고 있다. 파운다요와 같은 저분자 화합물 계열이다. 지난 6월 공개된 임상 1상에서는 기저질환이 없는 과체중 성인에게 28일간 투여한 결과 200㎎ 투여군의 평균 체중 감소율이 9.88%로 나타났다. 위약군은 3.1% 감소했다. 내년 1분기 임상 2상 시험계획 제출이 목표다.

◇ 패치부터 다중작용제까지…차세대 비만치료제 개발 확대
대웅제약의 ‘DWRX5003’은 세마글루타이드를 미세한 바늘로 피부에 전달하는 마이크로니들 패치다. 지난해 9월 식약처에서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고 올해 5월 첫 시험대상자를 등록했다. 건강한 성인 72명을 대상으로 체내 흡수율과 안전성 등을 평가한다. 패치는 주사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약물 전달의 안정성과 대량생산 시 품질 균일성을 확보해야 한다.
한미약품은 이달 7일 ‘에페’ 허가를 받은 데 이어 후속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삼중작용제 ‘HM15275’는 GLP-1·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폴리펩타이드)·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해 체중 감량 효과를 높이도록 설계됐다. 이달 23일 국제 일반명이 ‘잔트루타이드’로 확정됐다.
HM15275는 지난해 9월 FDA에서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으며, 앞선 1상에서는 4주 반복 투여 최고 용량군에서 위약 대비 평균 4.81%의 체중 감소를 확인했다. 2상 종료 시점은 내년 상반기로 예상된다.
또 다른 후보물질 ‘HM17321’은 CRF2(부신피질자극호르몬방출인자 2형)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UCN-2(유로코르틴-2) 유사체로, 체지방을 줄이면서 근육량 유지·증가를 목표로 한다. 지난해 11월 FDA에서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지난 8월에는 로슈 자회사 제넨텍과 최대 23억달러(약 3조1892억원) 규모의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제넨텍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개발·제조·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관계사 메타비아와 GLP-1·글루카곤 이중작용제 ‘DA-1726’을 개발하고 있다. 임상 1상에서 48㎎ 투여군의 54일차 평균 체중 감소율은 9.1%였다. 메타비아는 추가 임상의 투여 기간을 16주에서 24주로 늘렸으며, 16주 주요 결과는 올해 4분기, 24주 결과는 내년 1분기 발표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네 가지 표적에 작용하는 ‘CT-G32’를 개발 중이다. 체중 감량 효과를 높이면서 근손실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재 쥐와 원숭이 대상 비임상 독성시험을 진행 중이며, 11월 연구 결과 공개와 내년 2월까지 임상 1상 시험계획 제출을 추진한다. 경구용·장기지속형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 해외 신약 도입으로 국내 임상 3상 추진
국내 제약사는 해외에서 개발된 비만치료제를 도입해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는 전략도 택하고 있다. 초기 신약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해외 임상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내 임상 3상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JW중외제약은 지난 4월 중국 간앤리 파마슈티컬스에서 ‘보팡글루타이드’의 국내 독점 개발·상업화 권리를 도입했다. 2주에 한 번 투여하는 GLP-1 주사제로, 지난 8월 비만·과체중 성인 300명 대상 국내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신청했다. 12월 시작해 2029년 3월 종료가 목표다. 중국 임상 3상에서는 52주 투여 후 48㎎군의 평균 체중 감소율이 18.54%였다.
HK이노엔은 중국 사이윈드바이오사이언스에서 도입한 ‘에크노글루타이드(IN-B00009)’의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cAMP(고리형 아데노신 일인산) 신호 전달 경로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도록 설계한 GLP-1 치료제다. 중국 임상 3상 최고 용량군에서는 48주 투여 후 평균 15.4%의 체중 감소율이 보고됐다. 중국에서 올해 1월 당뇨병, 3월 비만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국내에서는 올해 1월 목표 시험대상자 313명 모집을 완료했으며 연내 투약 종료를 목표로 한다.
글로벌 제약사가 주사제와 경구제로 시장을 선점한 만큼, 후발주자인 국내 기업이 어떤 차별점을 확보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비만치료제는 체중 감량 효과뿐 아니라 부작용과 투약 편의성, 가격 등 여러 요소가 처방에 영향을 미친다”며 “국내 기업들이 개발 중인 치료제도 임상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은 물론, 기존 제품과 비교해 환자들이 선택할 만한 강점을 갖춰야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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