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추진을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김민석 대표를 중심으로 탄핵에 대한 신중한 입장이 유지되자, 친청계(친정청래) 등 탄핵 강경파가 ‘속도전’을 강조하며 김 대표 압박에 나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지지층 사이에선 갈등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강성 지지층은 김 대표를 향해, 친명계(친이재명계)에선 정청래 전 대표를 향한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 압박 수단이던 ‘탄핵 카드’, 이번엔 ‘갈등 불씨’로
지난주 김 대표가 조 대법원장 탄핵 논의를 공식화한 후부터 당내에선 ‘신중론’과 ‘속도전’의 의견이 공존하면서 탄핵 추진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당 지도부는 탄핵 추진 전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우선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조 대법원장의 탄핵 근거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도부의 방침에 역풍을 우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정 전 대표는 즉각 “정치는 타이밍”이라며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는 전날(21일) 페이스북에 2024년 12·3 불법 비상계엄과 지난해 발생한 서부지법 폭동 사태 당시의 조 대법원장 행보와 대법원이 지난 대선 직전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점, 조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 거부 사태 등을 언급하며 “그의 행보는 대법원장으로 계속 직무를 수행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의 선서 거부, 최근 국정감사에서 제기되었던 업추비(업무추진비) 문제까지 그의 오만한 태도와 ‘모르쇠로 버티기’하는 몰염치 그 자체가 헌법정신 위반”이라며 “이러다가는 김건희도 석방돼 대로를 활보하게 생겼다”고 했다.
이에 정 전 대표는 “아마도 김건희가 석방돼 풀려난다면 그때 ‘민주당은 조희대를 탄핵하지 않고 무얼 했느냐’는 강력한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민주당이 멈칫거릴 이유가 없다. 후폭풍 운운하며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봤자 국민은 민주당의 의도를 눈치채고 있다”고 밝혔다.
친청계인 최민희 최고위원도 “조희대 탄핵 신중론을 존중하지만 동의하기 힘들다. 조희대 탄핵 사유가 넘치기 때문”이라고 했고, 한민수 최고위원도 같은 날 SBS 라디오에 나와 “우리 당이 신속하게 의견을 취합하고, 거기에 따라 탄핵소추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범여권인 조국혁신당도 최근 조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을 공개하고 민주당을 향해 동참을 압박하고 있다. 김준형 원내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조사가 탄핵을 미루는 명분이 돼서는 안 된다”며 “국정조사와 탄핵소추는 병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 김 대표는 신중한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는 이날 유튜브채널 ‘민주당TV’에서 “국민과 함께 여론과 같이 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국민적인 설득과 동의를 높여가는 것 또한 저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자신을 향한 압박에 대해선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탄핵 추진 사례를 언급하며 “말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속도전보단 설득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당내 의원들 사이에선 신중론을 넘어 ‘불가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홍기원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나와 조 대법원장이 사법부 수장인 상황에서 직무를 정지시킬 경우 재판 진행에 문제가 생기고, 국민의 걱정도 커진다는 점을 설명하며 “(탄핵 추진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연희 의원은 전날 MBC 방송에 나와 탄핵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은 실익도 없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사법부, 대법원장까지 탄핵하게 되면 다수당이 행정부와 사법부를 다 탄핵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 권력 분립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고 오히려 다수당인 민주당의 독주와 폭주로 국민께서 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상황에 지지층 사이에선 갈등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친여 성향의 커뮤니티에선 ‘시간끌기, 탄핵 못 한다’, ‘탄핵 뜻이 없어 보인다’ 등 김 대표를 향한 비판 글이 게시됐다.
반면 친명계 사이에선 탄핵 압박 수위를 높인 정 전 대표를 향해 “(정 전 대표) 자신도 안 해놓고 이제 와서 ‘국민의 명령이다’(라고 하는 것은) 너무 한 것 아닌가”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이처럼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을 두고 민주당 내부 분위기가 복잡하게 흘러가면서, 그간 조 대법원장 압박과 내부 결집을 위해 활용됐던 ‘탄핵 카드’가 오히려 갈등의 불씨가 되는 모습이다. 다만 김 대표 측에서도 친청계와 조국혁신당의 탄핵 압박에 대해 “이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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