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윤혁 기자 국민의힘이 주52시간제 특례 포함 여부를 두고 두 갈래로 나뉜 더불어민주당의 법안 발의를 비판하고 나섰다. 하나의 쟁점에 찬반 양쪽 입장을 담은 두 법안을 내놓은 것은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행태란 지적이다. 민주당은 충분한 숙의를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지만, 국민의힘은 ‘면피용 해명’이라며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하고 있다.
◇ 국민의힘 “무책임한 양다리 입법”
민주당 박상혁 의원과 최기상 의원은 각각 지난 20일과 21일 ‘지방주도성장을 위한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초광역특구법)’을 대표발의했다. 이는 기존 ‘메가특구특별법’으로 논의되던 법안으로,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를 지정해 규제를 완화하고 재정·금융·세제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두 법안은 수도권 쏠림 해소와 지방 투자 촉진이라는 목적과 지원체계에서 큰 틀을 공유하지만 노동특례에서는 차이가 난다. 박 의원안에는 특구기업의 고소득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52시간제 예외 적용이 담겼다. 기간제 근로자 사용 기간 확대와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연장 등도 포함됐다. 반면 최 의원안은 이러한 노동특례를 제외하는 방향으로 마련됐다.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결정 책임을 피하려는 ‘입법 면피’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당내 이견과 각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대신 두 법안을 일단 내놓고 판단을 국회로 넘겼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2일 논평에서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도 ‘민주당안’”이라며 “결과가 어떻든 민주당은 책임질 일이 없다”고 꼬집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가 처리 시점을 못 박지 않고 충분한 숙의를 거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뿐 아니라 처리 시점까지 열어둔 것은 숙의를 명분으로 결정만 미루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임이자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책임한 양다리 걸치기 입법”이라며 “숙의라는 허울 좋은 말 뒤에 숨지 마라”고 말했다.
입법 방식에 대한 비판은 범여권 소수정당에서도 나왔다. 노동특례 도입에 반대하는 조국혁신당·진보당은 사회적 논의와 국회 심사 없이 노동특례를 추진해선 안 된다며 관련 조항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노동특례의 필요성을 두고는 국민의힘과 입장이 다르지만, 민주당이 이견 정리 없이 두 갈래 입법을 함께 내놓은 방식에는 이들 역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 산업부는 노동특례 도입 요구… 정부·여당 조율도 과제
노동특례, 특히 R&D 인력의 주52시간제 예외 적용은 ‘메가특구법’ 논의 단계부터 산업계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맞서 온 쟁점이다. 산업계는 글로벌 기술 경쟁과 R&D 현장의 특성을 고려해 근로시간 운용에 유연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반면 노동계는 근로시간과 산업 경쟁력 간 인과관계가 없을뿐더러, 장시간 노동에 따른 건강권 침해를 우려하며 반대해왔다.
이견은 정부와 여당 간에도 조율되지 않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의 ‘초광역특구법’ 관련 질의에 “노동 관련 예외 조항들이 반드시 포함돼서 갔으면 하는 게 저희들 바람”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노동특례 도입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여당이 당내 입장을 명확히 정리하지 못한 채 두 법안을 내놓은 것이다.
물론 법안 발의 이후 토론과 숙의를 통해 내용을 수정해 나가는 것은 통상적인 입법 과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법안 처리를 주도할 수 있는 다수 의석의 집권 여당이 쟁점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않은 채 상반된 두 법안을 내놓았다는 데 있다. 민주당의 설명대로 입법이 논의의 출발점이라면 이견을 좁힐 기준과 절차, 결론을 내릴 시점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한편 임이자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감사 직후 여야 연석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매듭짓자고 민주당에 제안했다. 향후 민주당이 이에 응할지, 또 노동특례를 어디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릴지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특례 도입을 촉구하는 국민의힘과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하는 민주당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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