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매파적 동결’ 긴축 장기화 무게…신현송 “성장·물가 압력 8월보다 강해”

마이데일리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 한국은행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성장과 물가 측면의 압력이 지난 8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때보다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앞선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으로 정책 여력을 확보한 만큼 10월에는 동결을 택했지만, 긴축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신 총재는 2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성장이나 물가 측면에서는 오히려 8월 회의 때보다는 강한 측면이 있다”며 “지금의 긴축적인 정책 기조를 계속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 오름세가 목표 수준까지 안정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계속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동결의 배경으로는 앞선 금리 인상의 효과를 들었다. 신 총재는 7월과 8월 두 차례 연속 금리 인상으로 국내 경제 여건에 맞춰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금리 인상에도 국내 금융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환율 안정과 주택가격 상승세 둔화 등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효과가 나타났다는 평가다.

신 총재는 8월 당시 선제 대응을 두고 “가래로 막아야 될 것을 호미로 막았다”고 표현한 데 이어 이번 동결을 “호미질의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상황에 쫓겨 급하게 정책을 조정하기보다 앞선 인상의 효과를 바탕으로 향후 경제 여건을 살필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성장 전망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신 총재는 한은이 지난 8월 제시한 2026년과 2027년 성장률 전망치인 3.3%, 2.9%보다 실제 전망이 상당 폭 높아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수정 전망치는 11월 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물가 측면에서는 내년 근원물가 상승률이 기존 전망치인 2.5%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외부 충격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비용 상승이 다른 품목으로 전이되는 과정과 소득 여건 개선에 따른 수요 측 압력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 총재는 두 요인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지만 수요 측 압력도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 환율 안정, 수입물가·취약계층 구매력에 도움

환율과 금융안정은 선제 인상의 효과가 나타난 분야로 제시됐다. 신 총재는 원/달러 환율이 지난 8월 기자간담회 당시 약 1380원에서 이날 간담회 직전 약 1325원으로 내려왔고, 최근에는 변동성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원화 가치는 과거 평균과 비교하면 여전히 약세라는 진단이다. 신 총재는 8월 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명목실효환율 지수가 약 89로, 장기 평균인 101을 밑돌았다고 밝혔다. 환율은 특정 수준에 도달하는 것보다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원화 강세는 수입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가계 구매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신 총재는 환율이 10% 강세를 보일 경우 가장 취약한 소득 1분위 가계의 구매력이 0.4% 이상 개선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원화 국제화도 진행 중이다. 올해 7월부터 시작한 24시간 원화 거래는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으며, 9월부터 시험 가동한 원화 역외 결제 시스템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결제 시스템은 내년 1월 가동할 계획이며, 거래량 변화 등 종합적인 효과는 본격 가동 이후 점검할 방침이다.

◇ AI 투자 확대에 중립금리 상승 가능성…재정은 지속가능성 고려해야

신 총재는 AI 데이터센터 등 관련 투자 확대에 따른 자금 수요를 글로벌 장기금리 상승의 배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그는 “지금 시장에서는 투자 재원 확보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다”며 AI 관련 기업들이 장기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하면서 국고채 발행과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투자 확대가 생산성 향상과 장기 성장률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중립금리도 높아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신 총재는 “성장률이 올라가면 금리도 같이 올라간다”며 “아직은 우리가 확답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조적 변화가 실제 중립금리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열어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관계에 대해서는 투자 목적의 재정 지출이 장기 성장률을 높인다면 반드시 통화정책과 엇박자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신 총재는 “단기적으로는 물론 총수요에 가세해서 물가 압력을 어느 정도 높일 수는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린다면 “엇박자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최주연 기자

다만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총재는 내년 예산안이 경제성장률을 약 0.5%포인트 높이고 물가를 0.06%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전지출의 재정승수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반영한 수치다.

그는 “일시적인 재원으로 지속적인 지출이 생긴다면 지속가능성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출이 지속되면 되돌리기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얼마나 되돌리기가 쉬운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 증시 조정은 소비에 영향…유류 가격 통제는 장기 부작용 유의

최근 주식시장 조정은 소비에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신 총재는 주가 하락이 자산효과를 통해 소비심리와 소매지출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주식 거래량 감소가 금융서비스 소비 통계에도 반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반도체 현물가격과 장기계약 가격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어 수출과 투자에 따른 소득 여건 개선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석유 최고가격제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유류 가격 상승이 다른 품목으로 전이되는 것을 억제해 소비자물가 안정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제도가 장기화하면 가격 구조를 왜곡하고 소비 억제를 어렵게 만들며 재정 부담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에너지 가격 보조가 장기간 지속되는 데 대해 여러 차례 우려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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