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여행 가방에 운동화를 넣고, 숙소를 예약하기 전 피트니스 시설 사진부터 살펴본다. 관광지와 맛집 사이에 러닝 코스나 퍼스널 트레이닝 수업을 넣기도 한다. 휴가에 운동이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모습이다. 헬스장을 뜻하는 짐(Gym)과 휴가(Vacation)를 결합한 ‘짐케이션(Gym-cation)’은 여행에서도 운동과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려는 흐름을 가리킨다. 쉬러 떠나는 여행에서 사람들이 다시 운동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카이스캐너는 지난 10월 14일 발표한 '트래블 트렌드 2027'에서 짐케이션을 주요 여행 흐름으로 소개했다. 한국인 여행객 1000명 조사에서 응답자의 31%, Z세대의 39%는 피트니스 시설을 기준으로 숙소를 적극 검색하고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실제 운동 참여율은 아니지만, 운동 환경이 숙소 선택의 기준으로 들어왔음을 보여준다. 어디를 방문하고 무엇을 먹을지에 더해, 어떻게 움직이며 시간을 보낼지도 중요해지는 것이다.
실제 서비스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된다. 웨스틴은 밴드와 요가 매트 등을 포함한 운동 장비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내 워커힐은 투숙객 대상 요가와 숲속 명상·스트레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스페인의 식스센스 이비사는 개인훈련과 야외활동, 회복·수면 요소를 결합한 체류형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하얏트는 피트니스 대회 하이록스(HYROX)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호텔 파트너로 참여하며 대회 참가와 숙박을 연결한다. 가벼운 활동부터 대회 참가까지 여행과 운동이 만나는 방식이 다양하다.
다만 서비스의 운영과 건강 효과의 입증은 구분해야 한다. 호텔 피트니스에서 근무했던 필자에게 짐케이션은 숙박시설과 운동 지도 현장을 연결하는 주제다. 호텔 피트니스가 체류 중 운동할 공간을 제공한다면, 현재 필자가 운영하는 센터에서는 그 선택이 호텔 밖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접한다. 외국에서 한국으로 휴가를 온 사람들이 센터를 찾아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는다. 여행 일정에 지역 운동시설과 지도자를 만나는 경험이 들어오는 것이다. 호텔 피트니스뿐 아니라 현지 러닝 코스와 운동 스튜디오까지 포함하는 짐케이션의 맥락과도 맞닿아 있다. 이때 지도자의 역할은 짧은 체류 기간에 운동량을 채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여행 일정과 개인의 상태를 고려해 운동과 여행을 함께 즐기도록 돕는 일이 중요하다.

휴식과 신체활동이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은 연구에서도 뒷받침된다. 2025년 『응용심리학 저널』에 발표된 메타분석은 32개 연구를 종합해 휴가와 직장인의 웰빙 사이의 긍정적인 관계를 제시했다. 휴가 중 활동과 회복 경험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에서는 업무로부터 심리적으로 벗어나는 경험과 신체활동이 웰빙에 유익할 가능성이 나타났다. 휴식의 가치를 움직이지 않는 시간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의무에서 벗어나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선택하는 경험도 회복의 일부로 바라볼 수 있다.
휴가에는 생활 리듬도 달라질 수 있다. 2023년 『국제 행동영양 및 신체활동 저널』에 게재된 연구는 호주 성인 308명을 13개월 동안 추적했다. 휴가 중 하루 수면은 평소보다 약 21분 늘고, 앉아서 보내는 시간은 29분 줄었으며, 중고강도 신체활동은 5분 증가했다. 2022년 『BMC 공중보건』의 소규모 연구에서도 성인 52명이 골프 또는 노르딕워킹·전기자전거 활동을 포함한 일주일의 휴가에 참여한 뒤 웰빙과 수면 관련 지표가 개선됐다. 다만 운동하지 않는 휴가 대조군이 없어 운동과 휴가 자체, 자연환경의 영향을 분리하기 어렵다. 활동적인 휴가의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모든 사람에게 더 좋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짐케이션의 장점은 운동의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데 있다. 실내에서 달리던 사람은 낯선 도시의 강변을 달리고, 기구 운동에 익숙한 사람은 수영이나 자전거를 경험할 수 있다. 체험 수업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활동을 발견할 수도 있다. 반면 운동이 휴가의 또 다른 의무가 될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 먹은 만큼 소모하려 하거나, 비용을 지불한 프로그램을 모두 이용하려고 일정을 채우면 휴식의 여유가 줄어든다. 장거리 이동과 부족한 수면, 낯선 시설도 고려해야 한다. 좋은 운동시설을 갖춘 숙소만이 건강한 휴가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동네를 걷고 공원에서 몸을 움직이는 여행도 의미 있는 선택이다.
앞으로 짐케이션은 지역의 운동 문화를 경험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호텔이 인근 러닝 모임이나 운동 스튜디오와 연계하고, 여행자는 수준과 취향에 맞는 활동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초보자와 가족, 대회 참가자에 따라 프로그램이 세분화될 여지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도자의 전문성에 더해 난이도 안내, 편리한 예약, 명확한 이용 조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건강에 좋다는 홍보보다 누가 어떤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여행 이후의 연결도 과제다. 앞서 소개한 2023년 추적연구에서는 휴가 중 증가했던 중고강도 활동이 복귀 후 곧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여행에서 운동을 즐겼다고 습관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좋았던 활동을 일상에서 이어갈 방법을 찾고, 복귀 후 무리 없이 운동을 시작하도록 돕는 과정이 필요하다. 호텔과 지역 운동시설도 체류 중 경험에 더해 돌아간 뒤 활용할 수 있는 운동 안내까지 고민해볼 수 있다.
필자는 짐케이션의 의미를 휴가에도 운동을 빠뜨리지 않는 성실함보다, 운동을 즐길 선택지가 넓어지는 데서 찾고 싶다. 운동을 오래 지속하려면 장소와 일정이 달라져도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고를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움직임을 경험하고, 필요할 때 충분히 쉬는 판단도 여기에 포함된다. 운동 전문가는 여행자의 상태와 일정을 살피며 그 선택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짐케이션이 남겨야 할 것은 운동 기록의 빈칸을 채웠다는 안도감보다,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기꺼이 몸을 움직이고 싶다는 경험이다.

김태오 글로우핏 대표
※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입니다.
* 짐케이션 및 사례 출처
스카이스캐너 「트래블 트렌드 2027」 한국 공식 발표, WestinWORKOUT Gear Lending, 워커힐 WALKEE, Six Senses Ibiza Fitness, World of Hyatt × HYROX 공식 안내.
* 참고문헌
Ferguson, T., Curtis, R., Fraysse, F., Olds, T., Dumuid, D., Brown, W., ... & Maher, C. (2023).
How do 24-h movement behaviours change during and after vacation? A cohort study. International Journal of Behavioral Nutrition and Physical Activity, 20(1), 24.
Grant, R. S., Buchanan, B. E., & Shockley, K. M. (2025). I need a vacation: A meta-analysis of vacation and employee well-being.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110(7), 887.
Hübner, M., Lechleitner, P., & Neumayr, G. (2022). Effects of a one-week vacation with various activity programs on well-being, heart rate variability, and sleep quality in healthy vacationers—an open comparative study. BMC public health, 22(1), 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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