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올 뉴 ES' 낯선 가격표…하이브리드보다 싼 전기차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하이브리드 세단으로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온 렉서스가 대표 모델 'ES'의 첫 순수 전기차를 하이브리드보다 저렴하게 내놨다. 기본 트림 기준 가격 차이는 130만원. 하이브리드가 브랜드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던 렉서스가 전기차의 진입 문턱을 더 낮췄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렉서스코리아는 13일 서울 광진구 빛의 시어터에서 미디어 컨퍼런스를 열고 8세대 완전변경 모델 '올 뉴 ES(All-New ES)'를 공식 출시했다. 1989년 렉서스 브랜드 출범과 함께 탄생한 ES는 2001년 국내 진출 이후 브랜드를 대표해 온 세단이다. 이번 세대교체에서는 처음으로 배터리 전기차(BEV)를 도입하며 전동화 라인업을 확대했다.

주목할 부분은 파워트레인별 가격 설정이다. 전기차 ES 350e 프리미엄은 7160만원으로 하이브리드 ES 350h 프리미엄(7290만원)보다 낮게 책정됐다. 배터리 가격이 차량 구매 부담으로 이어지는 전기차 시장에서 기존 주력 파워트레인보다 낮은 시작 가격을 제시한 것이다.


렉서스코리아는 전기차 구매 부담을 줄이고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한 가격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전기차 트림이 하이브리드보다 저렴한 것은 아니다. ES 350e 럭셔리는 8020만원으로 ES 350h 럭셔리(7780만원)보다 비싸다. 사륜구동 전기차 ES 500e는 7700만~8490만원, 하이브리드 ES 350h AWD는 7590만~8080만원이다.

이번 가격표에서는 전기차의 진입 가격을 낮추면서 상위 트림의 구동 방식과 편의 사양에 따라 가격을 차별화한 점이 눈에 띈다. 렉서스는 전기차 5개와 하이브리드 4개 총 9개 그레이드를 마련해 고객의 선택 폭을 넓혔다.

◆9개 선택지에 숨은 전략

9개 그레이드 구성은 기존 하이브리드 고객의 선택권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전기차 수요까지 확보하려는 상품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렉서스는 그동안 하이브리드 기술을 앞세워 국내 프리미엄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했다. 특히 2012년 국내에 출시된 ES 300h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하이브리드 세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세대교체에서도 하이브리드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전기차를 추가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올 뉴 ES 350h에는 소형화·경량화한 6세대 2.5ℓ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차체가 이전보다 커졌음에도 전륜구동 모델 기준 복합연비 19.4㎞/ℓ를 확보했다. 여기에 ES 하이브리드 최초로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 'E-Four'를 적용한 AWD 모델도 추가했다. AWD 모델의 복합연비는 18.3㎞/ℓ다.

전기차는 정숙성과 주행 성능을 앞세운다. ES 350e는 74.69㎾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복합 주행거리 478㎞와 복합 전비 6.0㎞/㎾h를 확보했다. 최대 150㎾ 급속 충전을 지원하며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상온 기준 28분이 걸린다.

상위 전기차 모델인 ES 500e는 전륜과 후륜에 각각 전기 구동 장치를 배치한 사륜구동 시스템 '다이렉트4(DIRECT4)'를 적용했다. 합산 최고출력은 347마력이며, 프리미엄 트림 기준 1회 충전 복합 주행거리는 435㎞다.

하이브리드에는 높은 연료 효율성과 익숙한 운행 방식을, 전기차에는 전동화 특유의 주행 감각과 새로운 상품성을 부여했다. 기존 ES 고객이 하이브리드를 계속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서 전기차를 고려하는 고객까지 같은 차종 안에서 확보하려는 구성이다.


다만 9개 그레이드라는 폭넓은 구성 자체가 판매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국내 고객들이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지, 전기차가 기존 ES 고객의 수요를 흡수할지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일지는 향후 판매 흐름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전기차 구매 부담 해소 집중

렉서스가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준비한 장치는 가격뿐만이 아니다. 구매 이후 차량을 얼마나 안심하고 보유할 수 있는지도 주요 경쟁 요소로 내세웠다. 

올 뉴 ES 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에는 10년 또는 20만㎞ 보증이 적용된다. 전기차 전용 무상 정기점검 서비스를 통해 배터리 상태 진단과 주요 소모품 교환도 지원한다.

특히 정기점검을 받고 이상이 없는 차량에 대해 구동·충전 및 주요 전기 시스템 관련 부품의 보증 혜택을 최대 10년 또는 20만㎞까지 제공하는 '렉서스 케어 BEV 플러스(Lexus Care BEV+)'를 새롭게 도입했다.


잔존가치 보장형 할부 프로그램인 '어메이징 스위치(Amazing Switch)'도 전기차로 확대했다. ES 350e 프리미엄의 경우 구매 3년 후 기본 잔존가치 50%인 3580만원을 보장한다. 렉서스코리아는 유예금액을 포함하면 최대 60%까지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구매 부담은 선수금과 보증금, 금리 등 금융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프로그램은 전기차 구매 과정에서 소비자가 고려하는 배터리 관리와 중고차 가치에 대응하기 위한 장치다. 렉서스가 기존 하이브리드 고객에게 쌓아온 신뢰를 전기차로 확장하려면 차량 자체의 완성도와 함께 장기 보유에 대한 불안도 줄여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상품성도 기존 ES의 강점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개선했다. 올 뉴 ES는 전장 5140㎜, 전폭 1920㎜, 휠베이스 2950㎜로 이전 세대보다 각각 165㎜, 55㎜, 80㎜ 커졌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모두 수용하도록 새롭게 설계한 GA-K 플랫폼을 바탕으로 차체 강성과 정숙성, 승차감을 강화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두 ES 특유의 편안함을 유지하면서 서로 다른 동력원의 특성을 살리는 것이 상품 개발의 핵심이다. 커진 차체와 개선된 실내 공간, 후륜 5링크 멀티링크 서스펜션 등도 이런 방향에 맞춰 적용됐다.

렉서스는 전기차의 시작 가격을 하이브리드보다 낮추고, 9개 그레이드로 선택지를 세분화했으며, 구매 이후의 차량 가치까지 보장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하이브리드로 구축한 경쟁력을 전기차까지 확장하기 위한 준비다.

관건은 고객의 선택이다. 높은 연료 효율성과 신뢰성을 선호해 온 기존 ES 고객들이 전기차에도 지갑을 열지, 새로운 전기차 고객층이 렉서스의 대표 세단을 선택할지가 이번 세대교체의 성과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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