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직원 3명에 재고자산이 전혀 없는 소규모 업체와 170억원 규모의 납품 거래를 이어온 사실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제조사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유통 구조에 중간 벤더가 개입해 유통 단가를 높이고, 퇴직 임직원이 설립한 '전관 업체'에 납품권이 넘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나섰다.
직원 3명·재고자산 '0원'…170억원 거래의 실체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GS리테일의 편의점 납품 과정에 불필요한 중간 유통업체(벤더)가 개입하고 있다"며 거래 구조의 적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 의원이 편의점 4사로부터 제출받은 올해 8월 기준 상품 납품 현황을 분석한 결과, 경쟁사들이 제조사와 직접 거래하는 일부 상품을 GS25는 별도 벤더를 거쳐 공급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된 업체는 '한별'이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한별은 법인 설립 전인 2020년 10월부터 GS리테일과 입점 상담을 진행했으며, 2021년 1월 법인을 설립한 지 한 달 만에 GS리테일 협력사로 등록됐다.
이후 2022년부터 최근까지 GS리테일과 약 170억원 규모의 거래를 지속해 왔다. 이 업체의 직원 수는 3명, 지난해 매출액은 74억원 수준이다.
핵심 쟁점은 재고자산이다. 한별의 재무제표상 재고자산은 '0원'으로 집계됐다. 통상 벤더는 제조사 상품을 매입·보관하거나 물류센터에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한별은 재고 보유 없이 대규모 납품 거래를 이어온 셈이다. 물류 외주 위탁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실제 수행한 기능에 비해 과도한 유통 마진을 챙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납품 가격 차이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의원에 따르면 경쟁사 CU는 건전지를 제조사에서 직접 매입하는 반면, GS25는 한별을 거쳐 공급받았다. 이 과정에서 GS25의 건전지 공급가격이 CU보다 120% 높게 책정됐다는 것이 한 의원의 설명이다.
한 의원은 "불필요한 벤더 끼어들기로 인해 가맹점주 마진은 줄어들고 소비자 가격은 인상되는 구조"라며 본사의 내부 통제 시스템 부재를 지적했다.
퇴직 임직원 설립 '전관 벤더'…납품권 이전 경위 의혹
논란은 특정 업체를 넘어 GS리테일의 벤더 선정 과정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GS리테일 편의점 본부 차장 출신 인사가 설립한 한 업체는 2015년 벤더 선정 이후 GS25에 500개가 넘는 품목을 공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업체는 기존 대형 벤더의 납품 물량을 넘겨받았으며, 기존 벤더 역시 LG유통(GS리테일의 전신) 출신 관계자가 설립한 회사로 파악됐다.
퇴직 임직원의 창업 및 거래 자체가 위법은 아니지만, 물량 배분과 신규 품목 추가 과정에서 객관적인 심사 기준이 적용됐는지에 대해서는 검증이 필요하다. 한 의원은 건강기능식품은 물론 유명 유튜버 관련 지식재산권(IP) 상품까지 해당 벤더망을 통해 납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GS리테일 오너 일가와의 연관성 의혹도 언급됐다. 한 의원은 한별 대표와 오너 일가의 특수관계 여부를 질의했으나 GS리테일 측으로부터 "법률상 특수관계인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부당한 이익 제공이 법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대규모 거래가 성사된 경위에 대한 내부 견제 장치가 작동했는지가 핵심 관건으로 남아있다.
공정위 "이상 거래 가능성"…유통 마진 구조 조사 검토
유통업계에서 중간 벤더 활용은 제조사의 물류 부담 완화와 판로 확보라는 긍정적 기능도 존재한다. 그러나 실질적 역할 없이 단계만 추가됐다면 이는 불필요한 유통 비용으로 이어져 가맹점주와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
편의점 사업 특성상 본부와 가맹점주가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인 만큼, 본부의 조달 방식이 점주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이번 사안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국정감사 질의에서 "상당히 이상 거래일 가능성이 있다"며 "벤더를 이용해 불이익을 강요했는지 파악하고 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향후 조사에서는 GS리테일이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제조사에 특정 벤더와의 거래를 강제했는지 여부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거래상 지위 남용,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적용 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
오진석 GS리테일 부사장은 "내부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는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납품업체 선정 기준의 투명성과 중간 유통 마진의 적정성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이어지지 않을 경우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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