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대회 4연패를 이룬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일부 선수들의 잇따른 '군 면제' 관련 경솔한 언행이 거센 역풍을 불러일으켰다. 방탄소년단(BTS)도 적용 받지 못한 '국위선양'이라는 모호한 단어 아래 이뤄지는 군 면제 혜택에 대한 재평가 논의도 가속화 될 전망이다.
이민성 감독이 지휘하는 대표팀은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후반 엄지성의 결승포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해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챔피언에 오른 환희도 잠시,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과 라커룸에서 나온 선수들의 발언과 행동이 알려지며 축하의 목소리는 분노 섞인 비판으로 뒤바뀌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결승골을 어시스트한 공격수 양민혁이었다. 양민혁은 경기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솔직히 메달이나 트로피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보상받는 것은 군 면제라는 혜택이니 그것 하나만 바라보고 경기를 뛰었다"고 털어놓았다.
여기에 대회 기간 단 16분 출전에 그친 19세 신예 박승수가 라커룸에서 '전역모'를 착용한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려 자축하는가 하면, 입대를 9일 앞두고 있던 주장 이기혁마저 "군대 안 간다"는 성급한 표현을 쏟아내며 공분을 부채질했다.
대다수 20대 청년들이 국방의 의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태극마크의 명예를 단지 '군 면제 수단'으로 치부해 버린 선수들의 태도는 청년층과 여론의 뇌관을 건드렸다. "글로벌 톱스타 BTS도 입대하는 시대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면제 특혜로 직결되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라는 상대적 박탈감 섞인 비판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뒤덮었다.
여론이 악화일로를 걷자 양민혁은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양민혁은 "국가대표로서 참가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였고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병역 혜택 역시 여러 동기 중 하나였다는 뜻이 잘못 전달됐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가대표로서 금메달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은 명백한 제 잘못"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계신 분들과 앞으로 의무를 다해야 할 청년들의 노고를 조롱하려는 뜻은 결코 없었다"며 거듭 용서를 구했다.
선수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후폭풍은 정치권으로까지 일파만파 번져 예체능 병역 특례 폐지론에 불을 지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군대가 혐오 시설이냐. 국가대표의 의식이 이 정도라니 참담하다"며 "국가를 욕보이고 군대를 혐오하는 이들에게 군 면제는 가당치도 않다"고 일갈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역시 "세계 속 한국의 위상이 달라진 지금, 메달 하나로 국위선양을 논하던 1973년 식 제도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며 전면적인 제도 재검토를 촉구했고, 이기인 개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청년들의 박탈감을 헤아리지 못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경기력 부족 논란 속에서도 끝내 금메달을 일궈냈던 대표팀이지만, 경솔한 입방정과 미숙한 태도로 인해 스스로 금빛 영광을 퇴색시키고 50년 넘게 유지된 체육계 병역 혜택 제도의 존폐를 위태롭게 만드는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이 뼈아프게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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