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탈주’ 구교환의 색깔로 

시사위크
영화 ‘탈주’로 관객을 찾는 구교환.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탈주’로 관객을 찾는 구교환.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매 작품 특유의 개성으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하는 배우 구교환이 또 하나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빚어냈다. 영화 ‘탈주’(감독 이종필)를 통해서다. 쏟아지는 호평에 구교환은 “절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며 동료 배우와 감독, 스태프에게 공을 돌렸다.

구교환은 오는 3일 개봉하는 영화 ‘탈주’로 관객 앞에 선다. ‘탈주’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이제훈 분)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 분)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작품으로,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웨이브 오리지널 ‘박하경 여행기’ 이종필 감독의 신작이다.  

극 중 구교환은 규남의 탈주를 막기 위해 추격하는 정보기관인 북한 보위부 장교 리현상을 연기했다. 현상은 러시아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현재는 유능한 장교의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이다. 탈주병 발생에 대한 상황 파악을 위해 규남의 부대로 온 그는 어린 시절 알고 지낸 규남을 보호해 주지만 규남의 진짜 탈주가 시작되자 자신의 ‘오늘’을 지키기 위해 기를 쓰고 추격한다. 

구교환은 보위부 장교의 위압적인 존재감과 어릴 적 알던 형의 다정함, 집요하고 무자비한 추격자의 모습까지, 특유의 개성과 색깔을 더해 한층 궁금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해 호평을 얻고 있다. 이종필 감독도 “캐릭터 자체는 추격자라는 단순한 설정이지만 구교환 덕에 변주를 줄 수 있었다”면 만족감을 표했다. 

최근 구교환은 <시사위크>와 만나 ‘탈주’를 선택한 이유부터 캐릭터 구축 과정,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 등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해당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현상으로 분해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한 구교환 .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현상으로 분해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한 구교환 .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탈주’를 택하는 데 있어서 이종필 감독, 이제훈의 존재가 가장 컸다. 이종필 감독과 작품을 하진 않았는데 오랫동안 호감을 갖고 그의 작품을 봐왔고 실제로도 매력이 넘친다고 생각했다. 이제훈은 오래전부터 시나리오를 쓸 때 주인공으로 생각해 보기도 하고 꿈도 꿔본 배우라 그런 배우와 함께 장면을 만든다고 하니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완성된 영화는 어땠나.  

“좋아하는 가수가 어떤 곡을 리메이크한다고 했을 때 이렇게 부르겠다고 생각이 들잖나. 그것처럼 이종필 감독이 ‘탈주’라는 악보를 가지고 노래를 불렀을 때 어떤 형태가 나올 거라고 상상이 됐고 지금 결과물과 다르지 않았다. 이종필이 감독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작품을 대하는 시선이 글 너머의 것을 표현하거든. 물론 리현상이 강력한 빌런이겠지만 다른 얼굴도 문득문득 비치겠다는 기대가 있었다.” 

-공개 후 현상을 향한 반응이 뜨겁다. 또 하나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는 평인데.

“의상과 분장이 도와주고 촬영이 도와주는 것 같다. 그렇게 딱 있으면 그 인물이 되는 것 같다. 행동도 그렇게 나오고. 립밤을 쓱 바르면 그렇게 돼버리고 그런 태도를 만들어 준다. 글과 연출, 상대 배우가 그렇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내가 이 작업을 좋아한다. 절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다.”

구교환이 캐릭터의 매력을 짚었다.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구교환이 캐릭터의 매력을 짚었다.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본인은 현상의 어떤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나.  

“시나리오를 보고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게 시작의 얼굴과 마지막의 얼굴이 달랐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어떤 인물이든 그런 마음이긴 하다. ‘이 인물의 얼굴이 왜 변해있지’ 하며 그 인물이 궁금해진다. 현상도 처음 등장했을 때와 엔딩의 얼굴이 달랐다. 배우로서 도전해 보고 싶은 지점이었다.”

-현상은 굉장히 다면적이고 입체적인 인물이었다.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은. 

“심플한 뼈대는 ‘규남을 막아라’다. 규남의 장애물이 돼야하는 인물인 거다. 규남이 성공을 이뤘을 때도 마치 그 장면을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등장해 버리고 그런 지점이 현상이 해야 하는 기능적 요소다. 그게 가장 큰 미션이었고 그다음은 입체감을 더하는 거였다. 현상은 감정의 연속성이 중요한 인물이 아니다. 어떤 장면에서는 규남을 잡고 싶어 하고 어떤 장면에서는 총을 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쏘지 않기도 한다. 그런 현상의 모습들이 영화 안에서는 붙어 있는 게 재밌는 것 같다.”

-북한말이라든가 북한군 설정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기술적으로 발성이나 어떤 목소리를 내야지 하고 다가가진 않았다. 언어를 지도해 주는 선생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이런 표현도 가능한지 물어봤다. 리현상은 자기 안에 있는 감정을 언어로 숨겨야 하는 지점도 있지만 드러내야 하는 것도 있었기 때문에 이 정도까지 허용되는 건지 확인을 받았다. 다행히 선생님이 열려있는 분이었고 각자 억양이나 말투가 다 다르기 때문에 조금 더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었다. 현상은 많은 대사를 소화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 감정을 관객에게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대사를 만들어가자는 생각이 있었다. 트레이닝도 많이 했다. 말은 하면 할수록 늘잖나. 선생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고 통화도 자주 하고 하면서 계속 그 인물로 있으려고 노력했다. 그런 식으로 이 언어와 계속 마주하려고 했다.”

구교환에게 ‘탈주’란.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구교환에게 ‘탈주’란.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현상은 왜 그토록 규남의 탈주를 막으려고 했을까.

“현상의 의도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리고 그게 현상을 지켜보는 재미인 것 같다. 어떤 이유를 만드는 순간 현상의 캐릭터, 성질이 다 무너질 것 같다. 야망도 한 스푼, 규남을 위하는 마음도 한 스푼, 여러 요소가 있을 것 같다. 반대로 또 질서를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고 일이기도 한 사람이잖나. 본인을 생각하는 마음도 있고 시스템을 생각하는 마음도 있고. 되게 복합적이라고 생각한다.”

-현상과 규남, 현상과 우민의 관계가 자세히 설명되진 않는다. 특히 송강이 연기한 우민은 짧은 등장에도 많은 상상을 하게 했다. 현상에게 둘은 어떤 의미였을까. 

“회상 장면 없이 대화를 통해 이 관계를 보여주자는 미션이 있었다. 관객에게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강과 같은 소속사라 가끔 보게 되는데 가까이든 멀리든 송강을 보면 굉장히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옆에 두고 싶은 사람이다. 내가 느낀 송강에 대한 감정을 선우민에게 넣자는 마음이었다. 선우민은 현상의 꿈같은 존재다. 결국 그것은 피아노인 거다. 다시 연회장에서 선우민을 마주했을 때 그렇게 돼 있는 자신의 모습이 창피했을 거다. 함께 꿈을 나누던 사람을 오랜만에 만났을 때 내가 이야기했던 대로 그것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면 괜찮은데 멈춰 있으면 부끄러운. 현상도 그런 마음으로 덜컹했던 거다. 선우민은 현상의 두고 온 꿈이고 규남은 지금 꾸는 꿈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탈주’는 스스로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내게 필모그래피는 일기 같은 거다. 작품도 추억하지만 그 순간을 기억하고 기록하게 된다. ‘탈주’를 찍을 때 군산에서 맛있는 불맛 자장면을 먹었지 하면서 화면 밖의 것들도 기억하게 만든다. 움직이는 그림일기 같은 느낌이다. 작품도 남겠지만 그런 추억들도 계속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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