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러시아에 파병됐다가 우크라이나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두 명이 한국으로 송환된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지난해 한국행을 희망한다는 이들의 바람은 한국 정부의 노력과 우크라이나 정부의 결단 속에 현실이 됐다. 물론 이번 송환이 양국 정부의 여러 전략적 이점을 고려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냉혹한 국제정치의 현실에서 ‘선의’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낭만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송환이 두 명의 포로에게 생존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이라는 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안이 국내 정치권에서 소비되는 행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지나치게 이 문제를 정치적 사안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을 중심으로 정부가 이번 포로 송환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해당 사안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언급하며 알려졌는데, 야권은 이 사실이 ‘외국 정상’의 입을 통해 알려진 것이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포로 송환을 성사시키기 위한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묻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이들의 생각은 전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을 “자유대한민국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하는 데에서 의도는 선명하게 드러난다. 우리 체제의 우월성을 우리가 ‘과시’할 수 있음에도 함구하고 있는 게 못마땅하다는 뉘앙스다. 냉전 시대 체제 경쟁 담론의 재현이다. 이러한 주장의 끝은 결국 ‘북한 눈치 보기’라는 익숙한 결론으로 마무리된다.
문제는 이러한 주장이 놓치는 지점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한국 땅을 밟은 북한군 포로는 물론 그 가족들의 안전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로가 된다는 것을 ‘조국에 대한 배신’으로 규정하는 북한 사회에서 이들의 한국행이 가져올 후과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가족들에 대한 보복을 두려워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이야기가 만연한 것도 억압된 북한 사회의 참혹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정부가 이번 사안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지난 27일 입장문을 통해 당초 우크라이나 측과 이번 사안을 ‘비공개’하기로 한 것에 대해 “포로 당사자와 가족들의 안전 문제와 외교·안보 등 여러 측면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여러 요소가 있었을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이들과 북한에 남아 있을 가족들의 신변도 협상 과정에서의 중요한 문제였음을 확인한 것이다.
국가적 현안에 대해 정부가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이 문제가 가져올 파장, 특히 그것이 누군가의 생명 및 안전과 직결돼있는 사안이라면 이는 신중판 판단이 필요하다. 이번 사안이 정파적 공방의 소재로만 점철돼 포로들의 안전과 무사한 정착이라는 본질을 지워선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유를 찾아온 이들이 보다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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