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물 수요가 크게 늘고 있지만, 정부의 하수처리수 재이용 실적은 기존 목표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재이용량은 11억7200만㎥로 정부 목표의 82.4%에 그쳤고 최근 4년간 증가율도 4%에 불과했다.
2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어기구(더불어민주당·충남당진시)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제2차 물 재이용 기본계획’을 통해 하수처리수 재이용량을 2021~2025년 연간 14억2200만㎥, 2026~2027년 16억4000만㎥, 2028~2030년 21억5200만㎥까지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해 실제 재이용량은 11억7200만㎥로 1단계 목표보다 2억5000만㎥ 부족했다. 목표 달성률은 82.4%였다. 최근 보도에서도 같은 수치가 확인됐다.
증가 속도도 더뎠다.
하수처리수 재이용량은 2021년 11억2700만㎥에서 2025년 11억7200만㎥로 4년간 4500만㎥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율은 4.0%였다. 전년과 비교하면 지난해 증가율은 0.3%에 불과했다.
정부가 2030년 목표로 잡은 21억5200만㎥를 달성하려면 지난해보다 9억8000만㎥, 83.6%를 더 늘려야 한다.
문제는 재이용된 물이 모두 산업 현장으로 가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전체 재이용량 가운데 5억830만㎥, 43.4%는 하수처리장 내부에서 사용됐다. 처리장 밖에서 쓰인 장외용수는 6억6370만㎥였고 이 가운데 공업용수는 1억5000만㎥에 그쳤다. 정부 기본계획상 공업용수 목표 2억6200만㎥의 약 57% 수준이다.
첨단산업 투자가 확대되면서 물 재이용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반도체 프로젝트의 용수 수요는 수도권과 서남권을 합쳐 하루 215만톤 규모로 제시됐다.
특히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의 경우 하루 약 65만톤의 용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광주 제1하수처리장에 재이용시설을 설치해 하루 30만톤 규모의 공업용수를 생산·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산단 예상 수요의 약 46%다.
광주 제1하수처리장은 현재 하루 60만톤의 하수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 산단 조성 일정과 기업의 실제 물 수요에 맞춰 공급 물량과 시기, 수질 등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하수처리수 재이용을 빠르게 늘리기 어려운 이유로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 꼽힌다.
재이용수를 산업용수로 공급하려면 기존 하수처리시설 외에 추가 정화시설과 저장·송수시설, 관로 등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 수요처와 공급시설 간 거리도 사업성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 청주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은 타당성조사 15개월을 포함해 사업 착수부터 착공까지 42개월이 걸렸고, 총사업비 622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을 민간이 부담한 것으로 어 의원실은 분석했다.
정부도 하수 재이용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산업단지 등 대규모 물 수요처를 중심으로 하수 재이용을 확대하고, 관련 법 개정에 따라 물 수급 취약지역에는 국가 주도로 하·폐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을 설치·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어 의원은 “첨단산업에 필요한 물은 늘어나는데 하수 재이용은 정부가 세운 목표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시설 건설 지연과 비용 분담, 수요처 확보 등 재이용 확대를 가로막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댐과 하천에서 물을 더 끌어오는 방식에만 기대서는 안정적인 용수 확보에 한계가 있다”며 “지역별 재이용 가능량과 산업용 수요를 연결해 투자를 앞당기고 기업도 물 절감과 재이용 비용을 책임 있게 분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포인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