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쿠팡·네이버 타고 수십억원 팔린 가짜 화장품…조직화한 中 위조망에 K-뷰티 ‘비상’

마이데일리
식약처 관계자가 이번에 적발한 중국산 가짜 화장품과 정품을 비교해 보여주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쿠팡·네이버 등 대형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판매된 화장품 일부가 중국산 위조품으로 드러나면서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품과 가품을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데다 중국 현지의 위조·유통 수법도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수사당국은 최근 중국산 위조 화장품 등을 국내로 밀반입해 쿠팡·네이버 등 오픈마켓에서 정품으로 속여 판매한 브로커 A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2024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약 1년간 화장품·건강기능식품 등 61종을 판매해 4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로 들여온 물량은 10만984개로, 이 가운데 8만2860개가 이미 판매됐으며 나머지는 청주 물류창고에서 압수됐다.

◇ 화장품만 3만3000여개…“표시된 기능성 성분 0%”

이번 사건에서 적발된 화장품은 총 27종, 유통·압류 물량을 합쳐 3만3281개에 달했다. 국산 브랜드 제품이 3만1411개, 수입 제품이 1870개였다.

품목별로는 ‘셀라딕스 세럼 리밸런싱 알엑스 131 앰플’이 1만5735개(유통 1만4644개·압류 960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웰라쥬 리얼 히알루로닉 블루 앰플’ 5943개, ‘이즈앤트리 어니언 뉴페어 겔크림’ 4003개, ‘닥터 멜락신 아이팔트 아이팩 크림’ 1568개 순이었다.

국내 브랜드 ‘가히’, ‘조선미녀’, ‘코스알엑스’와 해외 브랜드 ‘에스티로더’, ‘SK-Ⅱ’, ‘랑콤’을 모방한 위조품도 함께 적발됐다.

이 가운데 기능성 화장품 12종을 정밀 검사한 결과 미백·주름개선·자외선차단 등 표시된 기능성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유해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지만, 제품에 표시된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운 제품이 유통된 것이다.

적발된 중국산 위조 상품. /식품의약품안전처

◇ “정품가와 10% 차이”…눈속임으로 소비자 속여

소비자가 가품 여부를 알아채기 어려웠던 데는 판매 방식도 영향을 미쳤다.

위조업자들은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대신 정가보다 약 10% 안팎 할인된 가격을 책정했다. 정상적인 할인행사 제품처럼 보이도록 가격을 조정한 것이다.

포장지 재질과 인쇄 품질, 용기의 형태·크기, 내용물의 색상과 점도 등에서 정품과 차이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정밀 금형까지 활용해 외관을 모방하면서 육안으로 구별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유통 방식은 해외 직구와 국내 배송을 결합한 형태였다. 중국 제조업자가 직접 국내 오픈마켓 계정을 개설한 뒤 위조품을 국내 배송대행 창고로 들여와 보관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국내에서 발송하는 방식이다.

중국에서 직접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해외 직구 형태를 피하면서 통관 과정에서 중국발 상품이라는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을 낮추고, 국내 창고를 활용해 배송 기간도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가품을 실제로 제조·기획한 중국 현지 업자들은 수사망을 빠져나갔다. 국내에서 창고를 관리하고 유통을 맡은 대행업자 A씨가 적발되는 데 그쳤다.

중국산 가품 국내유통 흐름도. /식품의약품안전처

◇ 신제품 나오면 한 달 만에 복제…中 현지 제조·유통 조직화

중국 현지에서는 위조 화장품을 생산하는 방식도 갈수록 조직화하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광둥성 자오칭에서는 약 2000㎡ 규모의 불법 제조시설이 적발됐다. 원료 혼합·배합부터 제품 충전, 라벨 부착, 포장까지 전 과정이 한곳에서 이뤄지는 시설이었다. 위생·환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이곳에서는 에이피알의 메디큐브 가품 1400여개가 압수됐다.

업계가 특히 주목하는 대목은 신제품 출시와 가품 등장 사이의 시차다. 가품 판매업자들은 신제품이 나오면 온라인에 가짜 판매 페이지부터 먼저 개설해 소비자 반응과 주문량을 살핀 뒤, 일정 수요가 확인되면 원료와 용기, 포장재를 확보해 생산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한 달 남짓에 불과하다.

과거에는 가품 판매업자가 직접 제조하거나 원료·용기·포장재를 각각 따로 조달했다면, 최근에는 외부 제조업체에 통째로 생산을 맡기는 방식까지 등장했다. 정품을 본뜬 용기에 성분이 불분명한 내용물을 채운 뒤 상표와 포장까지 갖춰 납품받는 식이어서, 판매업자는 별도의 제조 설비 없이도 손쉽게 가품을 취급할 수 있게 됐다.

중국 내 화물 운송 플랫폼을 통해 선전·둥관 등 국제 물류 거점을 거쳐 해외로 퍼져나간다. K-뷰티 진출 지역이 넓어지면서 판매처 역시 유럽과 중동, 미국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실제 지난달 루마니아 세관에서는 메디큐브 ‘PDRN 핑크 콜라겐 캡슐 크림’ 위조 의심 제품 100여점을 압류하기도 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입장에서 홀로그램이나 QR코드 같은 위변조 방지 장치를 갖춰놔도 결국 소비자가 구매한 뒤 실물을 받아봐야 진위를 확인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며 “신제품 출시 직후 짧은 기간 안에 가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만큼, 가품이 제작되는 초기 단계부터 추적할 수 있는 대응 체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중국 내 K뷰티 가품 제조 시설 적발 현장. /에이피알

◇ K-뷰티 커질수록 짝퉁도 확산…기업·플랫폼 대응 강화

K-뷰티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위조품 시장도 몸집을 키워왔다.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해외 온라인에서 차단된 K-브랜드 위조 화장품은 2023년 1만6774건에서 2024년 2만3494건, 지난해 3만6116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53.7% 늘었다.

지난해 관세청이 통관 단계에서 적발한 K-브랜드 위조품 가운데 화장품은 4만1903점으로 전체의 35.9%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한국 기업 상표를 무단 선점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표 건수도 2022년 4654건에서 2024년 9520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2021~2022년만 해도 위조 화장품은 오픈마켓과 SNS를 통한 소규모 개인 유통이 중심이었다면, 2023~2025년에는 조직화한 밀수·유통 사건이 잇따랐다.

지난해 특허청은 2023~2024년 사이 짝퉁 화장품 4만1000여점 59억원 상당을 유통한 공급책 일당을 적발했고, 9월에는 인천세관이 중국산 화장품을 국내 브랜드 ‘설화수’로 둔갑시켜 판매한 업자를 붙잡았다.

이종욱 관세청장(왼쪽부터), 김용선 지식재산처장,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한국지식재산센터에서 열린 위조 화장품 유통 근절 업무협약식에서 전시된 위조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와 국내 뷰티기업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식재산처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관세청 등은 지난 16일 업무협약(MOU)을 맺고 위조 화장품 문제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기업도 발견된 가품을 신고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지식재산권 보호와 온·오프라인 단속을 전담하는 인력을 별도로 두는 추세다.

에이피알은 아마존과 틱톡샵 등 글로벌 플랫폼의 지식재산권 침해·가품 모니터링, 브랜드 사칭 사이트 대응, 플랫폼과의 협력을 통한 브랜드 보호 체계 구축 등을 담당할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쿠팡도 지난 10일 대한화장품협회(KCA)와 브랜드 보호 세미나를 열고 브랜드사들과의 공조를 통한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방침을 밝혔다. 인공지능(AI) 기반 탐지 시스템과 전용 핫라인을 운영해 위조품 유통 차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대응에도 가품을 완전히 걸러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우 남서울대학교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상품을 등록할 때 허가 서류나 시험성적서, 코드 같은 정보를 입력하도록 돼 있지만 작정하고 이미지와 서류까지 도용해 허위로 꾸미면 시스템만으로 걸러내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짚었다.

이어 “쿠팡의 경우 직매입하는 로케배송 상품은 정품이 보장되지만, 오픈마켓은 누구나 입점해 판매할 수 있는 구조여서 이 점에서 리스크가 발생한다”며 “K-뷰티 시장이 명품 못지않게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 만큼 유명 브랜드 제품에 대해서는 1차 시스템 확인에 그치지 않고 담당 인력을 두고 2차 검수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중국산 가짜 화장품과 정품 비교. /식품의약품안전처

◇ 가품 의심되면 “쓰지 말고, 버리지도 말라”

소비자 불안이 높아지면서 피해 발생 시 보상 방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가품이 의심되면 우선 사용을 중단하고 제품과 포장, 배송 상자 등을 버리지 않는 것이 좋다. 환불이나 분쟁 과정에서 구매 내역과 제품 상태를 확인할 자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매 전에는 오픈마켓 판매자 정보와 공식 인증 여부를 확인하고, 제조번호·유통기한 등을 브랜드 공식 고객센터에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가품으로 확인되면 판매처에 환불을 요청하고, 해결되지 않을 경우 1372소비자상담센터 등을 통해 피해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공식 인증 판매처나 플랫폼 직매입 상품을 이용하고, 가품이 의심되면 결제 내역과 제품 사진을 확보해 신용카드 차지백(이의제기) 신청 및 1372소비자상담센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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