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미국의 장기 시장금리를 대표하는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넘어섰다. 국제유가 급등과 물가 압력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까지 빠르게 확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5.01%대까지 올랐다. 미 10년물 금리가 5%를 웃돈 것은 지난 2023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이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지만 시장의 핵심 경계선으로 꼽혀온 5%가 다시 뚫렸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 고유가·물가 압력에 인상 확률 93%…FOMC 긴장 고조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주택담보대출과 회사채 등 미국 내 장기 시장금리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물 경우 가계와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주식 등 위험자산의 상대적인 매력도 떨어질 수 있다.
최근 국채금리 상승에는 국제유가와 물가가 동시에 영향을 미쳤다. 중동 정세 불안과 원유 공급 차질 우려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미국 물가지표도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가 커졌다.
시장 전망도 빠르게 금리 인상 쪽으로 기울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이 반영하는 9월 0.25%포인트(p) 금리 인상 확률은 최근 물가지표 발표 전 약 70%에서 90% 이상으로 뛰었다. 이날 뉴욕시장에서는 인상 확률이 93%까지 치솟았다.
월가의 전망도 잇달아 바뀌고 있다. JP모건과 HSBC, 도이체방크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오는 15~1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은 최근 물가지표를 근거로 물가 상승률 둔화 흐름이 계속 이어질지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평가하면서 이번 FOMC 이후에도 올해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시장의 관심이 이달 한 차례 인상 여부를 넘어 이후 추가 긴축 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시장의 인상 기대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준을 향해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 금리를 세계 최저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바 있다.
시장이 사실상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반영하는 상황에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실제 인상 결정을 내릴지도 이번 FOMC의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장기금리에 상승 압력을 가하는 배경은 통화정책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정부의 재정 부담 확대에 따른 국채 공급 증가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기업들의 대규모 자금조달 수요도 금리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와 민간이 동시에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끌어들이면서 채권 공급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이에 시장의 관심은 10년물 금리가 5%를 넘어섰다는 사실보다 이 수준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에 쏠리고 있다. 지난 2023년 10월에도 10년물 금리는 장중 5%를 넘어섰지만 이후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다시 하락한 바 있다.
현재는 당시와 시장 환경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 압력이 확대된 데다 연준의 정책 방향도 인하가 아닌 추가 인상 쪽으로 기울고 있다. 미국 국채 공급 확대와 AI 투자에 따른 민간 자금 수요까지 겹치면서 5%대 금리가 단기간에 내려오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레그 피터스 PGIM 크레디트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나는 항상 스스로에게 '금리를 낮출 요인이 무엇일까?'라고 묻지만, 고전적인 의미의 경기후퇴 외에는 찾기 어렵다"며 "금리가 더 높아지거나 높은 상태를 유지할 여건이 충분히 조성돼 있다"고 WSJ에 전했다.
◆ 美 고금리 장기화에 국내 국고채·환율도 '긴장'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는 국내 금융시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유가와 물가 압력으로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미 장기 국채금리까지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경우 국내 국고채 금리와 원·달러 환율에도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어서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영전략연구실 센터장은 "미국을 비롯한 해외 초장기금리가 추가로 급등할 경우 국내 중단기 국채금리에도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지난 3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이달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70~3.90% 범위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의 매파적 통화정책 경계감과 외국인 국채 수급 우려를 금리 상승 요인으로 꼽는 한편, 최근 미국 등 주요국 초장기금리 상승에는 재정건전성 우려에 따른 기간 프리미엄 상승과 하이퍼스케일러의 장기채 발행 확대, 장기 실질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환율 변동성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 등을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이 1350원을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연준이 시장 예상과 달리 금리를 동결하거나 향후 금리 전망을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으로 제시할 경우 미 국채금리가 반락하고 달러화도 더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반드시 장기금리 추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연준이 이번 FOMC에서 물가 억제 의지를 분명히 할 경우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낮아지면서 오히려 장기 국채금리 상승세가 진정될 가능성도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FOMC의 금리 결정과 함께 연준이 추가 긴축 가능성을 얼마나 열어둘지 주목하고 있다. 향후 정책 경로가 미 국채금리의 5%대 지속 여부를 가를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