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으로 촉발된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 논란이 정치권의 화두다. 용 후보자는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는 원칙”이라며 오히려 그동안의 비례대표 의원의 사퇴 관례가 정치인들의 ‘자리 나눠 먹기’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의 반응은 냉랭하다. “직에 연연하는 모습이 안쓰럽다”던 그의 주장과 상반된 데다가 어느 것 하나 놓지 못하겠다는 ‘과욕’으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용 후보자는 의원직 사퇴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소수정당 존립’의 문제임을 강조하지만, ‘가족 정당’이라는 비판 속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법제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규정을 명문화함으로써 이번 사태로 드러난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자는 취지다.
1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금지하는 내용의 ‘국회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제29조 2항에 ‘비례대표 전국 선거구 국회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직을 겸할 수 없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아울러 136조 제4항에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직을 겸할 수 없는 의원이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직을 겸하게 된 경우에는 의원직에서 퇴직한다’고 명시했다.
현행법은 국회의원의 겸직을 금지하고 있지만,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의 경우는 예외로 뒀다. 이는 제헌헌법에서부터 비롯됐다. 대통령제를 취하고 있지만, 의원내각제의 요소가 가미된 한국의 독특한 정치구조를 배경으로 한다. 실제로 역대 정부에서도 국무위원과 국회의원을 겸임한 사례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재명 정부 초대 내각도 김민석 전 국무총리를 포함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등 8명의 현역 의원이 등용됐다.
◇ 비껴간 ‘관례’… 제도 보완 나선 정치권
문제는 용 후보자의 경우는 ‘비례대표 의원’이라는 점이다. 현행법에서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허용한 만큼 원칙적으로 용 후보자의 겸직도 불가한 것은 아니지만, 그간의 관례와 어긋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도 국무위원에 임명된 비례대표 의원은 직을 사퇴해 왔다. 김대중 정부 당시 김한길 전 문화관광부 장관, 이명박 정부에선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 윤석열 정부에선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강은희 전 여성가족부 장관의 경우, 일시적으로 겸직을 했으나 논란이 거세자 결국 사퇴했다.
사퇴 시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달리, 비례대표의 경우 승계가 가능하다. 이에 따른 입법 공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 셈이다. 특정 지역구 유권자를 대표하는 지역구 의원과 달리 비례대표는 정당에 대한 지지를 통해 당선된다는 점, 다양한 정치 세력의 의회 진입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라는 측면에서도 국무위원과 이를 겸직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 역시 이날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해 비례대표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원천적으로 차단토록 했다. 개정안은 제192조 5항에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으로 임명된 때에는 국회법 제29조, 제136조 규정에 불구하고 퇴직된다’는 조문을 신설했다.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임명과 동시에 의원직을 퇴직하도록 한 것이다. 강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은 사퇴하더라도 별도의 보궐선거 없이 후순위 후보자가 의석을 승계할 수 있어 장기간 의정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소속정당 사정을 핑계로 장관직과 의원직 모두를 챙기겠다는 것은 정치적 탐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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