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논현동=이미정 기자 여성 속옷류 전문업체이자 상장사인 신영와코루가 오너일가 소유의 강남 논현동 주택을 매입한 사실이 뒤늦게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분할 매입하는 과정에서 일부 규정 위반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특히 2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부동산을 매입한 뒤 현재는 해당 주택을 임시 창고를 활용하고 있는 사실도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 오너일가 주택, 분할 매입 거쳐 총 203억원에 매입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포털사이트 내 신영와코루 종목토론방에선 일부 주주를 중심으로 신영와코루 오너일가의 논현동 주택 매입과 관련해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는 글이 다수 게재됐다. 공시 규정 회피 의혹과 사업보고서상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내역 기재 누락 정황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일부 주주들은 해당 부동산 매입의 정당성과 취득 이후 활용 여부와 관련해서도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어 지난 7일 일부 언론에서 신영와코루의 오너일가 주택 매입과 관련한 다양한 논란을 보도한 후엔 주주들의 원성의 목소리는 커지는 분위기다.
실제 기자가 부동산등기부등본 등을 확인한 결과, 신영와코루는 지난 2022년 10월과 2023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소재한 단독주택을 총 203억원에 매입했다. 해당 주택은 신영와코루의 창업주인 고(故) 이운일 회장이 1981년 매입해 거주하던 곳이다. 2008년경엔 해당 부동산 지분의 2분의 1는 이운일 회장의 부인인 최인순 씨에게 증여됐다.
2012년 12월 이 회장이 별세한 후 그의 소유 지분은 이 회장을 포함한 친족 5명에 나눠 상속됐다. 이후 오너일가 간 상속 및 증여 등이 추가로 이뤄지면서 총 6명의 오너일가가 해당 부동산의 지분을 나눠 가졌다.
이런 가운데 신영와코루는 2022년 10월 이 회장의 친족 5명으로부터 부동산 지분 90%를 178억원에 1차 매입했다. 다음 해 4월엔 이의평 회장 보유한 나머지 10% 지분을 25억원에 추가로 사면서 토지 및 건물의 소유권을 완전히 확보했다.
문제는 1차 거래에서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내용을 2022년도 사업보고서와 재무제표 주석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기업은 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 간의 거래 내용을 명시해야 한다. 신영와코루는 2023년 사업연도 사업보고서상 ‘대주주 등과의 거래 내용’ 항목엔 이 회장과의 자산양수도 내역을 기재했지만 전년도엔 특수관계인과의 기재를 누락했다.
◇ 사업보고서 특수관계인 거래 내역 기재 누락 논란
주주들은 해당 부동산을 쪼개서 매입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에 따르면 자산총액의 5% 이상인 유형자산을 취득할 경우 이사회 결의 당일 공시해야 한다. 주주들은 해당 부동산을 한꺼번에 매입했을 땐 이러한 공시 규정에 해당될 수 있기에, 이를 회피하고자 분할 매입이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여기에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선 이사회 의결 과정의 부적절함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22년과 2023년 이사회에서 해당 ‘부동산 매입’ 안건을 의결할 당시, 이해관계자인 이 회장이 찬성 의결권을 행사한 것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법상 이사회 결의에 대해 이해관계가 있는 이사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주주들은 200억원의 이상을 투자해 고가의 주택의 매입한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평가를 보내고 있다. 한 주주는 게시글을 통해 “2022년 10월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자금경색, 유동성 위기 등이 겹치던 시점이었는데, 이 시기에 회장 일가의 부동산을 매입한 것이 적정한 지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매입 가격의 적정성과 매입 이후 활용 여부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을 보냈다.
◇ 거액 들여 매입했는데 현재 임시 창고로 사용 중… 주주들 부글부글
신영와코루는 공시를 통해 “부동산 임대수익원 다변화 및 판매 영업장의 부대시설 활용을 위해 해당 자신을 매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부동산 매입 이후 4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가운데 회사는 해당 부동산과 관련해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상태다. 현재는 임시 창고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기자가 9일 직접 현장을 찾은 결과, 해당 주택은 겉으로 보기엔 일반 고급 주택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집 현관에는 이운일 창업주의 이름이 적힌 문패가 자리하고 있었다.
최근 국세청은 사주 일가가 법인 명의 고가 주택을 사적으로 사용한 사례를 공개하며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이에 해당 주택 역시, 사주일가가 사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지만 사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신영와코루 관계자는 “당초 5층 건물을 신축해 임대사업을 하기 위해 매입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져 일단은 임시 창고로 활용 중”이라며 “사주 일가가 주택에 기거하거나 사용하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현장에선 신영와코루 측 인사로 추정되는 남성 3명이 해당 건물을 출입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 중 한 남성은 해당 건물이 법인 건물이 맞냐는 질문에 “맞다”고 했다. 해당 건물이 창고로 활용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질문도 건넸지만, 그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은 채 자리를 이동했다.
신영와코루 측은 사업보고서상 특수관계인 거래사항 누락에 대해선 “친족이긴 하지만 보유한 지분이 없기에 기재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업무상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인 이 회장이 의결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해선 절차상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분할 매입이 이뤄진 배경에 대해선 “매각 시점을 놓고 소유주 간의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답했다. 매입 가격 산정은 감정평가 등을 통해 공정하게 산정했다고 전했다.
다만 주주들은 여전히 곱지 않은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주가 부양을 위한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 노력이 미진하다는 불만이 쌓여온 상황인 만큼 이번 논란을 더욱 싸늘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신영와코루는 비너스 브랜드로 유명한 국내 대표적인 란제리 기업이다. 현재 신영와코루의 경영은 이의평 회장과 그의 아들인 이성원 대표가 각자대표로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851억원, 영업이익은 13억원으로 집계됐다. 시가총액은 1,211억원 가량이다. 자산가치 대비 시가총액은 저평가 수준으로 평가돼왔다. 실적 부진, 소극적인 주주환원 등이 겹친 결과란 분석이 제기됐다. 이에 주주들은 실적 개선과 더불어,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제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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