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오는 10월 2일부터 경찰은 형사사건 수사의 처음과 끝을 책임지게 된다. 검사의 직접수사와 직접 보완수사가 폐지되면서 경찰의 판단과 수사 결과가 갖는 무게도 지금보다 커진다. 새 체계가 현장에 안착하려면 법률로 폐지한 검사의 수사권이 하위법령을 통해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경찰 내부의 전문성 편차와 관리·통제체계도 함께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시행령에 남은 검사의 수사 관여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과 경찰관으로 구성된 온라인 모임인 ‘폴네티앙’, 인권연대 공동주최로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시행령 및 경찰수사역량 강화방안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수사준칙 개정안이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부합하는지와 경찰이 수사를 전담할 전문성·조직·통제체계를 어떻게 갖출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토론회를 주최한 황운하 의원은 수사준칙 정비와 경찰 수사역량 강화를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봤다. 법률로 검사의 직접수사와 직접 보완수사를 폐지하더라도 하위법령에 경찰 수사에 관여할 수 있는 조항이 남는다면 수사·기소 분리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황 의원은 “수사준칙 곳곳에 수사·기소 분리와 형사소송법의 취지에 역행하는 조항들이 있다”며 경찰 역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수사역량 강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참석 의원들도 하위법령 정비와 경찰에 대한 통제장치 마련을 함께 주문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수사준칙 개정안에 담긴 피의자 호송 요구 조항이 경찰의 업무 부담과 수사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연 조국혁신당 의원은 수사준칙을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공동 소관으로 전환하는 한편, 검사의 수사 관여 축소에 맞춰 경찰의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을 통제할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사준칙 개정안 제59조 제5항은 검사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청구하면서 송치 전 수사사항과 증거수집 대상, 적용 법령 등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고 경찰이 이를 수사에 반영하도록 했다. 황문규 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전공 교수는 “영장청구의 칼자루를 쥔 검사가 수사 방향을 제시하면 경찰은 영장 기각의 우려 때문에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검사의 의견이 경찰의 수사 방향을 사실상 결정하는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완수사 절차도 논란의 대상이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경찰이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원칙적으로 한 달 안에 이행하도록 했지만 수사준칙 개정안은 경찰이 결과와 사건기록을 보낸 뒤 검사가 다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법률로 처리기한을 정한 취지가 약해지고 사건이 검찰과 경찰 사이를 오가며 지연될 수 있다는 게 황 교수의 판단이다.
황 교수는 제59조 제5항을 삭제하고 영장청구 과정에서 추가 수사가 필요할 때도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보완수사요구 절차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완수사 결과에 대한 검사의 의견 제시와 추가 요구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검사의 관여 범위를 공소제기·유지와 수사의 적법성 통제에 필요한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선에서는 검사의 의견 제시 절차를 없애기보다 회신기한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송지헌 서울경찰청 수사심의계장은 서울경찰청의 보완수사 평균 처리기간이 2025년 87.9일,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49.7일이었다는 잠정 통계를 제시하며 한 달이라는 법정기한을 맞추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송 계장은 경찰의 보완수사뿐 아니라 검사가 기록을 검토하고 의견을 내는 기간도 원칙적으로 한 달 안에 포함하고, 추가 검토로 기한을 연장할 경우 검사가 직접 연장 결정을 내려 지연 원인과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계급 아닌 역량으로 수사관 검증해야
시행령 정비와 함께 경찰의 수사역량을 높이는 일도 과제로 꼽힌다. 검사의 직접수사와 직접 보완수사가 폐지되면서 경찰 수사의 완결성과 전문성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경위 이상 경찰관은 수사 경력과 관계없이 사법경찰관의 지위를 가지며, 일반 부서에서 근무하던 경찰관이 충분한 전문교육 없이 수사부서에 배치되는 것도 가능하다.
김영식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를 해왔든 하지 않았든 근속승진으로 경위만 달면 누구나 사법경찰관이 된다”며 수사관의 자격과 역량을 지속적으로 검증할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수사관이 현장에서 전문성을 쌓고 있지만 개인별 편차를 줄일 교육과 평가가 충분하지 않으면 일부의 부실수사가 경찰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 경험을 갖춘 관리자를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교통사고나 여성·청소년 수사 경험이 없는 경찰관이 관련 부서의 팀장이나 과장을 맡으면 담당 수사관의 판단과 증거를 실질적으로 검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신임 수사관에 대한 전문교육과 함께 수사부서 관리자의 지휘 역량도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건배당 방식도 개선 과제로 꼽힌다. 현재는 사건의 난이도와 필요한 수사기간보다 사건 수를 중심으로 업무가 배분돼 경찰서와 수사관에 따라 실제 부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사건 유형별 업무량과 처리기간을 데이터로 분석하고 이를 인력 배치와 성과평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를 점검하는 내·외부 통제장치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경찰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에 구속력이 없고 심의가 열리기 전에 사건이 송치되는 경우도 있어 수사 결과를 바로잡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를 사후에 적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인을 분석해 교육과 수사지침에 반영하는 품질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국민의 관점에서는 수사를 검찰이 하든 경찰이 하든 상관이 없다”며 “자신의 사건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되고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토론자들은 이를 위해 경찰 내부의 품질관리와 외부 견제를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순철 경기도청 특별사법경찰 사무관은 퇴직한 베테랑 수사관과 법률전문가를 활용한 수사심사관 제도의 부활을, 손병호 변호사는 경찰 수사심의위원회의 외부위원을 과반으로 구성하고 경찰의 직권남용과 부패·인권침해를 조사할 독립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경찰이 수사의 전 과정을 맡는 새 체계를 안착시키려면 수사권 조정과 함께 내부 검증과 외부 견제가 상시 작동하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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