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마데카솔과 인사돌로 이름을 알린 동국제약이 헬스앤뷰티(H&B)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는 가운데, 권기범 회장의 외동아들 권병훈 이사도 재무·투자와 화장품 사업을 중심으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다만 비제약 사업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H&B 성장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제약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동국제약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5099억원, 영업이익 53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5%, 12.6% 증가한 역대 최대 상반기 실적이다. 지난해 연간 매출 9269억원에 이어 올해 처음 매출 1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커졌다.
외형 성장을 이끈 한 축은 권기범 회장 체제에서 확대한 H&B 사업이다. 동국제약은 마데카솔·인사돌·오라메디 등 일반의약품(OTC)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미용기기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대표 사례는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센텔리안24’다. 동국제약은 마데카솔에 사용되는 센텔라정량추출물(TECA)을 활용해 2015년 센텔리안24를 선보였다. 대표 제품 ‘마데카 크림’이 홈쇼핑 등을 중심으로 인지도를 높이면서 2024년 말 브랜드 누적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동국제악의 헬스케어 사업 매출은 316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34%를 차지했다. 최근 북미·유럽·일본·동남아 등으로 판매망을 확대하면서 올해 2분기 해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66% 증가했다.
회사는 2024년 미용기기·소형가전 업체 위드닉스 지분 50.91%를 약 22억원에 인수했고, 같은 해 화장품 ODM 업체 리봄화장품 지분 53.66%를 확보하는 데 약 307억원을 투자하는 등 생산 역량 내재화에도 힘을 쏟았다.

이 과정에서 권 이사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1995년생인 권 이사는 창업주 고(故) 권동일 명예회장의 손자로 오너 3세다. 코넬대학교에서 정책분석·관리와 경제학을 복수전공한 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미래에셋벤처투자, 마그나인베스트먼트 등을 거쳤다. 2024년 4월 동국제약 재무기획실에 합류했고 올해 4월 이사대우로 승진했다.
권 이사는 리봄화장품 인수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수 이후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지분 승계는 아직 초기 단계다. 권 이사의 동국제약 지분은 0.18%다. 반면 권기범 회장 등 특수관계인 8명의 합산 지분은 43.96%에 달한다. 당장 지분 이동보다 회사 안에서 경영 경험과 사업 성과를 쌓는 과정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다만 H&B 사업의 가파른 성장세를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비제약 사업의 매출 기여도가 확대되면서 의약품과 연구개발(R&D)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다.
동국제약의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173억2900만원으로 매출의 4.0% 수준이다.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입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한미약품의 매출 대비 R&D 비중은 14.8%, 유한양행은 11.1%, 종근당은 11.0%, JW중외제약은 14.1%, 동아에스티는 14.5%였다.
주요 제약사들이 신약 파이프라인과 기술수출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것과 비교하면 제약 본업의 새 성장축은 상대적으로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H&B 사업 확대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관건은 비제약 사업의 존재감이 커진 상황에서 제약 본업에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향후 경쟁력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현재까지 권 이사의 경영 이력은 재무·투자와 H&B 신사업에 무게가 실려 있다. 권기범 회장이 H&B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운 만큼 향후 권 이사의 역할이 의약품과 R&D 등 제약 본업으로까지 확대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H&B 사업이 동국제약의 실적 성장을 이끈 것은 분명하다”며 “앞으로는 H&B에서 확보한 성장 기반과 함께 제약사로서 차별화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과 연구개발 경쟁력을 얼마나 강화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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