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초가을 밤, 진주성 촉석문 너머로 암행어사의 카랑카랑한 출두 외침과 함께 대형 마패가 번쩍이자 수천명의 인파가 환호성을 터뜨렸다. 진주시가 진주문화관광재단과 손잡고 막을 올린 '2026 진주 국가유산 야행'의 현장 풍경이다.
오는 6일까지 나흘간 이어지는 이번 행사는 겉으로 보면 전국 40여 개 지자체가 매년 치르는 국가유산청 공모형 야행 사업 중 하나처럼 보인다. 하지만 축제 내용을 뜯어보면 타 시·도와의 뚜렷한 차별화 전략과 고민이 엿보인다.그동안 전국 시·도의 야간 문화유산 축제는 일회성 조명 쇼나 정형화된 성곽길 걷기에 머물며 '관광객은 붐비지만 인근 상권은 썰렁하다'는 고질적 한계에 부딪혀 왔다.
수원의 화성행궁이나 공주의 공산성 등 대표적인 야행 성공지 역시 성곽 내부 집객에는 큰 성공을 거뒀으나, 늦은 밤 관광객의 발길을 성 밖 구도심 상권까지 자연스럽게 실어 나르는 동선 설계에서는 여전히 숙제를 안고 있다.
진주시는 이 해묵은 과제를 풀기 위해 '스토리텔링의 확장'과 '공간 연계'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올해의 핵심 테마인 '암행어사, 야(夜)밤에 진주성 출두'는 영웅 중심의 딱딱한 관훈형 역사 해설에서 벗어나, 관람객이 직접 어사의 발자취를 쫓는 능동적 서사형 참여 방식을 택했다.
특히 진주성도(晉州城圖)를 따라 걷는 핵심 투어와 야간 플리마켓, 조선 생활문화 체험을 진주성 경내에만 가두지 않고 원도심 골목 깊숙이 뻗어나가도록 동선을 촘촘히 엮었다.
여기에 같은 기간 매일 밤 남강과 성벽을 스크린 삼아 펼쳐지는 '2026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진주성'을 나란히 배치한 것도 묘수다.
아날로그 방식의 인문학적 역사 탐방과 디지털 첨단 빛 콘텐츠가 결합하면서, 가족 단위부터 MZ세대까지 체류 시간을 밤 10시를 넘겨 심야 시간대까지 자연스럽게 연장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야간관광 전문가는"문화유산 축제가 살아남으려면 유적지 자체를 박제된 전시관으로 둘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삶의 터전인 원도심과 핏줄처럼 연결되어야 한다"며 "진주 야행은 진주성이라는 압도적인 유적 자산의 낙수효과를 원도심 상권의 소비로 치환하려는 현실적이고도 영리한 상생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천년 고도의 역사를 지닌 진주성이 과거의 닫힌 요새를 넘어, 지역 골목상권과 호흡하는 활력의 거점으로 밤마다 다시 깨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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