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역대 최대폭' 증가…사라진 세계 순위, 왜?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 증가와 달러화 약세 등에 힘입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한 달 새 143억달러 넘게 늘며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행은 이번 달부터 25년 넘게 제공해온 주요국 외환보유액 세계 순위를 보도자료에서 제외했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422억8000만달러로 전월 말(4279억5000만달러) 대비 143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종전 최대치인 2009년 5월 증가폭(142억9000만달러)를 4000만달러 웃돌았다.

외환보유액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데는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외화자산 운용수익과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 증가 등이 더해졌다. 

실제로 지난달 미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지난달 말 기준 99.70으로 전월 말(99.86) 대비 0.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유로화와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각각 0.5%, 호주달러화는 1.9% 절상됐다. 반면 엔화는 달러 대비 0.3% 절하됐다. 

부문별로 보면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은 3870억7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70억7000만달러 증가했다. 은행에 두는 예치금은 303억달러로 한 달 새 71억7000만달러 늘었다.

특별인출권(SDR)은 157억7000만달러로 6000만달러, IMF포지션은 43억4000만달러로 3000만달러 각각 증가했다. 금은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전월과 동일한 47억9000만달러를 유지했다.

◆ 25년 만에 사라진 순위표…한은 "외환건전성 판단 한계"

이번 발표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그동안 외환보유액 통계와 함께 제공됐던 '주요국의 외환보유액 순위'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한은은 별도의 설명자료를 내고 순위표 삭제 배경을 설명했다. 외환보유액 국제 순위가 국가별 경제 규모와 대외포지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 비교 통계인 만큼 외화유동성 경색 등 잠재적 충격 발생 시 실제 대응 능력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한은은 외환보유액 순위 하락이 곧 외환건전성 악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순위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말 6위에서 지난해 말 10위로 내려갔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3월 말 12위까지 떨어졌다가 6월 말 다시 10위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주요 대외건전성 지표는 오히려 개선됐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2008년 말 72.4%에서 올해 6월 말 46.5%로 낮아졌고, 총외채에서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46.6%에서 24.4%로 줄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순대외채권 규모는 같은 기간 2.5%에서 19.5%로 확대됐다. 국가 신용위험을 가늠하는 외평채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역시 3.68%p에서 0.26%p로 크게 낮아졌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7월 우리나라의 현재 외환보유액 수준에 대해 "발생 가능한 광범위한 외부 충격에 대응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 순위는 6위→10위, 건전성은 개선…"불리한 정보 숨기기 아냐"

한은은 올해 들어 국제 금 가격 변동 등으로 국가별 외환보유액 순위가 자주 바뀌면서 실제 대외부문의 펀더멘털과 괴리된 해석이 빈번하게 이뤄진 점도 순위 삭제 배경으로 들었다.

비교 대상국의 외환시장 개입 기조나 금 등 특정 자산군의 급격한 시가 변동만으로도 우리나라의 대외여건과 관계없이 순위가 상당폭 오르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장기간 제공해온 순위표를 별다른 사전 설명 없이 삭제하면서 외환보유액 순위 하락에 따른 부정적인 평가를 피하기 위한 조치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한은은 "외환당국에 불리한 정보를 숨길 목적으로 보도자료 내 외환보유액 순위를 삭제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외환보유액 규모가 이미 공개돼 있는 만큼 통계 이용자들이 국제통화기금(IMF) 데이터베이스와 개별 중앙은행 홈페이지 등을 통해 자료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순위도 직전월과 같은 세계 10위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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