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美 반도체 ‘표적 관세’ 시험대…현지 투자 셈법 복잡

마이데일리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6월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미국이 반도체 관세를 자국 내 생산과 직접 연계하는 방안을 예고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투자 전략도 시험대에 올랐다. 양사 모두 현지 반도체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있지만 핵심 메모리 생산은 여전히 한국에 집중돼 있어 구체적인 관세 면제 기준에 따라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2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에 대해 “표적화되고 신중한 관세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를 면제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에는 관세를 부과하는 구조로, 현지 반도체 투자 규모와 관세 감면을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국 정부가 검토하는 관세 범위는 반도체 자체를 넘어 노트북과 게임 콘솔, 데이터센터 서버 등 반도체가 탑재된 완제품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국가별 관세율과 쿼터를 별도로 두는 방안도 거론된다. 아직 최종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미국 투자 이력이 관세 충격을 줄일 카드로 꼽힌다. 텍사스 오스틴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테일러에는 첨단 파운드리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법에 따른 지원과 연계된 현지 투자 계획은 370억달러 이상이다. 테일러 1공장은 올해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공장도 연내 착공해 2030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삼성의 미국 생산시설은 첨단 로직·파운드리 중심이다. AI 시장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해 D램과 낸드 등 주력 메모리 생산은 한국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미국 정부가 회사 전체의 현지 투자·생산 규모를 기준으로 관세를 감면한다면 삼성에 유리하지만, 품목별 현지 생산 여부를 따질 경우 한국산 메모리는 관세 대상에 남을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삼성보다 셈법이 더 복잡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7일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서 4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HBM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2029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을 양산해 미국 최초의 HBM 생산거점으로 키울 계획이다.

인디애나 공장은 한국에서 생산한 첨단 웨이퍼를 미국으로 보내 패키징과 테스트를 거치는 구조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첨단 패키징까지 ‘미국 내 생산’으로 인정할지가 중요해졌다. 본격 양산 시점도 2029년이어서 관세가 그보다 앞서 시행될 경우 과도기 적용 방식이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러트닉 장관이 제약업계 사례를 들며 미국에 생산시설을 짓는 기업에 관세 혜택을 주겠다고 밝힌 만큼, 이미 대규모 투자를 집행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정 규모의 면제나 쿼터를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정부가 ‘현지 생산’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하고 투자 규모에 비례해 얼마나 많은 무관세 물량을 허용하느냐가 관건이 되는 셈이다.

관세가 완제품까지 확대될 경우 영향은 직접적인 수출 비용에 그치지 않는다. 데이터센터 서버와 노트북 등 전방 제품 가격이 올라가면 미국 내 IT·AI 투자 비용이 상승해 메모리 수요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미국 빅테크를 핵심 AI 메모리 고객으로 두고 있는 만큼 관세의 적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파급력도 커진다.

양사는 국내 생산능력 확대에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용인과 청주 신규 팹에 54조3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으며 삼성전자도 국내 반도체 생산 기반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관세를 앞세워 반도체 기업의 생산시설 이전을 압박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생산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미국 내 투자로 관세 장벽을 피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며 "구체적인 관세율과 면제 기준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추가 미국 투자 여부도 핵심 변수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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