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사과해라. 그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잘못했음. 이 네 마디야. 네 마디만 하면 적어도 끔찍한 일은 피할 수 있다."
영화 '달콤한 인생'에 나오는 이 유명한 대사는 지금 MBC '나 혼자 산다' 제작진에게도 많은 교훈을 준다.
방송인 전현무의 카자흐스탄 여행 편을 둘러싼 ‘연출·조작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프로그램의 간판이자 얼굴인 전현무가 홀로 사방에서 쏟아지는 비판의 화살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난타당하고 있는 동안, 정작 방송을 기획하고 연출한 제작진은 비겁한 침묵의 장막 뒤에 숨었다. 명확한 진상 규명도, 시청자를 향한 진심 어린 고개 숙임도 없다. 네 마디면 족했을 솔직한 인정 대신 선택한 얕은 수와 말 바꾸기식 해명이 사태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100% 즉흥'이라더니 사전 기획 정황 속출…타사 앵커의 뼈아픈 직격탄
사태의 본질은 간단하다. 방송은 지난달 14일과 21일, 전현무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작정 공항을 찾아 전광판을 응시하다 즉석에서 카자흐스탄 알마티행 비행기 표를 끊고 현지 렌터카를 대여하는 '100% 즉흥 여행'의 낭만을 화면 가득 담아냈다.
하지만 아름다운 리얼리티는 방송 직후 카자흐스탄 현지 정부가 "알마티시 관광국 및 마케팅 기관의 지원을 받아 촬영됐다"고 홍보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현지 운전 시 필수적인 복잡한 공증 절차를 공항에서 즉석으로 해결했다는 설정의 허구성은 물론, 전현무와 대규모 제작진의 항공권이 이미 일주일 전에 사전 예매되어 있었다는 정황까지 나왔다.
채널A의 간판 김진 앵커마저 공개적으로 메스를 들이댔다. 김 앵커는 직접 당일 8석의 알마티행 항공권을 예매 시도한 '예약 불가' 캡처 화면을 SNS에 올리며 "알마티 항공권 6~8명을 당일에 사는 건 불가능했다. 알마티로부터 촬영 협조받아놓고 즉흥처럼 렌터카 빌리더니, 해명도 방송도 진실하지 못한 MBC 나혼산"이라고 직격했다. 타 방송사 언론인에게 기본적 사실관계의 허위성을 저격당하는 수모를 겪으면서, 프로그램은 물론 방송국 전체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지원 전무'에서 '촬영 협조'로…말바꾸기 해명
대중이 진짜 분노하는 지점은 조작 그 자체보다, 사태 이후 제작진이 보여준 형편없는 후속 대처다. 제아무리 '리얼'을 표방하는 관찰 예능이라 할지라도 대중은 방송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최소한의 구성과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를 만큼 순진하지 않다. 대중이 용서하지 못하는 것은 조작이 발각된 이후에 뻔뻔하게 내놓는 '거짓 해명'이다. 그것은 단순한 방송적 허용을 넘어 시청자를 향한 기만이기 때문이다.
'나 혼자 산다' 측은 논란 초기 "촬영 지원이나 협찬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들었다. 그러나 현지 정부의 발표와 빗발치는 반박 증거 앞에 6일 만에 낸 2차 입장문에서는 "금전적 지원이나 PPL은 없었으나 현장 진행에 필요한 촬영 협조를 받았다"며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여기에 문제는 동문서답식 회피다. 시청자들이 묻고 있는 것은 "사전에 표를 끊어놓고 왜 공항에서 즉흥으로 표를 구한 척 연기했는가"라는 연출 조작의 유무다. 하지만 제작진은 "금전적 협찬은 없었다"는 엉뚱한 변명 뒤로 숨으며 핵심 의혹에 끝내 입을 닫았다. 과거 박나래의 '20인분 명절 음식 매니저 대리 조리' 폭로 때처럼, 시간이 지나면 잊힐 것이라는 오만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 대상'에도 행사 불참…당당하지 못한 1등 예능
후폭풍은 매섭다. 1일 한국소비자포럼이 발표한 '2026 올해의 브랜드 대상'에서 '나 혼자 산다'는 관찰 예능 부문 5년 연속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영광스러워야 할 시상식 포토월 행사에 제작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성실하게 일상을 보여주던 관찰 예능의 생명줄은 오직 ‘시청자와의 신뢰’ 하나로 지탱된다. 그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10년을 쌓아 올린 명성은 모래성처럼 흩어진다.
제작진이 진정으로 프로그램을 지키고, 방패막이로 내세워진 출연자 전현무를 보호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명쾌한 해명 혹은 사과를 내놔야 한다. "잘못했다." 이 담백하고 진심 어린 사과만이, '나 혼자 산다'를 구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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