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친왕 친필 제문' 발견…세종시 '황실 독립운동' 근거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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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근현대사에 의친왕이 있었던 사실, 의친왕이 세종시에서 비밀 항일운동하셨던 사실을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고종황제의 장증손이자 의친왕 종손인 이준 황손)

황실의 은밀한 항일독립운동 활동을 둘러싼 퍼즐 맞추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특히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인 세종대왕의 도시 세종시가 그 근거지로서 재조명되면서 각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 27일 세종특별자치시(시장 최민호)는 대한황실후손단체 의친왕기념사업회(회장 이준)와 공동주관으로 세종시청실에서 '대한황실 항일독립운동연구회' 발대식과 '세종시와 대한황실의 독립운동 기록과 시대의 증언' 포럼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 이준 고종황제 장증손, 이희완 국가보훈부 차관 등 내빈을 비롯해 학계 관계자, 학부모와 학생들이 참석해 황실의 독립운동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군복무 중 휴가를 활용해 자리한 군인 장병도 있었다.

이날 이준 황손은 세종시 부강지역 일대가 황실의 항일독립운동 근거지였다고 증언했다.

그는 "황실가 안에서 의친왕 소유였던 부강면 금광을 경술국치 직전에 궁내부 특진관 송암 김재식에게 차명으로 맡겨 의병을 양성하는 독립자금으로 활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준 황손은 처음 황실가의 말을 들었을 때에는 김재식·부강면의 실존 여부를 몰랐다고 밝혔다.

이후 김재식 후손들과 현재 김재식 고택의 주인 백원기 회장의 말을 증언을 통해 의친왕이 경부선 철도를 틀어 부강역을 설치했고, 왕이 직접 행차해 친필 글씨를 하사했음을 알게 됐다. 의친왕과 송암 김재식이 실제 교류하고 있었음을 확인한 것이다. 

현재 송암 김재식 가옥은 세종시 지정 유형문화재다. 이곳에는 실제로 의친왕 친필 편액(건물이나 문루 중앙 윗부분에 거는 액자) 송암신정기가 있다. 또 송암 김재식 비석에는 의친왕이 친필로 지은 제문이 있다. 

바로 이 왕의 친필 사료들이 세종시가 황실 항일운동의 근거지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 세종 부강지역 대부호 '김재식' 정자서 발견된 '의친왕 친필 편액'


송암의 정자(원보정)에는 '이강(李堈) 의친왕(義親王)'이라고 적힌 편액과 정자의 유래를 적은 기문 '송암신정기'가 있다. 지금도 송암은 세종시 부강 지역민들에게 '대단한 부호'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기록에 따르면, 송암은 지금으로 치면 고위 공무원에 불과하다. 그는 창덕궁 위장·창릉 참봉·중추원 의관·내장원 경을 거쳐 1906년 의친왕 귀속 후궁내부 특진관으로 임명됐다. 

이준 황손을 회장으로 한 의친왕기념사업회와 학계·민간단체·세종시 등은 1910년 한일병탄 후 송암 김재식이 의친왕 명으로 현 세종시 부강 용포리로 이주하고 황실 소유의 금광을 대리 관리하며 부강포구를 중심으로 독립자금을 전국에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영주 의친왕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은 "김재식은 큰 부호로 알려져 있는데 그 아버지는 무엇을 했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며 "김재식은 서울에서 궁내부 특징관이었고 공무원이었고 유산을 물려받은 것도 아니라는 데 의문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학술회가 있게된 계기인 송암신정기에 당당히 의왕 이강이라고 쓴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한일병탄 후 의친왕은 이강 공으로 격하돼 공식 문서에 의친왕, 의왕 등을 표기할 수 없었지만 1928년 이곳 부강에 와서는 당당하게 의왕 이강이라고 썼다"고 주목했다.

이날 이태진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명예교수이자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의친왕 이강과 송암 김재식의 유대 관계 추적'이라는 주제의 연구결과 발표에서 김재식 선생과 황실간 항일활동의 연관성을 설명했다. 

이 교수 역시 의친왕이 김재식과 금광 개발에 나선 것은 제국익문사의 활동자금 확보와 유관할 것이라고 봤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제국익문사는 1902년 6월 고종황제의 명으로 설립된 황제 직속 정보기관으로, 수장인 제국익문사독리(帝國益聞社督理)를 포함해 60여명으로 구성됐다. 

'국정원'과 비슷한 이 기관은 황제의 밀서를 외국에 보내거나 국가 기밀을 외국에 넘기는 고관대작들의 동태를 감시하는 등 고종 황제의 숨겨진 눈과 귀가 됐고, 대한제국의 국권 침탈을 막기 위한 최전선에서 활동했다.

이 교수는 "김재식 선생의 송암신정기에는 의친왕이 쓴 '부강면 금광을 기반으로 독립자금을 마련한 김재식'이라는 내용의 소개문이 있다"며 "이는 김재식이 제국익문사 활동자금 확보를 위해 금광 개발에 나섰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의친왕 제국익문사 활동과 안중근 의사의 이토히로부미 의거 사이 상관관계도 추적중이다. 

◆"사라져가는 독립운동가 후손들, 이들 연구해 역사 바로 세워야"

대개 '독립운동'이라고 말하면 '3.1운동' '의병 활동' 등을 떠올린다. 그만큼 독립운동 관련해서는 민중의 활동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제강점 기간, 황실에서 매우 은밀히 항일·독립 활동을 펼쳐왔다는 후손들의 증언이 최근 공감대를 얻고 있다. 황실은 일반 대중 이상으로 일본의 감시를 받아야 했기에 그들의 항일운동은 증거를 남기지 않아야 했고 극비에 붙여야 했다는 이유다.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에서 배우 김민정이 '성총보좌'라는 황실의 전용 인장이 찍힌 서신을 불태우는 장면에서도 황실이 내밀히 독립운동가와 소통했다는 이야기가 다뤄졌다. 


이같은 이유에서 이준 황손은 특히 독립운동사 연구의 경우, 사료제일주의가 오히려 역사를 왜곡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제국익문사 비보장정에서도 밀서를 태우라는 조항이 있다"며 "사료제일주의의 오류는 기록이 없으면 낭설로 치부해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국익문사 비보장정은 제국익문사 설립과 함께 총 23개조로 구성된 황제어람용 비밀 규정집이다. 

이준 황손은 역사를 왜곡을 바로 잡아 식민 사관에 사로잡혀 위축된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준 황손은 "이제 사라져가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관련 유적지를 조사하고 사료를 찾고 학교에서 검증해 역사 바로 세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은 선교사들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외국인 선교사의 시선에서 바라본 개혁군주-고종황제 재조명'을 주제로 발표했다. 인 의원은 1895년 을미사변 명성황후 살해 사건 당시 고종황제 침소에서 황제를 보호했던 유진 벨 선교사의 외증손이자, 윌리엄 린튼의 손자다.

그는 "고종 황제는 한국을 떠나는 선교사 알렌에게 그 당시 막대한 돈인 3만달러를 주며, 일본에서의 독립을 도와달라고 했다"며 "고종황제가 일제를 안일하게 지켜보기만 했다는 주장은 역사적으로 아주 잘못된 시각이며, 고종황제는 항일 투쟁에 앞장섰다"고 피력했다. 

앞으로 세종시와 대한황실 항일독립운동연구회는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황실의 항일독립운동의 발자취를 추적·연구하고 강연을 지속할 계획이다. 


세종시는 이를 통해 의친왕 이강의 세종시 독립운동가 서훈, 송암 김재식 가옥과 세종 홍판서댁, 가네코 후미꼬 자택 등 부강면 일대를 황실 독립운동 근거지로서 국가현충시설로 등록할 예정이다. 또 부강면 일대를 독립운동 유적 역사공원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김재식 고택 행랑채에 황실의 비밀정보기관인 제국익문사를 두고 항일독립운동을 전개한 사실이 확인될 것 같다"며 "일제에 의해 왜곡된 황실의 명예를 회복하고 우리 역사에 대한 국민적 자긍심을 고치하는 한편 부강면 일대를 국가 유적지화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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