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폄훼 논란’ 이진숙, 김민석 ‘모욕죄‘ 고소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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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찾아 김민석 대표에 대한 모욕죄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진은 24일  모욕 혐의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서울 영등포경찰서 민원실로 들어서는 이진숙 의원. / 뉴시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찾아 김민석 대표에 대한 모욕죄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진은 24일 모욕 혐의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서울 영등포경찰서 민원실로 들어서는 이진숙 의원. / 뉴시스

시사위크=김윤혁 기자  5·18민주화운동 폄훼·왜곡 논란으로 정치권의 제명 요구를 받고 있는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이 자신을 향한 비판에 고소로 맞대응했다. 5·18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의 토론이 보장돼야 한다며 토론의 자유를 강조해왔지만, 자신을 히틀러에 빗댄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당대표의 발언에 대해 모욕죄를 주장하며 고소장을 제출한 것이다. 이 의원이 주최한 5·18 토론회에서 촉발된 여야 간 공방이 고소전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 이진숙 “내가 왜 여자 히틀러냐”

이진숙 의원은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찾아 김민석 대표에 대한 모욕죄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 의원은 고소장 제출 뒤 기자들과 만나 “한 나라의 정당인, 특히 국회의원은 그 언어에 있어서 품격을 가져야 한다”며 “그런데 김민석 대표는 저를 ‘여자 히틀러’라고 지목하면서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 제가 어째서 여자 히틀러냐”고 말했다.

이 의원이 문제 삼은 김 대표의 발언은 지난 15일 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당 정기당원대회 및 당대표·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나왔다. 당시 김 대표는 이 의원을 두고 “제명할 수 없다면 국회법을 고쳐 1년 자격정지로 국회에서 아웃시키겠다”며 “여자 전두환도, 여자 히틀러도 대한민국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의원은 해당 발언이 정치적 비판의 범위를 넘어선 인격 모독성 발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소장에도 “세계사에서 히틀러가 받고 있는 평가를 생각할 때 특정인을 히틀러라고 지칭한 것은 명백한 경멸적 감정의 표현”이라며 “인격을 말살하고 사회적으로 매장하려는 의도가 명백한 악의적인 인신공격”이라고 적시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지난 15일 이진숙 의원을 두고 “제명할 수 없다면 국회법을 고쳐 1년 자격정지로 국회에서 아웃시키겠다”며 “여자 전두환도, 여자 히틀러도 대한민국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15일 전남광주 나주시 종합스포츠파크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선출을 위한 전남광주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는 김민석 당대표. / 뉴시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지난 15일 이진숙 의원을 두고 “제명할 수 없다면 국회법을 고쳐 1년 자격정지로 국회에서 아웃시키겠다”며 “여자 전두환도, 여자 히틀러도 대한민국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15일 전남광주 나주시 종합스포츠파크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선출을 위한 전남광주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는 김민석 당대표. / 뉴시스

이에 민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5·18을 폄훼하는 포럼을 열고도 자신을 비판한 인사를 고소한 것은 ‘적반하장’이라는 지적이다. 이용우 의원은 이날 논평을 내고 “5·18이 소요 사태라는 발언까지 나온 포럼을 열고도 사과하기는커녕 피해자를 자처하고 있다”며 “이 의원이 써야 할 것은 고소장이 아니라 사퇴서”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이 의원을 제명하지 않는다면 그의 행위에 동조하는 것이라며 제명을 촉구했다.

민주당의 공세는 이 의원에 대한 제명 요구를 넘어, 징계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입법 추진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이용우 의원은 민주화운동 및 국가폭력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날조한 국회의원에 대해 1년 이내의 직무수행정지 또는 제명 징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이와 관련한 토론회나 간담회 등을 주최·주관하거나 명의를 제공하는 행위도 징계 사유에 포함됐다.

정치권에서는 해당 법안이 사실상 5·18 토론회를 주최해 논란을 빚은 이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법안을 “이 의원을 정면 겨냥한 표적입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법안을 통과시켜 이 의원의 직무를 정지시키려는 것은 “의회 전체주의이자, 헌법을 조롱하는 다수결의 폭정”이라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5·18을 둘러싼 논쟁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내놨다.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으려 한다면, 그 정신에 부합하게 5·18 유공자 명단과 공적 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5·18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토론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 의원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이어 나 의원은 “5·18을 전유물로 삼고, 정적 제거의 무기로 악용하는 민주당의 작태야말로 5·18 정신을 폄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5·18서울기념사업회 등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이진숙 의원의 즉각적인 징계와 제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5·18기념재단과 오월 공법 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도 21일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찾아 이번 사태에 대한 당의 공식 입장과 후속 조치를 요구하는 공개질의서를 전달했다. / 뉴시스
5·18서울기념사업회 등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이진숙 의원의 즉각적인 징계와 제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5·18기념재단과 오월 공법 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도 21일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찾아 이번 사태에 대한 당의 공식 입장과 후속 조치를 요구하는 공개질의서를 전달했다. / 뉴시스

이에 민주당은 재반격에 나섰다. 이 의원에 대한 직무정지 법안과 징계요구안이 ‘정적 제거용’이라는 나 의원의 주장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김성화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당에서 모범을 보여야 할 5선 중진 의원(나 의원)의 망언이 국민을 분노하게 한다”며 “국민의힘도 5·18 정신 계승을 말하려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당내 의원들의 폄훼와 망언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방이 격화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여전히 이 의원과 선을 그으며 관망하는 분위기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의 토론회는) 당 차원의 행사가 아니기에 당의 입장은 없다”며 “이 의원 발언에 대해 국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당도 살펴보고 있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당 윤리위원회에도 이 의원에 대한 징계 신청서가 접수됐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후속 조치는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이 의원을 향한 비판은 시민사회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5·18서울기념사업회 등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이 의원의 즉각적인 징계와 제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5·18기념재단과 오월 공법 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도 21일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찾아 이번 사태에 대한 당의 공식 입장과 후속 조치를 요구하는 공개질의서를 전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 이 의원의 고소 카드는 자신을 향한 비판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22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법 전문에 넣겠다는데, 토론도 못한다면 성역을 넘어 신화”라고 적으며 이번 사태에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단순한 정치적 공방으로 시작된 논란이 법적 다툼으로까지 번진 가운데 이 의원을 둘러싼 여야의 충돌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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