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세계적인 해양 관광도시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피서 1번지 해운대. 말끔하게 정비된 가로수길과 쾌적한 도심 환경은 구민과 관광객들에게 늘 감탄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 눈부신 평화로움과 쾌적함이 저절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첨단 행정의 스포트라이트 뒤편, 모두가 잠든 시각이거나 갑작스러운 사고와 재난의 현장에서, 도시의 가장 낮고 거친 곳을 온몸으로 마주하는 이들의 묵묵한 땀방울이 스며있기에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도시 행정의 최전선은 생각보다 훨씬 거칠고 위험하다. 특히 집중호우나 태풍, 각종 돌발 사고가 잦은 여름철은 현장 보수 인력들에게 가장 긴박한 시기다. 해운대구는 올여름 침수 피해 최소화와 안전 확보를 위해 하수시설 집중 관리 등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구는 상습 침수 구역의 빗물받이를 집중 관리하고 관내 맨홀에 추락 방지시설을 설치하는 등 배수 효율을 높이는 데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첨단 장비가 발전하고 행정력이 뒷받침된다 한들, 도심 구석구석의 파손된 도로를 손보고 예기치 못한 안전사고 현장을 수습하는 일은 결국 사람의 손길을 거쳐야만 한다. 찌는 듯한 폭염이나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아스팔트의 열기와 매연을 고스란히 뒤집어쓴 채 삽과 곡괭이를 드는 이들은 다름 아닌 현장의 도로관리원들이다.
해가 저물고 거리의 조명이 하나둘 켜질 때, 이들의 하루는 오히려 다시 시작된다. 단속·보수·기동·준설반으로 나뉜 25명은 낮 동안 도심 구석구석을 훑고 지나가지만, 그중 일부는 밤이 깊어도 자리를 뜨지 못한다. 평일 저녁과 휴일에도 4~5명의 인력이 대기하다 신고가 접수되는 순간 삽과 장비를 챙겨 어둠 속으로 나선다. 365일, 24시간이라는 표현은 이들에게 숫자가 아니라 일상 그 자체다.
도로에 파인 포트홀 하나는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소다. 신고가 들어오면 이들은 곧장 현장으로 달려가 응급 처치하듯 파인 곳을 메우고 깨지거나 내려앉은 보도블록을 다시 맞춘다. 도로 위에 떨어진 박스나 자재 같은 낙하물도 지나치는 법이 없다. 방치된 몇 분이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장맛비가 쏟아지기 전, 이들의 손은 먼저 배수로로 향한다. 좁고 어두운 맨홀 속으로 상반신을 밀어 넣고 낙엽과 토사, 쓰레기로 막힌 배수로를 손으로 더듬어 긁어낸다. 이렇게 걷어낸 오물은 흰 포대에 담겨 하나둘 지상으로 올라오고 고가도로 아래든 지하차도 옆이든 라바콘으로 통제선을 두른 채 작업은 계속된다. 부서지거나 이탈된 스틸그레이팅(강철 격자 뚜껑)과 맨홀도 이들의 손끝에서 제자리를 찾는다.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는 잡목과 잡초를 걷어내고 부러진 시선유도봉과 볼라드를 다시 세우는 일도 같은 손이 맡는다.
태풍이나 폭우 특보가 내려지면 이들의 발걸음은 배수구를 따라 더 바빠지고, 겨울이 오면 삽 대신 제설 장비를 든다. 도로가 붕괴하거나 산사태로 통제선이 쳐지는 순간에도 안전표지판과 라바콘을 배치하고 통행을 정리하는 건 결국 이들의 몫이다. 노점과 적치물을 정리하는 일상적인 순찰까지,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모든 일이 이들의 손을 거쳐 간다.
도로 위에서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의 궂은일과 구조적 실상은 지역 리더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깊이 있게 다뤄졌다. 김성수 해운대구청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행정적 총력 대응만큼이나 현장에서 발로 뛰는 보수원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세심한 관리와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심윤정 해운대구의장은 최근 본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기계가 닿지 않는 도로 위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복구에 나서는 이들의 수작업 현실을 언급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들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묵직한 노고의 무게를 깊이 헤아리는 한편,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시의 안전을 지탱하는 이들의 헌신에 거듭 감사를 표했다.
도시는 거대한 자본과 세련된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 시스템을 구동시키는 실질적인 힘은 톱니바퀴가 아니라 그 안에서 거친 위험을 마주하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화려한 의정 단상이나 행정의 수치, 거창한 도시 발전 계획 뒤에 가려져 있던 이들의 거친 땀방울과 위기 속 헌신을 지역 사회는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화려한 해운대의 그늘 뒤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아스팔트 위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의 손끝이 있기에 오늘도 해운대의 일상은 비로소 안전하게 숨 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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