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의 주거 부담을 낮추기 위한 '주거사다리' 보강에 나선다. 공공택지와 재개발·재건축 등 중장기 공급 확대와 별개로 상대적으로 사업기간이 짧은 다세대·다가구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을 활성화하고, 청년 전세임대와 신혼부부 정책대출 문턱도 낮춘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는 앞서 발표된 공공택지와 정비사업 공급 확대 외에도 비아파트 공급 정상화와 청년·신혼부부 주거지원 방안이 담겼다. 대규모 주택사업은 실제 입주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상대적으로 공급 속도가 빠른 비아파트를 활용해 전·월세 주택 선택지를 넓히고, 실수요자 주거비 부담도 함께 낮추겠다는 취지다.
◆비아파트 13만호 착공 지원, 전·월세 공급 '숨통'
정부가 비아파트 공급 회복에 나선 것은 최근 크게 줄어든 착공물량 때문이다.
2023~2025년 연평균 주택 착공에서 민간이 차지하는 비중은 수도권 80.6%, 서울 90%에 달하지만 공급 회복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특히 수도권 일반주택 착공은 2023년 1만8000호, 2024년과 2025년 각각 1만4000호로 장기평균의 20~30% 수준에 머물렀다. 서울 20~30대 가구 67.9%가 오피스텔을 포함한 일반주택에 거주한다는 점에서 비아파트 공급 감소가 청년층 등 주거 선택지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오피스텔을 포함한 일반주택 13만호 착공을 지원한다. 다세대·다가구 '건축규제'를 완화하고, 건설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기존 비주거시설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등 공급 기반을 넓힌다.
우선 다세대·다가구주택 건축면적 제한을 1000㎡까지 확대하고, 주민공동시설 면적에 대한 용적률 산정기준도 완화한다. 건설자금 지원한도를 높이고 금리를 낮춰 사업자 자금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병행한다.
주택업계도 비아파트 분야 건축규제와 금융지원을 함께 손본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 한국디벨로퍼협회는 공동 입장을 통해 "다세대·다가구주택 건축면적 제한을 1000㎡까지 확대하고, 용적률 산정시 주민공동시설 면적을 완화 적용했다"라며 "또 건설자금 지원 한도를 확대하고, 금리를 인하하는 등 건축규제 개선과 금융지원을 병행함으로써 서민 주거사다리 역할을 하는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피스텔 등 다른 비아파트 공급 여건도 개선한다. 공실 등으로 활용도가 떨어진 지식산업센터를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손질하고, 신축 일반주택을 공급하는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대출규제를 완화한다. 소형 신축 비아파트를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는 세제 특례도 연장한다.
비아파트는 아파트보다 사업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점에서 전월세 공급을 비교적 빠르게 보완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아파트는 착공 이후 입주까지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비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사업기간이 짧다"라며 "다세대·다가구 건축면적 상향과 층수·일조 규제 완화, 기금대출 확대 등은 최근 크게 위축된 도심 전월세 공급을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단기적으로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비아파트 공급 확대가 실제 시장 회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수요자 신뢰 회복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세사기 등을 거치며 빌라·다세대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 만큼 주택 공급과 함께 임차보증금 보호·보증제도 등 임차인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환경도 뒷받침돼야 한다.
양 전문위원은 이와 관련해 "비아파트 공급 확대와 함께 보증과 금융, 임대사업 환경 개선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공급 여건 개선과 실제 임차인이 해당 주택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건 별개 문제라는 의미다.
◆청년 전세 2.4억원으로…신혼부부 '결혼 페널티'도 완화
정부는 주택 공급뿐만 아니라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 주거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지원도 확대한다.
대표적인 게 새롭게 도입되는 '청년 보편형 전세임대'다. 기존 청년 전세임대는 수급자 등 우선순위가 높은 청년 중심으로 공급되는 데다 지원한도(수도권 1인 기준)가 최대 1억2000만원인 만큼 실제 주택 선택에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다.
보편형 전세임대는 지원한도(수도권 1인 기준)를 최대 2억4000만원으로 2배 확대한다. 소득·자산 기준도 완화해 역세권 등 청년 수요가 높은 지역에서도 주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입주자는 기존 우선순위·배점 방식과 달리 추첨 방식으로 선정하며 기존 청년 전세임대 제도와 공급물량은 유지한다.

청년과 신혼부부, 고령자 등 수요자 특성을 고려한 특화 임대주택도 늘린다. 정부는 2030년까지 특화 임대주택 공급 규모를 7500호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올해 청년형 2000호와 육아친화형 1000호 이상을 공급한다. 운영기관 임대보증금 반환보증 가입도 의무화해 입주자 보호를 강화한다.
청년·저자산 가구 '내 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한 공공분양 방식도 다양화한다. 초기 자금 부담을 낮춘 지분적립형과 수익공유형 등 부담가능한 공공분양 모델을 확대해 자산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가구 주택시장 진입을 돕는 방식이다.
신혼부부에게 적용된 이른바 '결혼 페널티'도 완화한다.
현재는 혼인 이후 정책대출을 신청하면 부부합산소득 기준으로 심사하면서 결혼 전 대출 이용 가능하더라도 혼인 후 지원 대상 제외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향후 신혼부부가 정책대출 신청시 부부 가운데 1명이라도 일반가구 소득기준을 충족하면 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일반가구 소득기준은 △보금자리론 7000만원 △디딤돌대출 6000만원 △버팀목대출 5000만원이다.
정부는 이외에도 무주택 청년을 위한 정책모기지를 마련하고,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지원·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 임차에서 내 집 마련까지 이어지는 단계별 주거지원 체계를 강화한다. 집값과 전월세가격 상승으로 청년과 저자산 가구 주거 부담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런 정책이 청년·신혼부부의 주택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데 일정 부분 도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정책대출 소득기준 개선은 혼인에 따라 오히려 금융지원에서 배제되는 제도적 사각지대를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양지영 전문위원은 "청년·신혼부부 금융지원은 기존 제도 사각지대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일반 주택구입 대출규제를 전면 완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특정 실수요자 대상으로 보완하는 만큼 전체 주택가격을 자극할 정도 수요 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역시 전·월세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금융지원 외에도 민간임대주택을 둘러싼 다른 제도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PF 보증 확대와 신축주택을 매입하는 매매·임대사업자 LTV 완화 등이 민간 주택 공급 여력을 높이는 데 도움될 것"이라며 "금융규제만 완화하고, 세제와 실거주 요건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민간임대주택 공급과 전·월세시장 안정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세제와 실거주 요건이 거래를 위축시키거나 임대매물 감소로 이어질 경우 전·월세시장 불안과 서민 주거비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라며 "근무지 이동이나 자녀 교육 등 가구별 거주 여건까지 고려해 관련 제도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주택업계에서는 후속 입법과 정책 시행 속도도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 한국디벨로퍼협회는 "이번 대책 발표에 따른 주택시장 안정 기대감이 실제 효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 개정 등 속도감 있는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라며 정책 이행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할 실무기구 마련도 건의했다.
결국 이번 대책 주거지원은 공급자에게는 비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건축·금융 여건을 개선하고, 수요자에게는 임대주택과 정책금융 문턱을 낮추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공공택지와 정비사업 등 중장기 공급이 실제 입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사업기간이 짧은 비아파트가 전월세 공급을 얼마나 보완하고, 확대된 임대·금융지원이 청년과 신혼부부 주거 부담을 얼마나 낮출지 주목된다.
Copyright ⓒ 프라임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