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이건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코스피상장사인 이건산업이 최근 금융당국의 ‘부실 상장사’ 퇴출 강화 움직임 속에 예사롭지 않은 상황을 맞고 있다. 시가총액이 위태로운 수준을 넘나들면서 퇴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울러 자본시장 체질개선을 적극 추진 중인 정부가 ‘저PBR’ 문제를 다음 타깃으로 정조준하고 있는 가운데, 극심한 저평가 상태도 풀어야 할 숙제로 지목된다.
◇ 시가총액 ‘아슬아슬’… 저PBR 개선도 당면과제
이건산업은 1973년 설립돼 5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건자재기업이자, 이건그룹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핵심 계열사다. 코스피시장엔 1988년 상장했다. 코스피시장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해 온 지도 40년 가까이 된 셈이다.
그런데 최근 이건산업은 예사롭지 않은 상황을 직면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부실 상장사’ 퇴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시가총액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당국은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체질개선’ 행보에 발맞춰 올해 들어 ‘부실 상장사’ 퇴출을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상장폐지 대상 시가총액 기준을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상향 조정하고, 주가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도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퇴출의 문’을 넓힌 것이다.
하지만 이건산업의 최근 행보를 정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중장기적으로 이어져 온 주가 하락세가 6월을 전후로 더욱 가팔라졌고, 회복 및 반등은 더뎠다. 결국 지난 7월 들어 ‘퇴출 위기’가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코스피시장의 상장폐지 대상 시가총액 기준이 300억원으로 추가 상향 조정되면서다.
시가총액이 상장폐지 대상 기준을 30거래일 연속 충족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기준을 넘어야 상장폐지를 면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곧장 상장폐지 절차로 넘어간다.
이건산업은 7월의 첫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292억원에 머무르며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후에도 시가총액이 ‘생존 마지노선’을 넘나들며 외줄타기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는 10거래일 연속 시가총액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관리종목 지정을 위한 조건의 3분의 1이 충족된 것이다.
물론 현재 시가총액 규모가 상장폐지 대상 기준을 크게 밑도는 건 아니다. 그렇다해도 현 상황을 가볍게 여기긴 어렵다. 상장폐지 대상 시가총액 기준이 추가 상향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내년부터는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상향된다.
이건산업의 저조한 시가총액은 우선 부진한 실적 흐름과 얽혀있다. 이건산업은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2021년 이후 4년 만에 3,000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더욱 심각한 건 수익성이다. 오랜 세월 유지해온 흑자기조가 깨지고 적자로 돌아섰다. 이러한 실적 부진은 건설경기 악화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심각한 저평가 상태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이건산업은 11일 종가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15배에 그치고 있다. PBR은 당장 회사를 청산했을 때의 가치 대비 시가총액을 뜻하는 지표다. 이 지표가 1배에 미치지 못한다는 건, 시가총액이 회사의 실질적인 자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저PBR’ 문제는 정부가 ‘자본시장 체질개선’과 관련해 다음 타깃으로 정조준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이건산업의 당면한 위기가 과거 승계 과정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건그룹은 2000년대 중반 무렵부터 기존에 이건산업 중심이었던 구조를 이건홀딩스(당시 이건창호)로 재편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2세 승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이건산업은 물적분할과 연결제외 등으로 외형이 축소된 반면, 이건홀딩스는 해당 계열사들을 품어 덩치를 키우며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올랐다.
상장폐지 대상 시가총액 기준이 추가 상향될 예정인 데다 정부가 ‘저PBB’ 문제를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조한 시가총액 및 저평가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당면과제다. 관건은 이건그룹이 ‘퇴출 위기’ 타개 의지를 보일지, 보인다면 어떤 카드를 꺼내 들지다. 금융당국의 ‘부실 상장사’ 퇴출 강화를 역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는 점에서다. 이건산업이 향후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귀추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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